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타인을 위한 결혼

즉흥현상곡 ㅣ 신정훈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1-15 오후 4.46.44.png 호주 멜번의 청소부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최근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시점에서,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예전과 달리, 관심을 갖고 당사자에게, 혹은 자신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여자친구의 가까운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친구의 안목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는 여자친구와 한국의 결혼 풍습, 문화에 대해 말했다. 허례허식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부모님의 이해관계에 의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일전에 아버지는 직설적으로 지금까지 투자한 돈 수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은 두 집안이 하나로 묶였다는 것을 지인들에게 공표하는 행사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와 무게가 있어서, 결혼 당사자의 의사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 가족들의 압력에 의해 늦은 결혼은 죄가 됐다. 동갑 친구 A는 주위 친구들이 결혼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쾌함, 짜증을 느낀다고 했다. 친한 친구여서 축하해야 마땅한 일인 건 알지만, 기분이 불편하고 우울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20대인 그녀가 뱉기엔 너무 애잔한 말이다. 자진해서 미혼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인데도, 주위의 극성에 졸지에 패배자가 됐다.


최근에 3년 만에 방문한 조국에서 가까운 친척 몇 분을 만났다. 재밌는 점은 모두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교제하고 있는 이성이 있는가,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인가에 대해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며 오히려 공통된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일까. 다양성 존중을 역설하는 작금의 시대상과 역설되게도 올바른 행동의 규범이 생기며 탄탄해지는 기분이었다.


결혼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한국인들을 위해 결혼정보업체가 탄생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결혼정보회사는 1986년에 설립된 에코러스이다. 이후 우리가 잘 아는 선우와 듀오가 각각 91년 95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위용으로 볼 때, 미혼 남녀의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어느새 '재혼 위주' 업체, '만혼 위주' 업체처럼 특수한 환경에 특화된 회사까지도 등장했다. 1위 업체의 경우 LA와 뉴욕에도 지사가 있고, 무려 370명의 커플매니저, 중매쟁이,를 고용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심리 카운셀러로 모셔와, 칼럼을 기고하고 첨언을 하게 한 부분은 화룡점정이다.


바쁜 당신을 위한 솔루션, 경쟁력 있는 능력 남녀를 위한 만남의 장, 평생의 배필을 찾게 해주는 도우미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하지만, 결론은 기업화된 뚜쟁이일 뿐이다. 그들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의를 이유로 그들을 낮잡아 불러야 할 것만 같다. 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이들이 정의롭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 부자연스러움이 하나의 규범을 만들고 통제하려는 사회의 시도로 보여서, 청개구리 노선을 타고 불만을 말한다. 결혼정보업체의 정의는 결혼적령기의 남녀를 맺어주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이다. 결혼적령기라는 말에 트집을 잡아본다. 누가 적령기를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미혼자에게 노처녀 노총각 딱지를 붙이는 것인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결혼정보업체 직업 등급표를 보게 됐다. 15가지 등급이 있는데, 1등급은 서울대 출신 판사, 15등급은 중소기업 정규직 직원이다. 중소기업 정규직이 그들의 마지노선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이 오히려 노동자를 지배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한낱 생산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예상한 것처럼 우리는 규격화, 등급화가 되어 결혼 시장에 나온다. 그리고 일정 파이를 차지하지 못 한 B품들이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자각하게 만든다. 마르쿠제는 본인의 저서 일차원적 인간에서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지배되고 종속된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인간은 소외의 길을 걷는다고 말했다. 결혼 정보회사의 등장과 등급화로 그의 주장이 맞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궁합을 보는지, 연상의 여자도 좋은지, 결혼 후 맞벌이 희망 여부, 결혼 후 거주 계획, 신앙 정도(상. 중. 하), 가능한 외국어, 구체적 음주량, 회사 홈페이지, 친척 중 특이사항, 본인의 장단점, 결혼 후 거주 가능 지역은 어디인가? 가입 시에 묻는 질문이라고 한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춰 체계화되어 우리의 상품성을 분석한다. 결국 업체를 통해 결혼에 골인한다고 해도,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 아닌 그 조건과 결혼하는 모양이다.


B품이 내뱉는 불평일 수도 있다. 결혼정보업체를 떠나, 세레모니 자체를 봐도 불만이 쌓인다. 이런 모난 소리를 뱉어내면서도 체제의 장단에 맞춰 춤춰줄 수밖에 없는 불쌍한 청춘들과 내가 있다. 그래 좋아. 까짓 거 내 칼춤 한 번 춰주지. 춰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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