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사잇길

8월 공통주제 <편지쓰기> ㅣ 위드

by 한공기
위드.JPG 영상 연출가


작가 프로필 ㅣ 위드

친구와 사랑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영원히 나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전 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사람'에게 얻기 때문입니다.







그랬었지, 아마?

니가 나보다 더 씩씩해서 다들 너보고 남자라고 했는데, 옛날 얘기 하니까 좀 그런가?
나보다 더 달리기도 잘하고 승질도 잘 내고... 하하하.
유치원 때 기억나? 예방주사 맞았던 날, 내가 너무 무서워서 명희랑 같이 책상 밑에 몰래 숨었는데,
끝나고 선생님한테 걸려서 손바닥 맞구, 벌받구... 넌 근데 주사 잘 맞더라.

"야! 니는 뭣이 무섭다고 주사도 안 맞고, 에라~ 니는 남자도 아니다이".
니가 그랬는데...


초등학교 5학년때 쯤인가?누나가 나한테 와서 니 얘길 해줬었어.
"저번에 지은이한테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 봤는디, 근디 너 좋아 한다고 하더라.
크흐흐.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냐믄 '야이,가시내야~, 사촌지간에 좋아하고 그러믄 안된다잉.'
그랬다, 니가 명희 좋아한다는 얘기는 안했응께, 걱정말고"
그 얘길 듣고 나는 그냥 씨익 웃고 말았어. "에이그, 아직 어려서 그러겠지~"


근데 그 얘기가 조금 맘에 걸렸어. 그 뒤로부터 내가 너에게 조금씩거리를 두었던 거 같아.
또 사춘기 시작되면서 서로 인사도 잘 안하고,
니가 걸어가면 난 조금 더 일부러 느리게 걸으며 거리를 뒀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던거 같아. 내가 먼저 좀 더 다가가서 말도 걸어주고 그럴걸...

언젠가 교실에서 니가 넘어져서 손을 다쳤던 날, 나도 모르게
'괜찮아?' 하고 니 손을 꼭 잡은 적이 있었어.
주변에 여자애들이 다들 놀란 표정으로 "야~ 얘들아 쟤 봐봐, 하하하하, 크크크".

갓난아이 때부터 같이 자라온 너라서, 내가 사촌오빠니까
난 너무나 자연스러웠는데 말이야.

근데 그 뒤로 더 멀어진 거 같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10년 가까이 제대로 본적도 없는데,
그냥 수원인가 서울인가에 산다고 들었던 거 같아.
기억 속에서 조금씩사라져가는... 그랬는데...







2010년도쯤이지? 아마 그럴거야.
명절날 작은아버지께 인사 드리러 누나랑 같이 갔었잖아, 기억나?
니가 있더라. 잘 안 오던 애가 갑자기 나타나서 좀 놀랬는데.

그때 말은 못했지만 좀 반가웠었어. 머슴아 같던 니가 어엿한 숙녀가됐던데~
니가 연락처 달라고, 서울 올라가서 연락하자고 전화번호 주고 받았잖아.
연락 딱 한번 했었나? 그리고 아마2,3년 가까이 연락 안 했었지? 그치?
아무튼 그 뒤로 니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전화 해본적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받더라.
니 휴대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데, '음....애가 번호를 바꿨나? 잘 살겠지'하고 말았어
그냥.



얼마 전에 니 얘기 들었어.
빚을 져서 힘들어서 그랬다는 얘길...

처음에 그 얘기 듣고 너무 어이 없고 화가 나서
'못된년, 작은아버지, 작은엄마는 어떻게 하라구, 지 혼자 그렇게 가버리면...
진짜 나쁜 년이네' 그랬었는데....



지금은 너만 생각하면 내가 너무....



너무 늦지 않게 한번이라도 더 연락할걸....

연락해서 뭐 힘든 거 없냐고,
잘살고 있냐고 좀 물어볼걸.....
시간되면 한번 만나자고...

그럴걸, 그랬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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