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올림픽 톺아보기

나와 너의 에너지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올림픽과 국가주의

2016년 남아메리카에서 처음 개최된 브라질 리우 올림픽은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촌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화장실이 막히거나 배관 시설을 통해 가스가 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식당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서 선수들은 맥도날드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치안, 테러, 전염병 등 외부 위협요인을 포함하여 강도와 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여러 기사와 보도에 따르면 이번 리우올림픽은 남미에서 개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밖에 것들은 모두 수준이하 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올림픽은 최고, 최상,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에서만 개최되어야 할까? 그러한 도시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대부분 개최도시들은 각자의 처한 상황과 문제를 갖고 있는데, 올림픽을 하면서 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하지만, 대부분은 문제를 덮으려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일부 선진국도 포함)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빼놓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국가주의와 대립이다.


개발도상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도시(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도시)는 상대적으로 빈부격차가 크게 발생한다. 더구나 올림픽은 경기장, 체육관, 선수촌 등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시설과 개발 공사가 많기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강제이주 등의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동시에 거주민들과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탄압, 폭력이 벌어지기도 한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1988년 서울올림픽은 아시아에서 2번째, 개발도상국 국가로는 첫 개최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올림픽을 위해 거리질서 확립 및 도시환경 정화를 명목으로 노점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였고, 빈민들을 올림픽 기간 동안 도시 밖으로 몰아내는 일이 자행되었다고 한다. 또한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무려 72만 명의 주민들을 강제 퇴거 시킨 일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1964년에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건설과 공사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탄압하며 인간 이하로 대접하는 일들이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중국은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농민공 강제이주, 판자촌 강제철거 뿐만 아니라 미관을 해치는 것들은 담장으로 덮어버리는 일도 자행했다. 리우올림픽도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강제철거 및 인권탄압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임에는 틀림없다. 그 축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지금까지도 나타난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올림픽과 엘리트주의, 성적지향주의

지금처럼 올림픽을 손쉽게 시청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동네마다 텔레비전 앞에 우후죽순 모여서 경기를 함께 시청하였다. 멀리 타국에서 전해져오는 메달소식은 고단한 삶에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고, 자연스레 올림픽 메달은 개인보다 국민들을 위해 꼭 따야만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죄송합니다’


고국에서 국민들이 올림픽 메달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으니 선수들은 죄송하다.면목이 없다 라며 사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과하지마’


이제 국민들이 생각하는 금메달에 대한 가치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올림픽 금메달이 내 삶과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좋지만, 뭐 못 따도 그만인 것이 되어 버렸다. 또한 과거에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많이 약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메달에 대한 가치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시스템은 과거와 전혀 달리지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엄청난 훈련을 한다. 선수촌은 과거 냉전시대에 구소련, 중국 등 엘리트체육에 집중한 국가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운동에만 집중하는 엘리트체육은 단기간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스포츠 발전에 큰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1등과 금메달 중심의 성적지향주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체육낭인을 양산시키는 어두운 면도 있다.


리우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 선수들은 각자 다른 직업에서 활동하다가 대회를 위해 모여 연습하고 올림픽까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어렸을 적부터 양궁을 배워온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결승전에서 패배했지만,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세계 2위까지 한 것을 보면 무엇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과 자본주의

이번 리우올림픽은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고, 우리나라시간으로 새벽시간에 진행되면서 역대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보통 올림픽과 자본주의라고 하면 코카콜라, 삼성과 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방송사들의 TV 중계권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좀 더 근본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올림픽의 목적은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신체적·정신적 자질의 발전을 도모하고, 스포츠를 통한 상호이해와 우애증진,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을 널리 보급하여 국제친선을 도모하는 데 있다. 동시에 올림픽 슬로건으로 잘 알려져 있는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는 원초적 도전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아름다운 속성을 잘 나타낸다.


그래서 우리는 이신바예바 처럼 더 높이 날아오르고, 칼 루이스처럼 더 멀리 뛰어오르고, 우사인볼트 처럼 더 빨리 달리는 것에 열망하고 환희를 느낀다. 인간은 태초부터 맹수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경험해왔다. 올림픽은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더욱 더 그 경계선에 다가가고자 하는 무위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슴 설레기만 했던 올림픽 슬로건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적용하면 숨이 탁 막히기만 하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데 거기서 더 높이 뛰고, 더 멀리 뛰고, 더 빠르게 뛰라니 마치 인간을 넘어서 기계가 되라는 것 같기도 하다. 올림픽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속성에서 벗어나 주어진 여건에서 더 많은 것을 창출하기 위해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냉혹한 자본주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누군가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자 직원들에게 올림픽 정신을 접목시켜 더 빨리 일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올림픽을 웃으면서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올림픽을 톺아보며

1981년 독일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장에서 “쎄울 꼬레아”라는 발표에 대한민국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반면에 미국 보스턴은 과도한 세금낭비를 막자며 시민들이 나서서 여름 올림픽 유치를 철회했다. 독일 뮌헨에서도 주민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부채와 환경파괴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겨울 올림픽 유치시도가 무산되었다. 올림픽의 (개발적인) 속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사람들은 엄청나게 성장하였다. 즉 언젠가 올림픽도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올림픽의 복잡한 속성을 떠나서 나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때론 붉은 옷을 입고 광장에 나갈 것이며, 때론 술집에서 알코올과 분위기에 취해가며 밤을 새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도, 잘하지 못해도 때론 포기하여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뭉클해할 것이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내 저질 체력이 개선되는 데 큰 연관이 없음을 잘 알기에 애써 뭉클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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