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18개월 육아맘의 생존을 위한 글쓰기
내가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
평소에 책이나 글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새 생각에 깊이 사로잡히며
그 생각들을 뱉어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있다.
설거지하다가 문득,
집 앞 슈퍼에 다녀오다가 문득,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문득,
문득, 문득문득.
생각이 일상에서 팝콘처럼 터지곤 하는데
그 생각들은 주제도 전개도 다양하지만
상상력에 기반한 것보다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
현실에 발을 디딘 것이 많다.
'곧 스무 살이 되는 지금,
지나온 나의 10대를 어떻게 정의해 볼 수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싸이월드에 이런 글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의미를 붙이는 순간
정말로 그 일들은 그러한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얻는 작은 통찰들이
내 삶에 기쁨과 활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상의 한 순간을 떼어 조명하고
글을 쓰고, 제목을 붙이고, 의미를 찾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처음 시작은 싸이월드였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까지ㅡ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어딘가에 계속 기록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
.
어느새 글쓰기를,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물론
꾸준히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면서 꿋꿋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내가 대견할 때도 있었지만
너무 진지한 내가 싫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생각과 글쓰기를 멈추었고
꽤 최근까지 그랬던 것 같다.
가볍게,
좀 더 재밌게,
무겁지 않게ㅡ 로 가다 보니
오히려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사유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건 너무 쿨하지 못해!" 라며
그들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에 대한
대단한 반작용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생활에 나를 내놓으면서
이런 사유와 생각들이
내가 속한 곳 또는 시장에서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유쾌한 게 최고야. 즐겁고 쿨하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는 이면에는
사회에 적응하고 시련을 거치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았던 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삶의 기준이 세상과 많이 부딪히며
더 이상 골똘히 사유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름 즐겁고 안온한 시간들이었지만
글쓰기도, 생각도 멈춰 있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 애쓰는 힘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그냥 지켜보고
크게 담아두지 않고
무엇이든 잘 보내주었다.
뭔가 차오르고 쌓여야
깊이 뱉어낼 수 있었는데
그때그때 날숨으로 보내버린 고민들이 많았다.
경력이 단절되었고, 크나큰 우울이 찾아왔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도무지 쿨하게 날려버릴 수가 없었다.
출산이, 경력단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통해 내 삶 전체를 통째로
다시 생각하게 되니 너무 복잡하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나는
가장 허약한 몸과 마음으로 18개월을 보냈고
가장 부족하고, 연약한 기간을 지나며
최근 다시 일어났다.
큰 파도가 몰려오다가
가장 높은 파고를 찍고 떨어지듯이
감정의 동요가 잦아들면서 그동안의 생각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으로부터
브런치 인턴작가 등록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다시 글을 쓰기로 한 이유
지나온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 18개월의 기간에 이름을 붙이고,
글을 쓰면서 발견한 의미들을 정리한다면
힘들었지만 제법 멋진 시간으로 18개월이
마무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가 된 것을 이제서야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깊게 생각하고,
글로 뱉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나는 단숨에 생각을 뱉어내고 있다.
그동안 뱉어내지 않았을 뿐,
차곡차곡 글감들이 마음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지난 내 모습이 어땠는지 돌아보고
이제서야 엄마의 단계로 진입한 듯한 나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내 미래를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그려가 보려 한다 :)
어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할 것 같다.
+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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