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상대성 이론

공통주제 <열> ㅣ 정아랑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7-09-21 오후 9.53.53.png 대학원생
학부시절에는 정기적금을 1년 만기로 십 만원, 십 만원, 이십 만원 이렇게 세개를 들어서 만기타서 방학마다 여행가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그 때의 추억으로 지금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뭐하지?" "오늘 뭐먹지?" 이 고민으로 가득차서 한국에서 있었던 고민들이 다 쓸데 없어 져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작가프로필 ㅣ 정아랑

영문학 전공.

KEWORD: 운동, 나눔, 부모님, 낙서, 수다 여행




내 손은 여름엔 뜨겁게 열을 내뿜고, 겨울에는 냉기를 내뿜기 때문에 애정없이는 이 손을 잡아 줄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준다면, 나는 여기서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여름에 차가운 손을 가진 사람, 겨울에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들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에 뜨거운 손과 겨울에 차가운 손을 가진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더 큰 것 같다. 여름과 겨울에 내 손을 잡는 사람들은 수고를 감수하지만, 반대로 나는“아 시원해”와 “아 따뜻해”라고 말하며 웃는다.




겨울에 밖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가방과 외투만 내려 놓고, 거실 티브이 앞에 자리잡은 엄마 옆에 딱 앉는 순간, 엄마는“어이쿠 손 줘바, 왜 이렇게 차가워” 하고는 두 손을 꼬옥 잡아서 녹여주신다. 그렇게 내 손은 점점 따뜻한 기운이 돌고 으스스한 몸도 같이 녹는다. 엄마의 따뜻한 열이 나에게로 온다. 오늘 무슨일이 있었는지, 누구랑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쫑알쫑알 수다를 떨면, 옆에 있던 아빠는 잘 듣고 있으면서도 괜히 “딸, 새소리좀 그만해 ” 라고 말한다. 입 꼬리에 웃음기가 가득한 아빠의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그러다 아빠 목덜미에 아직 덜 녹은 손을 가져다 대고 아빠를 놀래킨다. 겨울에 열이 하나도 없던 내 손은 엄마와 아빠의 애정으로 따뜻해진다.




몇 년 전, 보통 사람들보다 더 더위를 타는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금방 몸이 차가워 지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뜨거운 손을 그 사람 팔뚝에 대고 식히는 것을 좋아했다. 마치 아빠를 놀리는 것 처럼 말이다. 같이 보낸 첫 여름에는 내가 손을 갖다 대고 시원해 하면, 뿌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그 얼굴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나중에는 내가 가까이만 와도 열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이유때문에 헤어진 건 아니지만, 사랑이 식어가는 것임은 틀림 없었다. 그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나 손을 잡을 때면, "내 손 뜨거운데 괜찮아?" 라고 조용히 양해를 구하게 된다.




내 손에서 내뿜는 뜨거움은 애정의 정도를 확인 할 수 있다.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누군가나에게 한 말을 빌리자면, ‘여름에 손 난로를 쥐는 정도’의 애정이 있어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겨울이 되면 내 손의 냉기도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미안한 마음은 뒤로 미뤄두고, 어느 누구든 내 손을 잡아주면, 겨울엔 따뜻하다고, 여름엔 시원하다고, 행복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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