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공통주제 <일상>ㅣ 이정민
전 건망증이 심해서 병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전 10시반에서 11시까지 무엇을 했는지,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물은 몇 잔을 마셨는지...흘러간 시간 속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감정들까지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이정민
직장인. 성격이 무척이나 쾌활한데 힘든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과장일지도 모름.
살아있는 누구든 다 잠을 자고 어떤 것을 먹겠지만 잘 자고 잘 먹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우선 잘 자려면 잠자리도 편안해야겠지만 어디선가 인간은 어디서든 잘 적응하기 때문에 잠자리가 잠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글을 읽었다. 나에게는 그럴 듯 하여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듯 하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맨 바닥에 이불을 펴 놓고도 잘 잤었지만 기숙사에서는 침대에서 자며 침대 아니면 불편해서 못 잘 것 같더니 또 없으면 없는 데로 잘 잤었다. 하여 잠자리 보다는 현재 그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가 잠의 질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 인생에서 크게 질곡이 없었기도 하고 원래 성격이 둔하여서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작년 이맘때 중요한 시험을 한참 준비하다가 시험을 한 달 정도 남겨놓고부터는 밤에 누워도 잠이 안 왔다. 자려고 누워서 잠을 안 자면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그 시간 대에 드는 생각들이란 아무래도 우울하고 그 상황 자체가 우울할 때라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준비한 시험을 한 달 남겨두고 캔맥주를 다스씩 사다놓고 한 캔 씩 수면제처럼 마시고 잤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잘 자고 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일 끝나고 운동하러 갈 시간이 있다는 것도 수면의 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 팟캐스트에서 알게 된 수면패턴을 기록해주는 어플을 이용하면서 운동하고 온 날은 푹 자는 비렘수면이 길어진다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었다.
보통 잘 자고 잘 먹는다고 하면 잘 싸는 것까지 따라와 3개가 세트가 되는데 내가 생각하는 잘 먹는다는 것은 섬유질 등도 잘 섭취하는 것이므로 잘 먹으면 잘 싸는 건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다. 잘 자고 잘 먹고에서 먹고는 원래 삼시세끼 굶지 않는다는 의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자취하는 남자애가 아침 굶고 점심은 사먹고 저녁은 라면먹는 것은 나에게 잘 먹는 것에 속하지 않는다. 모두 이해하셨겠지만 나에게 잘 먹는 것이란 계속 이렇게 먹어서 몸에 무리없이 잘 살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앞서 말한데로 저렇게 먹다보면 소화기관 중 어딘가에 혹은 그때까지 소화기관이 버텨준다면 생활습관증후군에 걸리게 될 것이다.
요즘은 식단에 탄수화물을 조금씩 덜어내도록 밥을 먹으려고 한다. 일단 흰 쌀, 밀가루, 설탕을 적게 먹어보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습관이 되서 버리기가 참 힘들다. 대학교 들어갈 때 이제 대학생이니까 불량식품은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귀가할 때 과자 사먹을 돈으로 과일을 사 먹었었는데 그래도 간간히 먹는 과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여전히 과자가 참 맛있다. 옛날에 아는 선배가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짠 맛을 좋아하는 사람과 초콜렛 등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뉜다며 본인은 전자라 포테이토 칩을 참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나는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다. 둘 다 맛있다. 마트가면 왠만하면 채소칸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가공식품칸으로는 안가려고 노력한다. 와구와구 사놓으면 곧 내가 와구와구 다 먹을 꺼니까.
그리고 나중에 내가 애를 키우게 된다면 꼭 애들이랑 과자는 먹지 말아야지. 어릴 때 엄마랑 가게에 있으면 (어머니가 철물점을 운영하셨었다) "과자사올래 ?" 하면 돈을 받아서 옆 옆 슈퍼에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꿀꽈배기 짱구 등을 사오곤 했었다. 특별히 엄마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 외식하러 가서 고기를 먹으며 콜라를 찾으면 엄마는 "고기 다 먹고 먹어"라고 하셨고 그렇게 길들여져서 왠지 밥 먹는 중간에 단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좋은 식습관은 엄마가 아이한테 줄 수 있는 (건강과 날씬한 체형을 약속하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여전히 과자를 맛있게 먹지만 그래도 내가 사먹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과자 주는 사람들이 참 좋다.)
뭐든 관심이 있으면 책부터 찾아보는 편이라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의 책을 많이 읽었다. 조금씩 말하는 바가 다르긴 해도 하나같이 가공식품을 먹어서 좋을 것 없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가공식품 대신 그냥 고기와 야채를 요리해서 먹으려고 한다. 특히 제철식품을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노력이라고 하니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시장 지나가는 길에 요즘은 뭐가 나왔나.. 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작년부터 시장 구경하는 걸 시작했는데 6월부터 자두는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더니 자두가 나와서 사 먹었다. 요즘 마른 장마라고 그러더니 참 달다. 그래서 만나는 친구마다 자두가 참 달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옥수수가 나왔길래 현금이 없어서 시장은 그냥 지나치다가 단골 동네 마트에 옥수수가 떠서 사왔다. 5개 2900원. 이미 다 손질이 되 있는 거라서 살짝 씻어서 냄비에 옥수수가 잠길만큼 물을 넣고 소금 반 숟가락 설탕 한 숟가락을 넣고 삶았다. 옥수수는 처음 삶는 거라 검색해봤더니 어떤 아줌마가 센 불에 30분 중불에 20분 약불에 10분 삶아야 쫀득하고 맛있다고 그랬다. 센불로 당겨놓고 앞에 있자니 덥기도 하고 지겹기도 해서 방에 들어와서, 뜨거운 열기가 들어오니까 문을 닫아놓고 30분 후에 울리도록 알람을 맞춰놨다. 알람소리에 문을 열고 나갔더니 타고 있었다. 탄 냄비에 물을 붓는데 탄 바닥이 우러나서 갈색 물이 되었다. 갈색 물에 옥수수를 삶는 것보다는 덜 익은 걸 먹어야겠다 싶어서 꺼내서 대충 씻어서 먹었더니 쫀득하다. 맛있다. 삶은 옥수수 세개를 다 먹고 저녁을 떼웠다. 그리고 누웠다 앉았다하며 스탠드 불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는 요즘 잘 자고 잘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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