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술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

KEYWORD ONE PAGE <술> ㅣ 윤성권

by 한공기
KakaoTalk_Photo_2017-08-12-07-44-44.jpeg 재생에너지 연구원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우리는 평소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술 한 잔으로 잠을 청하곤 한다. 과연 술은 잠과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궁금해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술을 마시면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리기 때문에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고 한다. 술 한잔 정도는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방해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술이 깨는 새벽 시간에 잠도 같이 깨는 경우가 많고, 그때 오히려 정신이 멀쩡해져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난 밤 새벽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 때문에 수면시간 부족으로 피곤하고, 반대로 술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수면의 질이 높지 않기 때문에 피곤하다. 결론은 술 마시면 다 피곤하다. 어쩌면 술 마시고 잠을 자는 것은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만 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신 술의 힘으로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제도 초저녁부터 즐겁게 이어진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필름이 끊겨버렸다. 나이를 먹어서 필름이 끊기는지, 혹은 술을 많이 먹어서 필름이 끊기는지 무엇이 원인인지 분간하기도 전에 무섭게 찾아오는 숙취의 고통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되뇌면서 사람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 아침부터 끙끙 앓으면서 같이 술을 마신 사람에게 “나 어제 실수 안 했지?” 라고 물어보았다. 필름이 끊길 것을 예상하고 술을 마신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나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 홀로 세월과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점점 술이 약해질 터인데 내 주량만은 절대 감가상각이 되지 않았을 거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또 취한다. 그나마 나는 술버릇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자신할 수가 없다. 과연 술버릇이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인가. 아니면 술자리에서 예절을 잘 지킨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술 마셔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은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럼 친구들에게 술을 배운 사람은 술버릇이 좋지 않은가? 당연히 그렇지 않지만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먼저 어른에게 술을 배웠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술을 배워야 한다고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 가서 몰래 맥주 한 캔 정도 마셔본 것이 전부인 데 과연 술을 잘 마실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삼촌을 만났다. 좋은 안주에 소주 한 병 정도 마시니 서서히 취하기 시작했다. 삼촌은 이제 취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시고 집에 돌아가자고 했다. 살짝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기분 좋게 술자리를 마쳤다.


둘째, 친구들에게 술을 배웠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당당히 술집에 갈 수 있다고 쾌재를 부르며 친구들을 만났다. 소주 한 병 정도 마시니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멀쩡하다. 아니 멀쩡한 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더 마시라고 부추긴다. 건배하고, 소주 한 잔을 입속으로 털어내자마자 한 잔이 금방 채워진다. 정신을 바짝 집중해보지만 시끌벅적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그것도 오래가지 않으면서 점점 취해간다. 이제 졸리다. 친구들은 이 모습을 보고 술이 약하다고, 어린놈이라고 놀린다. 놀림 받는 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왠지 술 약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또 마신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나리오를 통해서 비교해본 결과, 술버릇이 좋다는 것은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전자의 경우에 어른과 술을 마시며 자연스레 나의 주량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여러 방해요인으로 주량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실제로 술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신입생 개강모임 때 유독 크고 작은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고 겪으면서 어쩌면 내 고민이 조금은 보편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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