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달콤한 고백, 평생의 보답

소소하다 ㅣ 김혜진

by 한공기
20170305_154339.jpg 간호사
저의 키워드는 행복입니다.결국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있더라구요.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람도, 글과 음악, 인생의 목적과 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프로필ㅣ 김혜진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후 간호학을 공부하였음.

피아노 치는 간호사

복지와 힐링에 관심이 많음




엘가의 사랑의 인사

Edward Elgar

Izak Perlman의 연주이다.






왈츠가 흘러나오나 싶더니 달콤한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온다.

때로는 거칠고 현란한 테크닉을, 때로는 구슬프게 가슴을 찢어 놓는 악기인 바이올린. 그런 바이올린이 마치 초콜릿 같은 달콤함으로 귓가를 스치는 봄바람이 되어 듣는 이에게 인사를 한다.


영국의 낭만파와 근대음악을 혼합한듯한 작풍으로 건실한 클래식계의 거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에드워드 엘가. 오늘은 그의 사랑이야기를 열어보자.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엘가의 아버지는 피아노 조율사이자 악기점 주인이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15세까지 받은 교육에 만족해야 했던 그는, 음악적 재능은 있었으나 아버지의 악기점에서 이 악기 저 악기를 홀로 습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유한 자들에게 풍요로움과 여유있는 성격을 신이 선물해 주신것이라면 가난한 자들에게는 다소 어두운 그늘이 있지만 의지와 재능이 부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몫이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엘가도 그러하였다. 가난한 집의 아들이었지만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고 또한 언젠가 성공을 해야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생계를 위하여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는 29세가 되던 해에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바로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Caroline Alice Roberts). 그녀는 육군소장이며 기사 가문의 딸로서 그보다 9살이 더 많았다. 엘가와는 신분과 재력에 있어서 확연히 차이가 났던 앨리스는 소설과 시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독일어에 능통하였다. 야심에 찬 시골 작곡가인 엘가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온 그녀는 엘가의 소심하고 어두운 심성, 예민한 성격을 간파하고 그를 사랑하였고, 그가 음악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격려한다.


32세가 되던 해에 엘가와 앨리스는 약혼을 하게 되는데 오늘 듣게 되는 이 <사랑의 인사>는 엘가가 앨리스에게 약혼 선물로 작곡한 곡이다. 자신을 사랑해준, 또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독려해 준 한 여자를 위한 보답의 곡이 바로 Salut d'amour, 사랑의 인사인 것이다. 엘가는 독일어를 잘하는 앨리스에게 이 곡을 선물하면서 <Liebesgruss>(사랑의 인사)라는 제목을 붙였었는데 출판시 Salut d'amour라는 불어 제목에 부제로 붙쳐졌고, 마치 사랑의 각인처럼 새겨진 그 부제는 엘가의 사랑의 영원한 증표가 되었다.


보답이라는 것은 받은 사람이 정말 받았다고 느꼈을 때에야 가능한 것같다. 그의 영혼을 깊이 사랑하여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게 한 앨리스에 대한 보답의 마음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과 생애를 담은 것이었다. 32세에 음악가의 삶을 다시 시작하여 42세에 대성하기까지, 또한 그의 음악 인생을 통틀어 앨리스는 음악의 원천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고, 앨리스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엘가는 세상에 내놓을만한 곡을 작곡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음이 가난한 엘가에게 앨리스는 두레박 같은 사람이 되어 사랑의 우물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길어주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엘가의 보답은 그 물을 마시고 사막과 같은 인생길을 꽃을 피우면서 지나가는 것이었다. 또한 앨리스는 보답으로 시작된 그의 사랑안에서 행복한 한 생애를 살았을 것이고, 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며 사랑의 기적을 날마다 체험하였을 것 같다.


