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KEYWORD ONE PAGE <편의점> ㅣ 적진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3-28 오후 2.37.37.png 나무꾼


올해 목표를 책 쓰기로 정하고 끄적거리는 중입니다. sf를 좋아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시도는 하지만 끝내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주제는 넓지만 깊게는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함은 있어 꾸준히 한 걸음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 ㅣ 적진

뼛속까지 SF인 남자 , 나무꾼




편의점으로 들어가 벽에 있는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가득 술과 음료수가 가득 차 있었다. 로마 병들이 진을 치고 있듯 앞에 있는 병사가 죽으면 다음 병사가 줄을 채우듯 음료수들은 냉장고 속에서 진을 치고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라 화가 나도 열이 나도 얼굴은 차가웠다 냉장고를 열자 냉기는 두꺼운 옷 속까지 밀고 들어 왔다
이 얼어 죽을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면 온몸에 열기가 올라온다. 눈은 벌게진다
잠시 맥주 칸을 뒤적이다 맨 아래 잡다한 술 있는 칸에서 두 눈이 멈추었다 끌어 오르는 열기를 죽여버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구석에 있던 산사 술에 눈이 멈추었다. 옛날에 마트에서 짝으로 사다 먹던 산사술 산사나무 열매와 산수유로 만든 술 그리 도수도 높지 않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술
산수유의 붉은 열매처럼 붉은 병 라벨은 술병과 잘 어울린다
산수유의 붉은 알알이 싯구처럼 붉은색이 연상되지만 산사 꽃은 술색처럼 노랗다
봄이 오면 개나리가 피기 전 먼저 노란색 꽃을 피운다
봄에 산수유 마을 축제가 열리면 주말에 아이들을 태우고 이천으로 향한다. 입구부터 차가 가득 차 있어 마을 입구에서 멀리 노란색의 동네만 보고 오곤 했다
사실 마을 안에 들어가서 보면 노란색 꽃과 나무만 보이고 오히려 멀리서 온통 노란 마을을 보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
회사 일에 꽉 막힌 마음도 노란 산사 술이 풀어줄까? 멀리서 노란 병이 나에게 손짓한다
허리를 숙여 술병을 꺼내 들자 뒷줄에 있던 술병이 앞으로 밀려 나온다
냉장고 문을 닫고 과자 있는 곳으로 가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결국 새우깡 한 봉지를 집어 든다
뒤에 냉장칸에 삼각김밥과 핫바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손에 드는 건 메추리알 3알이 들어있는 훈제 메추리알
술병과 과자 메추리알을 계산하고 나오자마자 입안에 메추리알 하나를 까먹는다
힐끔 돌아보는 편의점 안에는 커피 메이커가 보이고 내일 아침 출근 전에 커피 한자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만 결국 사 먹지 않고 지나갈 것을 안다. 미래를 예언하는 노스트라다무스처럼
맘에 드는 술을 사서 잠시 회사 일을 잊고 열을 식힌다
빨리 집에 가서 한잔 먹어야지
편의점의 불빛을 뒤로하고 양손에 술병과 과자봉지를 나눠 들고 집으로 간다
메추리알은 벌써 다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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