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아침 7시

마음챙김 ㅣ 이은혜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4-01 오후 1.51.26.png 은행원
전 삶이 '변화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 경험이 있어 그 후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나아가 건강하고 자연스런 ‘나’가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작가 프로필 ㅣ 이은혜

key word: 가족, 직장, 요가, 음악, 꽃, 만화, 빵, 산호수, 변화, 도서관증, 마음챙김, 정로환, 커피




알람 진동에 놀라 무거운 잠에서 깨어난다. 더듬더듬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아 진정시키고 리모컨을 찾아 TV를 켠다. 갑작스럽게 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빛에 살짝 인상을 쓰며 일어난다. 세수하고 화장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뉴스를 본다. 평일이면 반복되는 똑같은 아침 풍경,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아침 풍경 속에는 늘 TV가 존재했다. 아침밥을 준비하던 엄마의 달그락 소리도 항상 TV 소리와 함께였다. 나이를 먹고 혼자 살기 시작했지만, 나의 아침 풍경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난 TV를 꺼버렸다.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져 벌인 작은 사건이었다. 내가 하루 이틀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두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런데 TV를 끄니 뭔가 허전하고 어색했다. 신경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존재하던 소음이 사라지고 남은 적막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며칠은 좋아하는 음악으로 아침을 열었다. 신나는 음악도 들어보고 조용한 연주곡도 들어보았다. 나름대로 기분전환이 되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라디오 앱을 내려받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 보았다. 기운 넘치는 요란한 목소리를 가진 DJ의 방송,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송, 음악만 틀어주는 방송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방송도 계속 즐겨 듣지 못했다. 더 다양한 채널이 있는 라디오 앱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차분하게 말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 그녀는 어떤 책의 한 페이지를 리듬감 있게 낭독하고 있었다. 낭독이라니!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깐의 침묵 뒤 음악이 나오자 낭독이 방송의 한 코너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홍소연의 책갈피'라는 코너에 이끌려, 나는 매일 아침을 '사랑의 책방'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이 방송은 '책갈피'와 본 코너를 통해 매일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었다. 특히 본 코너는 요일마다 다른 패널들이 나와 인문학, 문학, 과학, 영화와 관련된 책들을 추천해주었다.

매일 라디오를 듣다 보니 이 방송을 듣는 것이 몇 가지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째, 출근 준비 속도가 빨라진다. 왜냐하면, 라디오를 듣는 데 눈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TV를 틀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자꾸 화면을 보게 되어 준비 속도가 더뎌진다. 하지만 라디오를 들을 때는 준비(특히 화장)에만 집중할 수 있다. 둘째, 시계를 볼 필요가 없다. 정해진 코너가 끝나면 대략 몇 분쯤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준비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어?' 하며 화들짝 놀랄 일이 줄어든다. 셋째, 책을 소개해주는 방송을 듣다 보니 상식도 넓어지고 독서 범위가 넓어진다. 방송 덕분에 지독한 편식 독서를 하는 내가 들여다보지 않던 과학책, 문학책을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다. 또한, 궁금한 책을 들여다보기 위해 더 자주 도서관에 가고 서점에 들러 책을 사기 시작했다.

아침 7시, 오늘도 난 라디오를 켠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상을 받은 '먼지아이'라는 책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작가가 한국인이라는데 어떤 책일까 관심이 간다. 책 이름을 잊어버릴까 싶어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이미지를 캡처해 놓는다. 궁금한 책들이 계속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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