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가 발생하면 고충상담원에게 상담을 하고, 조사를 신청하면 규정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진다. 성희롱 사건 조사가 접수되면 가장 중요하게 함께 이루어지는 조치가 ‘피해자 보호조치 중 피해자-가해자 분리’이다. 대개 피해자와 가해자는 한 공간에 일하기에 성희롱 사건을 신고하고 가해자와 마주친다면 신고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피해자들을 만나면 괴로움이 커서 회사에 성희롱 사건을 상담하지만, 조사는 꺼리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유는 다양하고 설득력이 있다. 신고를 해 봤자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징계가 나올 것이고, 가해자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신고하고 가해자와 같이 일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조사 기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피해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되어있고,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리조치의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피해자와 꽤 깊이 있게 상담하는 편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❶ 가해자가 재택근무 : 피해자는 일상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핵심
❷ 피해자가 재택근무 또는 휴가 :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출근하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
분리조치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조직의 업무와 다른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해자나 피해자가 재택근무를 한다. 허나 재택근무는 ‘집에서 편하게 일하거나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피해자나 가해자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부러움을 가장한 비난과 비아냥이 난무한다.
가해자에 대한 비아냥은 적당히 시간 보내고 손해가 없다는 것이고,
“적당히 징계받을 일(성희롱) 하고, 한참 재택하고, 다시 일하고 무슨 데미지가 있어?”
피해자에 대한 비난은 본인이 원한는 대로 했으니 혜택이라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 있고, 힘들다고 재택하고 휴가 쓰고, 나중엔 가고 싶은 부서 가는 거 아냐?”
피해자가 성희롱 피해를 구제받는 과정에서의 보호조치를 혜택이라 부르고, 혜택이니 정도껏 하라는 이 비난과 원망은 고스란히 후진 조직의 문화로 돌아온다. 법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정한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조치와 구제 절차는 ‘피해자 마음대로’, ‘피해자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규정과 절차가 있는 것이겠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는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혜택이 아니라, 피해자가 보호받으며 공정하게 사건처리 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고, 그 결과는 이후 내가 속한 조직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감수성 있는 관리자처럼 적극적으로 분리조치 해줘서 고마워했더니, 이제 와서 혜택 누렸으니.... 적당히 하라고...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어요.”라고 울먹이는 피해자에게 당신은 깊이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