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잘 쓰지 않던 노트를 다시 쓰려고 첫 장을 펼쳤다. 단정하고 예쁘게 ‘오늘도 최선을 다해 친절함과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어떤 책에서 봤던 문구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책 제목과 작가가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이 노트를 펼치고, 앞으로 무언가를 쓰겠다며 다짐하고, 정성스레 쓴 글씨를 보니 문득 내가 대견스럽다. (요즘 내 글자는 나도 해독이 필요할 정도다).
내가 처음 이 문장을 보고 떠올렸던 놀람이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일부러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친절은 뭔가 마음에 없는 것을 지어내어 억지로 하는 느낌을 주는 단어라 생각했고, 부러 마음을 먹어 ‘친절해야지’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훌륭한 글 뒤에 작가가 하는 말은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나의 일과 사람을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 ‘친절함을 갖고’ (감정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용기를 장착하여’ (비굴하지 않게 신념에 따라!), ‘행동하겠다!’ (말 만은 아무 소용없지!)
라는 말이 무척이나 근사하게 느껴진다.
요즘 타인에게 무척이나 친절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나는 이 ‘친절한 태도의 결심’에 대한 장점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특히 나는 상사를 대함에 있어 친절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었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우선은 친절하다. 그리고 친절하다 보면 내 안에 여유가 생긴다. 상사도 사정이 있겠지, 상사라고 다 아는 건 아니겠지 생각하면 상대방과 팽팽하던 긴장도 놓인다. 그러고는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나의 교만함을 직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방법, 내가 생각하는 일 처리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일처리에 있어 지켜야 할 원칙을 넘어서는 안 되겠지만, 다양한 처리의 방법은 내 방법만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요즘은 한다.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고, 내 방법이 다 맞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속도대로 가지 않아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여튼, 오늘은 반성하는 날이다.
사진: Unsplash의 Kelli McClin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