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날씨가 추워져 모든 것이 움츠린 가운데 한기를 뚫고밖으로 뛰쳐나가서 시간의 파도를 타고 자유롭게 부유하며 이 땅과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는 대다수사람들이 부럽다. 난 오늘도 이불 안에서 나가지 않고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라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믿지않지만, 이불속의 온기와 편안함과 안락함을 굳이 뿌리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머니가 사주신 온수매트, <스팀보이>는 정말 나쁜 소년이다. 처음에는 ‘올 겨울 날 지켜줘서 고마워~’하며 마냥 이뻐했건만 해가 갈수록 날 침대에 붙들어놓고 내게 매달리며 내가 아무일도 못하게 만든다. 물론 아무일도 못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침대 옆에 커다란 작업용 책상을 마련해 놨으니까. 하지만 침대를 못벗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루종일 이렇게 있다보면 내가 정치범으로 몰려 독방에 갇힌 상상을하게된다. “별거아니네, 견딜만하군~ 하나도안심심해.” 그런 여유를 부리며 인터넷을 하거나책을 읽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밥을 먹는다. 요즈음에는 왠지 성경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모든 죄수들처럼…
<스팀보이감옥> 속에 있으면 하루가 무척 길다. 뭐야 아직 30분밖에 안지났잖아! 하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아마도 밖에 돌아다니면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때문에 체감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지지만 방에만 있으면 모든 것이 똑같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이 멈춰있는것 같다. 그렇다고 낮잠을 자지는 않는다. 행여 졸다가 잠이라도 들면 난 아마 스스로를 매우 경멸하고 용서하지 못할것이다. 명백한 <LOSER>임이 틀림없다고 단정할 것이다. 물론 가끔은 밖에 나간다. 미팅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장을 보거나, 요가학원에 가거나, 검도학원에 갈때, 내가 운영하는 모임에 참석할 때 말이다. 밖에서는 난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주변인으로부터 기운을 잘 받는지 액티브하고 말도 많이한다. 심지어 요가학원이나 검도학원 선생님들은 날 수제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에 오면 난 거의 식물형 인간이 된다. 침묵. 호흡. 정지. 햇반과 계란후라이, 건포도와 검은콩, 고양이와 모기, 책과 노트북, 클래식과 찬양곡, 인센스와 모기향, 찬물과 뜨거운 물, 그것이 알고싶다와 썰전,김어준의 파파이스와 김용민의 조간브리핑. 두유와 허벌라이프 그리고 스팀보이가 내겐 전부이다. 미선이도 스팀보이의 마수에 걸려 온종일 침대에 식빵자세로 앉아있다. 저러다가 식빵이 타지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삶을 지인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는 "이건 Slow life 슬로우라이프가 아니라 거의 Pause Life 포즈 라이프 네요." 라고 말했다.
이불 속 생활의 장점을 굳이 말하자면 이대로 죽어도 진짜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마음이 평온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사실 뭔가 맑아진 느낌이 들기도한다. 물론 남들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니까 경제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혹시나 누군가 소개팅을 주선해줘서 나가게 된다면 처음 본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지않을까? “가진게 맑은 영혼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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