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개월이 지난 이후였다.
익숙한 전화번호가 아이패드에 찍혔다. 시험공부를 하던 중 갑자기 전환된 화면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때가 되었나 보네. 자기만 아는 건 여전하네. 뻔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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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이었다.
새해의 새로운 시작을 하던 중 마주한 결말이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와서 너는 내게 말했다.
"너랑 성격이 정말 닮으신 분이야. 좋을 거 같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구했던 아르바이트에서 많은 고생을 했던 터라 좋은 사람을 만나길 원했다. 어느 직장이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첫인상이 좋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랬다. 업무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많은 경험을 해온 사람이라고, 여러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았고 지원을 받아 지금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나는 연신 정말 잘됐다는 말을 하며 그녀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내가 눈치가 없었던 것일까. 너무 믿었던 것일까. 며칠이 지나고 그녀가 갑작스러운 통보를 전했다. 지금 우리가 연인의 사이인지, 가족인지 모르겠다고. 너무 편안함이 주가 되는 거 같다고.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단호할 때는 너무나 단호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별을 고할 때의 차가움은 이미 겪었던 일이기에 결과는 정해져 있는 거였다. 그래도 붙잡고 싶었다. 어차피 떠나갈 걸 알고는 있었지만 붙잡고 싶었다.
그 순간의 냉기는 내리는 눈송이도 고드름으로 얼려버릴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녀와 웃으며 보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녹여보고 싶었지만 이미 차갑게 얼어버린 분위기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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