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편식을 고집한다

KEYWORD ONE PAGE <편식> ㅣ 윤성권

by 한공기
KakaoTalk_Photo_2017-08-12-07-44-44.jpeg 재생에너지 연구원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염에 걸렸다. 그 전에 내가 장염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은 그냥 배앓이였나보다. 장염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음식과 거리를 두라고 한다. 이유는 공복 상태가 되어야 세균이 더 증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뭐 어쨌든 한동안 밥을 먹지 못했고, 이온 음료인 포카리스웨트만 마셨다. 아니 먹었다. 장염으로 인해 포카리 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보통 식생활에서 편식보다는 골고루 음식을 먹는 것을 장려한다. 당분간 골고루 음식을 먹지 못하다 보니 평소에 먹던 밥과 김치가 상당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 집은 김치에 대해서 편식이 있는 편이다. 다른 반찬보다 김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다. 익은 김치, 김장 김치, 열무 김치, 깍두기 등 다양한 김치가 밥상에 오르곤 했다. 알다시피 밥상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반찬은 김치만 있는 셈이다. 그 중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김치는 고구마순 김치이다. 아버지는 고구마순 김치를 먹기 위해 손수 고구마순 껍질을 벗긴다. 다른 집안일은 거의 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고집이다. 난 고구마순 김치는 생김새 등등이 정말 별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김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집만 먹는 줄 알았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고구마순 김치 같은 것은 아예 없을 거로 생각했다. 김치 고집 때문에 지금까지도 김치를 상당히 좋아한다.


편식에 관해서 얘기하니 군대 시절도 빠질 수가 없다. 군대 밥이 맛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하다. 특히 닭튀김과 꼬리곰탕이 참 맛있다. 계급이 낮을 때는 배식해주는 대로 먹어야 하므로 맛있는 반찬을 많이 먹을 수 없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빨리 계급이 올라가서 닭튀김과 꼬리곰탕을 마음껏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병장이 되면 식사시간 전에 먼저 식사를 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닭튀김과 꼬리곰탕이 나올 때면 편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최고 선임자인 병장씩이나 되어서 닭튀김 많이 먹겠다고 하는 행동들이 상당히 한심하고 고집스러워 보였다. 또한, 내가 많이 먹으면 후임들 먹을 게 없어지기 때문에 이후에는 PX에서 라면이나 냉동 음식을 고집 하게 되었다.


예전에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술, 커피,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사람이 닭의 발까지 먹어야 됩니까 라고 하며 닭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성이 나에게 닭발을 먹지 않는 사람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먹어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내 의지대로는 닭발을 먹지 않는다. 일종의 귀여운 편식이다. 그런데 그 여자도 편식이 심했다. 술을 싫어하더라도 커피를 좋아하고, 그 둘 다를 싫어해도 떡볶이를 좋아할 텐데, 그 세 가지를 싫어한다니 참 특이하다. 나는 지금까지 그 세 가지를 모두 싫어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남자도 본 적이 없다. 가만히 보면 그 여자는 정말 고집이 센 것 같다.


편식은 꼭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나는 책과 음악에 대해서도 고집이 센 편이다. 책과 음악을 음식으로 비유하면 책은 반드시 안 먹는 음식이 있는 편이고, 음악은 한두 가지 음식만 먹는 편이다. 책은 소설, 에세이, 인문학 등을 많이 보는 데 자기계발서는 절대 안 본다. 음악은 김광석, 유재하 등으로 대표되는 8090 노래와 멜론에서 선별해주는 1~100위 최신곡만 듣는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생각해보니 편식은 정말 고집이다. 실제로 신문기사나 글을 보면 편식을 고집한다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한다. 음식도 어렸을 때 먹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고 즐겨 먹는 음식이 생기는 것처럼 책과 음악 그리고 다른 것에 대한 고집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고집 센 사람들은 정말 피곤하기 때문이다.




윤성권 작가의 다른 글이 읽고싶다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춘문예 당선작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