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선택장애의 끝, 편의점

KEYWORD ONE PAGE <편의점>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바빠서 밥 먹을 시간이 없거나, 혹은 밥 먹을 시간을 놓쳤을 때 종종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여기서 긴급 질문! 여러분은 어떤 컵라면을 먹는지요? 바로 답하기 어려운 분도 있을 테고, 바로 답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먼저 저는 새우탕면을 먹습니다. 사실 컵라면 진열대에 가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고를지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나는 옛날 옛적에 새우탕면이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서 큰 고민 없이 그것을 선택한다. 물론 다른 컵라면을 먹을 때도 있다.


편의점에서 선택의 어려움은 컵라면에 그치지 않는다. 음료수를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시고 싶을 때 편의점에 가면 음료 종류도 너무 많아서 선택이 쉽지 않다. 커피를 마실지, 탄산음료를 마실지, 주스를 마실지, 더구나 1+1, 2+1 등 각종 이벤트까지 있어서 선택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어떤 사람은 음료수를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두 손 가득 구매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나눠준다고 하는 데, 그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점원이 “이거 드셔보세요” 하고 골라주면 좋겠다. 아니면 좀 귀찮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음료를 정해주면 좋겠다.


맥주는 또 어떤가. 그나마 과거에는 선택이 어렵지 않았지만, 전 세계 맥주들이 우후죽순 들어오면서 선택이 어려워졌다. 브로이하우스 같은 독일식 호프집이나, 이자까야 같은 일본식 선술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수입 맥주들이 편의점에도 덩그러니 진열되면서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고달픔을 달래려 했던 사람들에게 그조차도 쉽지 않게 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맥주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조금 비싼 수입 맥주를 선택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4개 혹은 5개를 만 원에 파는 이벤트를 선택하느냐. 정말 맥주 마시기도 어렵다.


흔히 선택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는 것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여러 개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은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컵라면 중에서 새우탕면을 선택하는 순간, 육개장, 왕뚜껑, 진짬뽕, 튀김우동 등 다른 컵라면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많은 음료수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순간, 역시 다른 음료수들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편의점의 사소한 것조차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조차도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빠르고 복잡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으로 결론지을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보면 우리가 시간적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과거의 많은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또 지금의 선택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다. 누구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리워할 수도 있고, 후회할 수도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현재의 삶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즉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일 것이다.


인생은 B(Birth, 출생)와 D(Death, 죽음) 사이에 C(Choice, 선택)라고 했다. 편의점의 사소한 선택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도 모두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고, 연습이다. 비록 지금은 선택이 어려워서 장애로 느껴지기도, 혹은 병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택을 하기 위해 편의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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