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다 ㅣ 신정훈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24시간이 모자라. 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선미가 24시간이란 노래에서 빨리가는 시간을 원망했다면, 나는 빨리 없어지는 돈을 원망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통장에 잠시 들렸다 이내 발길을 옮긴다. 이번주는 부지런히 움직여 기대할만 하다 말해도, 은행 잔고가 달콤한 최면에서 깨운다. 왜 항상 돈에 쪼들릴까. 매일 새로운 고객을 만나, 그들의 집을 깔끔하게 만들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 어쩌면 통장이 특별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닐까? 아니고서야 잔액이 똑같을 리가 없다. 그래서 통장을 볼 때마다 신비체험하는 기분이다. 오히려 사회 초년생 시절이 낫다.
8년 전 11월에 의경 활동을 마치고 전역했다. 사회에서 마시는 아리수는 더 달고 시원했다. 사회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자 전역과 동시에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주 5일, 하루 9시간 근무로 월 130만원 정도가 통장에 꽂혔다. 수경 월급 13만원에 비해 10배 정도 컸다. 통장에 찍힌 1,300,000이란 숫자를 보고자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카페에서 35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유니클로에서 10만원짜리 코트를 사고, 극장에서 7000원에 영화보고, 술집에서 3500원짜리 맥주 시켜도 돈이 남았다. 20만원을 적금으로, 2만원을 주택 청약으로 넣었다. 월급 200 정도 받으면 그야말로 천국이 내 것일 것 같았다.
천국은 없다. 2017년의 통장은 기막힌 평행감을 지녔다. 1월1일의 잔액과 반 년이 지난 지금의 잔액이 같다. 천국 몇 번 갈 정도로 버는데, 1원도 저축하지 못 한다. 100을 버나 그 이상을 버나 남는 돈은 비슷하다. 어째 날이 갈수록 돈 나갈 곳이 많아진다. 차에, 집에, 보험에, 직원 급여에, 세금에, 품위 유지와 여가 활동에... 어릴 때 놀이터 모래밭에서 하던 두꺼비집 놀이가 떠오른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아늑하고 튼튼할 것 같던 새 집은 금방 무너진다. 모래성은 모래성이다. 벌어도 남는 게 없고, 여차하면 무너질 것 같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리차드 기요사키가 말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직장을 갖고 높은 연봉을 받아도 파산하게 된다.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자산관리 능력은 낙제다. 한달에 1억을 벌어도 남지 않을 것이다. 절약한다고 했는데, 왜 이러지? 길을 잃고 머리를 긁적인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너무 긁어 머리에 빵꾸가 날지 모른다.
여러 방면에서 주변인의 영향은 크다. 보통 나이와 수입은 비례한다. 커리어에 연차가 싸이고, 노하우가 생기면 나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몇 해 전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괜찮은 식당에 가고, 분위기 있는 술집에 간다. 축하할 일이 있으면 호기롭게 대접한다. 제대로된 어른을 연기하려면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누구 속도 모르고 물가가 오른다. 10년 전엔 친구들 만나 노래방 가고, 밥 먹고 술 먹고 썼던 돈으로 이젠 밥 한끼 먹는다. 아버지 말에 깊게 공감한다. 나가면 돈이다.
돈이 안 모인다고 투정부리지만, 막상 소비를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어제 많이 썼으니, 오늘은 집에서 먹자. 한마디 하면 오빠는 왜 이렇게 분위기를 망쳐. 쪼잔해 보인다는 투정을 듣는다. 대범한 사람, 분위기를 읽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갑을 열어둔다. 사실 왜 돈이 모자란 지 알고 있지만,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모르는 척 나는 왜 돈을 못 모으는 거야? 익숙한 대사를 뱉고 신세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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