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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Oct 16. 2021

날이 차다

여름이었던 시작

날이 차다. 



이번 주말이면 최저 온도가 1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영하의 온도는 여름이 허락하기 힘든 모양이다. 파릇파릇했던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 여름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었고, 새로운 시작과 함께 아주 급하게 지나간 계절이었다. 과연 누가 예상을 했을까. 마지막 남은 기회라 생각한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았고 내가 정한 방향과 우연히 맞아떨어져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나 따위가 갈 수 있는 곳일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를 주심에 또 새로운 기회가 하나둘씩 다가온다.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사실 엔지니어라는게 나에게 맞는 자리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안 맞는 자리는 아닌 듯하다. CS엔지니어 또는 필드엔지니어는 관심이 생기고 또 욕심도 생긴다. 어느 정도의 절충을 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직업이라는 건 여러 가지의 의미로서 가지게 되는 거니, 그 다른 의미를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다.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보려고 하는 중이다.


아무튼! 재미진 날들이었다.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새로운 환경에 바지런히 적응하려 하였고 부지런히 일하며 나만의 워라밸을 즐겼다. 이만하면 됐지 !


조금의 걱정은 있다. 내가 지금껏 소홀히 했던 공부에 대한 과오가 여실히 드러나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부터의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 아닐까. 다행히 무한경쟁의 사회이지만 그만한 압박감이 있지 않은 외국계라 그런지 각자의 커리어 로드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다시 면접으로 돌아가 볼까? 사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5년 뒤 또는 10년 뒤 본인의 모습은 어떨 거 같나요?’ ‘입사 후 포부가 어떻게 되시나요?’ ‘어떤 신입사원이 되실 건가요?’ 하하.. 창밖으로 보이는 햇빛에 비친 강릉바다가 갑자기 암막커튼에 가려져 버린 기분이다.


가을이 다가온다. 어쩌면 곧 겨울이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반바지는 고이 접어 상자에 넣고 두툼한 니트와 맨투맨을 꺼내어 본다. 사실 가을이 다가옴에 생각난 프라하를 떠올리면 글을 써봐야겠다 하고 앉았는데 그것보다는 지금 현실이 더 중한가 보다. 열심히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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