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4인용 밥상

<귤>에 관한 짧은 이야기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어릴 적에는 귤 한박스를 온 며 가족이 나눠 먹었다. 뜨듯한 아랫목에둥글게 모여 앉아 커다란 솜이불을 함께 덮었다. 이불 한가운데에 귤을 가득 쌓아놓았다.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귤을 까먹었다. 마치마법처럼 방금까지 손 안에 있던 귤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누가 내 귤을 가져갔을까? 의문을 품었지만 어느새 물든 주홍빛 검지 손가락은 내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괜찮다. 또 하나 까먹으면 되니까.

혼자 산지 벌써 7년째, 이제귤은 혼자 먹는 과일이다. 귤을 혼자 먹다니…이전에는 미처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시장에서3000원에 스무개 샀는데 항상 다 먹기도 전에 3분의 1이 곪아버린다. 귤의 유통기간은 3일 이었던가? 그래도겨울에는 귤이 제격이지…하며 오늘도 시장에서 귤을 샀다.

집에오자마자 티브이를 켜고 상위에 까만 귤봉지를 올려놓았다. 과일집 아주머니가 봉지를 어찌나 꽉 쫀맸는지그것을 푸르는데 손끝이 너무 애렸다. 드디어볼이 통통하고 주근깨 가득한 주황색 얼굴이 빼꼼 드러났다. 녀석은 수줍은 표정으로 움츠리면서 친구들과서로 꽉 부둥켜 안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한 녀석을 조심스레 건져 상위에 올려놓았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 밥상에서 귤을 먹는 순간을…이 밥상은 보통 밥상이 아닌, ‘고타츠’라 불리는 일본식 이불밥상이다. 상 위에 이불을 깔수 있고 상 아래바닥에는 온열 기구가 달라 붙어있다. 연결된 전원코드를 벽에 꽂으면 잠시 후 상 밑에 집어넣은 다리가따듯해 진다. 올 여름 동네 일본가구점에 구경갔다가 충동구매를 해버렸다.2인용을 드릴까요? 4인용을 드릴까요?점원이물었을 때 난 너무도 당연하게 4인용을 택했다. 그땐 내가왜 그랬는지 몰랐었다. 행여 여자친구가 생겨 집에 놀러 와도2인용이면충분하지 않은가!

아마도 둘러앉아 귤을 까먹던 그 시절을 내심 그리워했나보다. 그 시절을떠올리며 귤 하나를 정성스럽게 깠다. 엄마, 아빠,삼남매의 웃음소리가 상큼한 귤향기과 함께 내방을 가득 채웠다. 난 4인용 상이 있으니까 아이는 둘만 나아야 되겠군.

그런데 결혼은 언제하나? 아니 나와 결혼할 여자는 도대체 어디 있는거지? 어느새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와보니 이 방엔 귤과 나와 고양이 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귤이나 먹자~하며 귤을 쪼개려는데 갑자기 손에 힘이 확 빠졌다. 펼쳐진 주황색 이불 위에 둥글게 모여앉아 몸을 부비고 있는 귤조각들은 너무도 정겨워 보였다. 차마 손대지 못하고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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