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ONE PAGE <얼음> ㅣ 박정현
고등학교때 펑크 음악에 빠져 친구들과 밴드를 하기도 했었고, 가끔은 토요일쯤 친구들과 서울로 올라와 밤새 라이브클럽을 구경하다 다음날 뜬눈으로 다시 지방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던게 기억이 나네요그때 어슬렁 거렸던 홍대 주변을 일 때문에 자주 가곤 하는데 그 시절에만 느낄수 있었던 뜨거운 감성과 문화를 누릴 수 있었던거에 저는 퍽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 프로필 ㅣ 박정현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오랜시간 꽤 좋아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분야는 '역사' 입니다
한국사 연표를 줄줄 외우거나 전 지구의 역사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심술궂은 생각이 들어 냉동실에 고이 잠자고 있던 얼음판을 꺼냈다.
양 끝을 양손으로 붙잡고 비틀었더니 성질 급한 한 녀석이 '톡' 하고 허공으로 튀어 올라온다.
그 녀석을 손으로 붙잡아 민무늬 접시에 올려 놓고 천천히 관찰한다.
녀석은 당황했는지 투명했던 표면이 하얗게 변하게 되어 곧 속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님을 알아 챘는지 씩씩대며 흰색 연기를 뿜어 댔다.
녀석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변화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불안하고 혼돈의 내적, 외적 갈등을 겪고 있다.
"나를 다시 저곳에 넣어줘요" 녀석이 말했다.
나는 이왕 심술궂은 사람이 된거 끝까지 심술을 부리기로 했다.
녀석의 간절한 떨림에도 나는 침묵 했다.
더욱 깊어지는 녀석의 흰색연기, 얼마나 지났을까?
가만히 보니 녀석은 이미 울고 있었다.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한흐느낌으로 이미 접시 바닥을 흥건하게 젖어 놓았던 것이다.
나는 좀더 지켜 보기로 했다.
장작에 불이 붙어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처럼 녀석의 눈물은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녀석의 몸은 힘없이 야위고 더욱 작아져만 갔다. 처음봤을 때의 냉철함과 기개는 어디로 갔을까? 축 늘어진 녀석의 어깨 아래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느새 녀석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녀석은 온데 간데 없고, 흔적 만이 남았다.
"넌 너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 간거야... 넌 기억 날지 모르겠지만 작년 늦여름에 넌 저곳에 들어갔고 이제서야 다시 돌아 온거야..."
난 애써 녀석을 위로 하려 중얼 거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접시에 남아 있는 녀석의 흔적을 꿀꺽 삼키고는 나도 나의 제자리를 찾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