엘가와 앨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보답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보니 이전에 내가 했던 작은경험이 떠오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학원 강사로 일을 했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에너지 넘쳤고 장난끼 넘쳤고 수업시간은 정해진 수업방법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 순간이 달랐다. 나는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는것을 좋아했다. 퀴즈를 맞추는 아이들에게는 스티커를 주었고 텀이 끝날때 제일 많이 모은 사람에게는 선물이 돌아갈것이라고 약속하자 처음에는 손을 드는것도 머뭇거리던 아이들은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잘 하는 아이들은 항상 손을 들고 퀴즈를 맞추었지만 발표력이 부족하거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아이들은 가끔 참여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손을 들었어도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같은 문제를 여러번 내면서 적극적인 아이들에게 먼저 기회를 준 다음 다소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문제를 맞추도록 했음에도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된 아이들 중 일부는 "제가 먼저 손 들었는데요"하며 컴프레인을 걸었다.


좋은 의도는 좋은 방향으로 지도가 되어야지 본질을 놓치고 그 외의 것만이 판을 치면 무(無)와 다름이 없게된다. 아이들에게 여러차례 말을 했던것 같다. "얘들아, 스티커 모으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너희가 정말 아는것이 중요해. 그리고 많이 받은 사람들은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그시간을 활용하며 배워가는것 같았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자제력과 양보심을,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음과 자신감을. 소극적인 아이들이 작은 소리로 답을 말하고 스티커를 받은 뒤 하나같이 씩 웃던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웠었는지... 어느날, 그날도 어떤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데 반대편에서 '저요, 저요'를 외치는 아이에게 그 반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잘하는 아이중의 하나가 평소에 내가 하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스티커 모으는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가 웃어버렸다. 또 어떤 반에서는 "야, 누가 손 들었잖아"라며 그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실력향상도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노력하는 습관과, 옳은 것을 알고 규칙을 지키며, 또한 나 아닌 누군가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었기에 아이들의 그런 말과 행동들은 내게 선생님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보람과 깊은 감명을 주었다.


두 텀이 지나고 한 아이가 내게 편지를 주었다. 안경을 낀 귀여운 여자아이였는데 성실하지만 소극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다. 스티커퀴즈 시간에도 그 아이가 손을 들면 놓치지 않으려고 나도 나름 애를 썼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표력도, 실력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다. 그 편지에는


"선생님, 선물은... 없는데요..ㅡ.,ㅡ; 이.. 몽당연필로 쪼그려 앉아서 햇빛 쨍쨍한 창문 앞에서.. 고생하면서 쓴 편지.. 괜찮지요? 그리고...(중략) 종이시험을 잘봤어요! 진짜, 점수가 70점? 80점 정도에서 90 몇 점으로 오르니까 기분이 진짜 좋아요!"


라는 내용이 씌여져 있었다.


아이가 스스로 잘 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내게는 얼마나 큰 보답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준비한 작은 퀴즈 선물에 비해 아이들은 자신이 이해한 것에 대하여 실행함으로써 또한 얼마나 큰 보답을 한 것이었는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들이 반짝거리는 것 같다.



진실된 것을 받으면 사람은 변화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의 삶은 진정한 보답이 되어 마음을 준사람에게 또 다른 포부를 갖게 하며 삶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면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언제나 주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정말 잘 됨으로써 보답하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그리고 무엇인가를 받게 되거든 꼭 삶과 인격이 변화됨으로써 보답하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연출되기를 바래어 본다.


다시 엘가에게로 돌아와 마무리를 해야겠다.

엘가의 음악은 성악곡이 아닐 때에도 사람의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이는 그의 음악언어가 영어의 억양과 흡사하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에게 음악이란 그것 자체로서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과 사랑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혹자는 "모든 음악적 배경을 떠난다 해도 사랑의 인사만큼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수 있을 같지는 않다"고 하였는데 그의 음악만큼 삶으로써의 "보답"을 말하는 음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한 그의 삶만큼 사랑의 힘을 증거하는 음악가가 다시 탄생할 수 있을런지.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여러분이 그 주인공이 되어 보심은 어떠신지.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교향곡의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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