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에 관한 짧은 이야기 ㅣ 종이
소설 읽는 걸 좋아해요. 예전에는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은 예전의 즐거움을 다시 찾는 게 목표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종이
출판 디자이너. 전자책 전문 담당.
하늘은 맑고 푸르다. 전통찻집 ‘푸른 기와’의 내부도 햇살의 은총이 가득하다. 창가 자리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은 스윙의 주변만 빼고.
“어쩌지……. 새로 개발한 메뉴, 이름을 못 정하겠어.”
아이 참, 이럴 때 마일드 스트링이 있어야 하는데! 벌써 셀 수도 없을 만큼 되뇌어도 소용 없는 일이다. 스트링은 잠시 스윙의 곁을 떠났다. 오래 걸리지 않아, 금방 돌아올게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스윙의 손이 겉옷 주머니를 맴돈다. 불룩한 주머니 안에는 마일드 스트링이 준 방울이 들었다.
‘만약 위급한 상황이라면 이 방울을 흔들어. 그럼 내가 소환되니까!’
하지만, 지금 위급한 상황은 아니니까. 스윙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손을 끌어당긴다. 조금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스트링의 말만 따를 순 없지. 나도 찻집 주인다운 일을 해보고 싶어……! 떠오른 생각과 동시에 스윙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은…….
찌리리링!
맑은 차임 소리가 생각의 고리를 끊었다. 스윙의 목이 휙 소리를 내며 출입문을 향했다. 스트링이 돌아왔다!
“역시 푸른 기와야. 마음이 편해진다니까. 응? 아니 스윙, 표정이 왜 그래?”
“으아아앙! 왜 이렇게 늦었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스윙을 달래 사정을 들은 스트링.
“음, 기특하네 스윙. 내가 없는 동안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냈구나?”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뿌듯해하는 모습이 우스울 법도 하지만, 스트링은 절대 놀리지 않았다. 한 번 토라지면 아주 고생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메뉴야?”
“응, 진피차하고 라임 주스를 섞어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봤거든. 이제 곧 겨울이잖아?”
비타민 폭탄 같은 걸 이름으로 하면 어떨까. 무심코 그런 말을 뱉을 뻔했다.
“그런데 도통 좋은 이름이 떠오르질 않는 거 있지. 어쩌면 이것도 핸드 남작의 음모일까?!”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스트링은 머리 위에 얹어둔 선글라스를 벗어 테이블에 내려놨다. 갑자기 전의를 불태우는 스윙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편두통이 시작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윙과 스트링은 마주 앉아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스트링이 고민하는 것은 단지 스윙을 돕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사실 스트링이…….
“아! 생각났다! 진피차는 귤껍질로 만들잖아? 거기에 라임 주스를 더하는 거니까…….”
“응응!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뜸들이지 말고 얼른 얘기해, 스트링!"
“귤라임으로 하자!”
“앗! 귤라임! 좋다! 당장 메뉴판에 적어야겠어!”
우당탕 카운터로 달려가는 스윙을 보는 스트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결국 내가 없으면 안되는구나. 하긴, 스윙이 사장이라고 해도 사실 운영은 내가 다 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