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당연한 것에 대한 짜증

ONE DAY ONE PAGE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당연한 것에 대한 짜증

우리는 하루 동안 몇 번의 심경변화가 있을까? 출근길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우연히 앉아서 가면 기분이 좋고, 9시가 임박하기 전에 바로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놓치면 기분이 나쁘고, 점심을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고, 그러다 일이 잘 안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하루 동안에도 몇 번 혹은 수십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이 심경 변화가 많다. 그렇다고 누구나 같은 이유를 가지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는 않는다. 우리 마음이 1~10 단계까지 있다고 가정해보자(평상시 5단계), 단계가 낮을수록 기분이 좋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은 4단계에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0이 되어도 심지어 그보다 더 내려가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마음의 변화는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마음의 크기 즉 사이즈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그릇의 크기처럼 말이다.


이것에 대조해보면 나는 화를 잘 내지는 않는 편인데,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다. 내 마음 그릇은 적당히 큰 것 같은데, 그릇 입구가 울퉁불퉁하고 좁은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대중교통은 짜증이 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다. 특히 누군가 큰 백 팩을 뒤로 매고 있어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버스에 올라탄 뒤 그때부터 교통카드를 부랴부랴 찾는 바람에 탑승할 줄이 길어지거나, 열차 문이 닫혔는데도 꼭 타보겠다며 도어를 강제로 열어서 탑승하는 바람에 열차 출발시각이 지연되거나 하는 것들을 보면 너무 짜증이 난다. 또한, 버스나 기차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있으면 짜증이 난다. 당신이 무엇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지, 당신의 친구들이 얼마나 개념이 없는지, 혹은 어디서 누구랑 술을 마셨는지 나는 궁금하지 않다. 지난번 글에서도 나타났듯이 카페에서도 종종 짜증이 난다. 출근 시간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카페 계산대 앞에서 아메리카노 마실지, 라떼 마실지 고민하고, 따뜻한 거 마실지, 차가운 거 마실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간을 지체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짜증이 난다. 제발 그런 것은 계산대 앞에서 고민하지 말고, 줄 서 있을 때 고민했으면 좋겠다. 얼핏 경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냉랭하기 그지없는 짧은 대화도 이 때문에 자리 잡은 것 같다.


결국, 나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에 유독 짜증을 많이 내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당연한 것 자체가 당연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식당, 술집, PC방에서 금연이 당연하지만, 과거에는 당연히 흡연이 가능한 곳이었다. 심지어 더 오래전에는 영화관이나 버스에서도 흡연하였다. 유년시절 어른들의 술과 담배 심부름이 조금은 당연했지만,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내가 지금 짜증을 많이 느끼는 대중교통의 상황들도 시간이 지나면 많이 당연해질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규칙들도 아직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심지어 의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당연하지 않은 것도 공존하는 것인데, 당연하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과 사회가 문제라고 계속 짜증을 내고 있었다. 너무 당연한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집착하고 있었다. 쉽게 나조차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 데 말이다.

그럼 나는 왜 당연한 것에 짜증을 낼까. 혹시 나의 내면이나 무의식 속에 법, 제도, 조직, 규칙 등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군대 제대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군대 시절 꿈을 종종 꾸는 것을 보면 그리 허황된 추측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본 타로점에서도 내가 선택한 카드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반대의 모습과 성격이 있다고 했다. 평소에 편법, 꼼수, 대충대충, 설렁설렁 자세를 선호하고, 교범(FM)대로 사는 사람들을 나무랐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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