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생일에 대하여

KEYWORD ONE PAGE <생일> ㅣ 윤성권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2-03 오후 4.16.59.png 재생에너지 연구가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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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기억에 남는 날이다. 이 세상에 나온 날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생일을 축하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첫 번째 맞는 생일을 돌이라 부르며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 채 1년도 못 되어 죽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돌은 무사히 자랐음을 의미하여 더 각별하게 축하해준다. 몽골에서는 아이가 다섯 번째 생일이 되기 전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다. 긴 머리는 무탈하게 유아기를 보냈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돌잔치도,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도 그 의미가 과거보다 퇴색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이다.


생일이 이렇게 각별하지만, 가족을 제외한 친구들의 생일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 할 때면 꼭 생일을 이야기했고, 친구의 생일을 수첩에 적거나 달력에 표시했었다. 심지어 연예인 생일이 표시된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IT, 컴퓨터 등 전자기기의 발달은 우리에게 친구의 생일을 기억할 필요도, 심지어 물어볼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생일을 몰라도 SNS가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 생일을 대하는 자세도 꽤 가벼워진 것 같다.


관련하여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더위가 절정인 무렵 내 생일에 친구들이 놀러 왔다. 어머님은 친구들이 왔기에 삼겹살을 사 오셨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내가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니, 친구들과 부모님은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친구들은 내 생일인 줄 모르고 놀러 왔고, 어머님도 내 생일인 줄 모르고 고기를 사오셨다. 그렇게 한바탕 웃으면서 생일을 마무리했다.


대학원 때 우리 실험실은 생일에 깜짝 파티를 해주는 전통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지도교수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나였다. 나는 사람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나의 생일을 철저하게 숨겼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 버렸다. 나중에 선배들은 왜 생일을 얘기하지 않았냐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생일을 감추기 시작했다. 먼저 사람들에게 나의 생일을 얘기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여, SNS에 공개되는 생일을 일부러 삭제하거나 숨겨버렸다. 도대체 왜 생일을 감추기 시작했을까. 추측해보면 어린 시절에 나는 생일파티를 많이 했다. 시간이 흘러서 내 생일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생일도 챙겨드려야 하는 것을 인지할 때쯤 아버지께서는 “우리는 아직 젊으니 생일을 챙길 필요 없다. 그런 것은 나중에 해라” 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일잔치는 가족 및 친지들을 모시고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8남매에서 자칫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 6번째 자식이었던 아버지는 위에 형, 누나들도 계시는 데 생일이라고 가족 및 친지들 초대하고, 잔치를 벌이는 것이 상당히 눈치가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말씀 이후로 부모님의 생일을 따로 챙기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가족은 생일을 포함한 기념일을 챙기는 게 서툴러졌다.


아버지의 영향이 생일을 감추는 변곡점이었다면, 전자기기 및 SNS의 발달은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공개되고, 기존 것들의 중요성이 약해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생일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나름의 저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 지속하니 이제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생일은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날이다. 돌이켜보면 생일에 대해서 너무 인색하고 소홀했을 뿐만 아니라 마치 내 존재를 축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생일을 숨겨두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나 스스로에게는 더욱 숨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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