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ONE PAGE <편식> ㅣ 최미애
명상을 하면서 '관찰'이 취미가 되었어요.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파악하는 관찰 작업을 수행하고,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 자신을 순간 순간 깨달을 수 있도록 뭔가를 좀 써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작가 프로필 ㅣ 최미애
IT 9년차 직장인.
불교와 명상에 관심이 많아 경전을 읽으며 '집중'과 '관찰' 수행을 하고있다.
자신의 특기를 이용해 세상에 관한 '관찰일기'를 쓰려한다.
편식은 흔히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려고 하는 나쁜 습관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 편식은 못 먹는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를 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나는 대체로 고기와 흰 쌀밥과 맥주를 좋아하지만, 채소나 생선, 잡곡밥, 소주 등을 안 먹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못 먹던 음식은 못 먹는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내장류의 음식이 있다. 곱창이나 순대, 간이니 허파니 하는 부속 말이다. 못 먹는 이유를 보통 징그러워서 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하게는 냄새 때문이다. 그런 음식을 파는 음식점에 앉아만 있어도 냄새 때문에 속이 조금 안 좋아진다. 냄새가 유사한 돼지국밥이나 선지국 같은 것도 먹지 못한다. 좀 더 나아가서 향이 독특한 음식들도 잘 먹지 못하는데, 비린내가 심한 해물류나 이국적인 향신료가 많이 함유된 이슬람 음식도 많이 먹지 못한다. 기호품 중에서는 얼그레이도 맞지 않는다. 그런 음식들은 정량의 반 정도만 먹으면 속이 조금 메슥거리기 시작한다.
한 번은 내가 곱창을 못 먹는다는 것을 모르는 회사 사람들과 같이 곱창집에 간 적이 있다.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재첩국만 연신 들이키며 소주를 홀짝였다. 회사 동료들이 제대로 맛있는 걸 못 먹어봐서 그럴 수 있다며, 숟가락에 곱창 한 토막과 부추, 콩나물 무침을 수북이 얹어 주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먹어 보았다.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곱창 특유의 냄새가 올라왔다. 입 안에 든 것을 삼키고 소주를 두 잔 연속으로 마셨다. 다들 아쉬운 얼굴을 했다. 얼른 곱창집에서 나왔고, 2차로 갔던 바에서 내게 라면을 시켜 주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는 그냥 나를 빼놓고 간다.
나 이외에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제각각 못먹는 게 있다. 누군가는 전반적으로 생선류를 못 먹고 – 그분은 네 발 달린 것을 좋아한다 -, 누구는 갈치 외에는 생선 구이를 못 먹고, 다른 사람은 카레를 못 먹는다. 때문에 점심 식사로 가장 많이 먹는 것은 김치찌개이고, 회식은 삼겹살 등 평범한 부위의 고기를 먹으러 간다.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는 등 단체 생활을 하는 경우, 모두가 같이 먹을 음식은 이처럼 신중하게 결정 되어야 한다. 함께 식사를 하는 이들의 편식의 교집합 가운데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 관계가 포함된 경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회식 음식을 결정할 때 어르신께서 회를 좋아하신다면 제 아무리 구성원 가운데 못 먹는 이가 있어도 횟집을 가야 한다. 그는 비록 철판에서 자글대는 버터 치즈 옥수수만 먹게 될지라도 입 밖으로 불평하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가끔 그런 강제성이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새로운 음식에 눈뜨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사수였던 선배는 원래 간장게장을 못 먹었으나, 꽤나 높으신 어르신께서 이 집이 정말 맛있다며 데려간 곳에서 전혀 비리지 않고 고소하기 이를데 없는 간장게장을 맛보게 되었다. 그 후에는 약간 비린 간장게장을 먹어도 그 안에서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돈부리 집에서 가라아게동을 먹으며, 퇴사를 한 그 선배의 일화가 문득 생각났다. 의도도 선량했고, 결과적으로도 좋았으나, 절차가 그다지 선량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 지 한동안 고민했지만 쉽사리 답을 낼 수 없었다. 민주주의도 현대 사회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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