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소소한 일본 이야기

KEYWORD ONE PAGE <소소하다>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3월 1일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목 놓아 “대한독립 만세” 외치며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그때를 되새기며 나는 일본에 갔다. 일본에 3번 다녀왔는데, 모두 3월 1일에 출발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고, 업무차 방문하는 데 매년 진행되는 행사가 그때라서 얼떨결에 독립운동 코스프레가 되어버렸다. 일본에 3번이나 갔음에도 일본을 잘 모른다. 아마 거기서 살아도 잘 모를 것이다. 일본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일본에 몇 차례 다녀온 후 일본을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과거의 역사는 별개이다. 일본을 다녀오며 보고, 듣고, 이해한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와 일본은 여러모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삶과 생활 이곳저곳에 한이 깃들어 있는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화(和)가 넓게 뻗어 있다. 화란 타인과 화합하여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섬나라라 한번 만난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날 수 있으므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잘못을 끝까지 추궁하기보다는 잘못한 것은 물에 흘려보내고 화하게 지내자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과거사에 한편으로 태연한 것도 화 문화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참고로 일본의 음식은 일식이라고 하지 않고, 화식이라고 하며, 의복은 화복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대표적인 지진국이다.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하면, 통신, 교통 인프라가 망가지기 때문에 가족 간에도 연락이 끊기는 일이 발생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연락이 두절되면 비록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서도 계속 엇갈려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을 대비해 가족들끼리 만날 장소를 사전에 정해놓고, 잘 보이는 곳에 적어놓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 가족은 지진이 발생하면 모두 어디에 있든지 공원에서 만나자. 혹시 모를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 갔을 때 지진이 발생하면 높은 빌딩으로 들어가시라. 앞서 말했듯 지진국 일본에서 30년 이내 지어진 빌딩은 모두 내진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안전하단다.


일본도 우리와 같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일본 결혼문화에서 조금 특이한 점은 우리와 다르게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도 초대를 받아야 결혼식에 갈 수 있다.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여자 주인공이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나중에는 본인이 직접 하객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혹시 예상치 못한 친구나 지인이 와서 가짜 가족과 친척이 들통나지는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럴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참고로 일본 결혼식에 초대받으면 축의금 봉투는 미리 준비해서 가야 하며, 봉투에 이름과 금액을 적어야 한단다.


끝으로 도쿄중앙역 근처에는 초고층 건물이 많다. 일본 고층건물 상위층에 위치한 식당은 고급스럽고, 가격이 비싸지만, 도쿄역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는 전망이 좋아서 더 비싸다고 한다. 왠지 모를 편안함과 안정감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도쿄역을 운영하는 JR사가 도쿄역의 원형을 보존하는 대신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 즉 공중권을 주변 건물에 판매했다. 그럼으로써 도쿄역은 복원 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주변 건물은 더욱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아직 공중권에 대한 개념과 권리가 부족한데, 아마 조만간 이것 또한 점점 구체화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겨울에서 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