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침묵

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일을 10년간 하다보니 늘 접근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이야기를쓰려면 먼저 흰종이를 펼치겠지.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나는대로 줄줄줄 써내려간다. 누에고치가 실을 풀어내듯이…선형적인 시간에 맞춰 긴 선형적인 방법으로우측하단을 향해 글자를 채워가는 것이다.

이접근법에는 문제가 많다. 독자는 그런 방법을 통해 이야기를 알게 될지라도 필자가 그런 방법으로 글을쓰기 시작하면 이야기 전체를 관장하지 못한다. 에세이는 가능할지라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소설이나 시나리오라면그 이전의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선형적인 접근이 아니라 면형적인 접근이다. 종이를 펼치고 생각들을 흩뿌린다. 등장인물과 보조인물, 관계도, 공간, 사건, 가치, 방향성… 마치위에서 내려다본 건물 도면을 그리듯이, 이야기 전체의 요소들을 펼쳐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할 때 꼭 빼야한 것이 ‘시간’이다.

종이위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나는 마치 내 이야기의 신이 되어 빅뱅 이전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중이다. 모든 준비가 되면 빵!하고 우주의 문을 열면서 이야기가시작되는 것이다. 그 빵~ 소리가 너무 커서 Big Bang이라 부르나 보다. 이 설계과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가좋을까? 빛이 시작되기 전의 단계, 시간이 존재하기 전의단계, 캐릭터가 살아 숨쉬기 이전의 단계…그리스인들이 이런순간을 ‘카오스’라 불렀다.카오스는 원래 ‘혼돈’이란 뜻 이 아닌 <입을 벌리다>는 행위를 뜻하고 그것이 명사화되면서 <캄캄한 텅빈 공간> 이란 뜻을 갖게 되었다. 마치 내가 말을 하기 전, 복잡한 생각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둥둥떠다니는 상태같다. 그러다가 결국 입을 벌리는 순간, 말이쏟아져 나오며 세상의 공기와 만나 형태를 지니게 된다. 말을 하는 순간 인생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러고보니 언젠가부터 ‘침묵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원래 혀로 생각하는 놈,이라 불릴 정도로 말이 많은 사람이었는데말을 많이하다보니 실속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벙어리로 살아보자며 한 1년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많이 안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말할 시기를 자꾸 지연시키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며 내 안의 질서가 형성된다. 물론 어느 타이밍에는 반드시 입을 벌려 생각을 세상에 내보내야 하지만 내 안에서 충분히 숙성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숙성되지 않은 날생각을 자꾸 분출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가볍고 의존적인,뿌리없는 사람이 된다. 그래 난 그 순간을 <침묵>이라 부르련다. 침묵하는 자는 할말이 없는 자가 아니라 생각하는자이다. 그 시간을 즐기는 것도 도를 닦는 과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혼란이 나쁜게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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