딸아이와 함께 다이소에 갔다.
그동안 휠체어를 이용해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예전보다는 휠체어를 탄 내 모습에 대해서 무덤덤 해졌다.
그러니 이제는 남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좋은 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매장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딸아이가 물건을 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을 달래기 위해 매장을 휘휘 달리고 싶었지만, 다이소 매장은 바닥에 까지 판매용품을 진열되어 있어 달리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던 중 딸아이가 손을 흔들며, 학용품을 모두 골랐으니 계산하러 가자고 했다.
매장 1층 계산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 안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자와 남자가 엘리베이터 가운데에 서 있었다.
나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가벼운 눈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휠체어를 밀어 넣었다.
그런데 가운데 자리를 빼긴 것이 불만인지 그 여자의 얼굴이 짜증스러운 표정과 함께 싸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공기가 순간 밝지 못하고 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탁함이란 냄새와 오염으로 가득 찬 탁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이었고, 그런 따가우면서 숨 막히는 탁함이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의 의사소통은 몸짓으로 하는 언어가 80% 이상의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 그 말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왜 그렇까? 두 사람에게서는 나와 내 딸은 죄인이었다. 한 번에 서지 않고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멈춘 죄인이었다. 그런데 죄인이라면 내가 아니라 그들 두 사람이었다. 다이소 매장 안의 엘리베이터는 엄연히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로 표시되었다.
무슨 장애인이 벼슬인 것도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에게 들으라는 듯이 ‘아 좁아, 아휴 답답해!’라며, 그 고운 입으로 그런 못된 말을 내뱉고 나갔다. 계산대에 붙어 있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남동생으로 보이는 남자 등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을 겪어보기 전에 평가할 수 없지만, 그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들과 같은 계산대에 있기 싫었다. 다행히 딸아이가 사야 될 물건이 하나 더 있다고 해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물건을 다 고르고 다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번에도 엘리베이터 안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방금 막일을 마친 듯한 두 남자가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었다. 비좁은 공간의 중앙으로 나의 휠체어를 밀어 넣으려 하자, 그들은 엘리베이터 문의 멈춤 버튼을 누르며, 급히 가운데 자리를 피해 주며,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으로 나를 반겼다.
신발에는 흙과 먼지로 뒤덮였고 옷에서 땀냄새로 절어 있지만 그 안의 공기는 정말로 깨끗했다. 맑고 청량한 깨끗한 공기였다.
사람냄새가 가득한 엘리베이터였다. 방금 전 상처받은 우리 부녀를 위해 두 남자분이 일부러 이곳 엘리베이터에 왕림하셨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린 그들의 몸짓에서 행복과 위안을 얻었다.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은 많이 배우고 돈이 많다고 해서 사람 냄새를 풍기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