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ONE PAGE <편식> ㅣ 한공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인간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 낯선 음식, 낯선 사람, 낯선 책, 낯선 영화, 낯선 음료수 등등. 때로는 큰 용기를내어 그 낯선 것을 접해보는데 의외로 만족스럽거나 아니면 공포로 느낄 정도의 최악의 경험이 되곤 한다. 최근 의외로 좋았던 것은 ‘코코넛라떼’ 였다. 코코넛이라는 것을 평소에 먹지 않아 그것이 커피와 만났을 때의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내가 코코넛라떼를 먹게 된 계기는 카페 알바생이 이뻤고 그녀가 그것을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고소하면서도느끼한 코코넛 오일은 라떼와 찰떡 궁합이었다. 특히나 여름에 코코넛라떼를 마시며 눈을 감으면 태국이나 보라카이 야자수밑에서 이국의 정취를 만끽하는 기분이 든다.
최근 최악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먹었던 매운맛 핫바이다. 핫바 전문매장이라 다양한 핫바가 진열되어있었다. 야채핫바, 새우핫바, 맛살핫바, 소세지핫바 등등. 그것들 중 가장 안팔리는 것이 한쪽에 쌓여있었는데 그것이 고추핫바였다. 난 오래전부터 소외된 것들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그래서 남들이 왕따를 시키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놀았다. 물론결국에는 그 친구가 왜 왕따를 당하는지 철저하게 깨닫게 되곤 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왕따를 시켰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추맛 핫바...넌 왜 이렇게 안 팔리니? 내가 먹어줄게. 다른 핫바랑 색도 달랐다. 일반적인 누리끼리한 색이 아니라 까무잡잡한 색이 마치 태닝을 한 피부같았다. 난 그 구릿빛 핫바에다가 케찹과 머스타드를 잔뜩 뿌려서 한입에 물었다. 우오오오! 내가 핫바를 먹자마자 낸 소리이다. 원래 매운 음식을 잘 먹는데 이건 완전 미친맛이었다. 입천장이 애리고 위가 쿡쿡 쑤셨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죽죽 흘렀다. 문제는 그 핫바를 다 먹고 집에 올때까지배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가야하나 생각할 정도였다. 즉 내 몸에 비상벨이 울린 것이다. 위장이 꼬여서 숨이 막혔다. 내 안에 불이 났다. 그 불을 막기 위해 편의점으로 달려가 커다란 플레인 요거트를 사서 입안에 부었다. 요거트가 위 벽을 감싸며보호해 줄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배가 쿡쿡 쑤셨다. 결국 물을 잔뜩 마시고 화장실을 몇번 왔다리 갔다리 하고나서야 결국 진정되었다.
신기한 것은 내가 그런 위기 상황을 나름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같으면 ‘아이씨 똥밟았네! 그 핫바집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이정도면 식품 위생법에 걸리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며 분노 할텐데 난 오히려 호흡이 가빠지고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생긴거지? 이거 완전 극한 체험인데... 엄청 강해지겠군’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변화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경험 그 자체에 대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좋다와 나쁘다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좋은 일이 누구에게는 나쁜 일이 될 수 있다. 또 좋다고 판단한 일이의외로 나쁘게 흘러갈 수도 있고, 나쁘다고 판단한 일이 의외로 좋게 흘러갈 수 있다. 즉 나는 그 판단을 경계하려고 애를 쓴다. 물론 예전에는 급판단을 하며 살아가던 습관이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남의 말을 끝까지 안 듣는 편이다. 얼마전에는 우연히 인터넷으로 3살 짜리와 6살 짜리 아이가 말싸움 하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둘의 대화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배꼽을 잡고웃었다. 그 동영상을 우리 가족들에게 보여주는데 10초도 안 지나서 누나는 “애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네...”, 엄마는 “누구 애들인지 모르겠지만 참 못났다...”그런 말을 하며 모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집에서 좀처럼 말을 꺼내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한다해도 말을 꺼낸 의도를 끝까지 전달하기 불가능하다. 그런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다보니 ‘소통’에 중요함에 대해누구보다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다. 분명 나 역시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려고 무단히 애를 쓴다. 내가 깨달은 점은소통의 기본이 수용능력이라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 그리고 관계하는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고 우선 있는 그대로받아주는 것이다. 물론 그 경험을 통해 더 조심하게 되는 상황이나 사람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 경험 자체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나를 성장시킨다. 물론 취향에 안 맞는 것을 억지로 할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끝까지 부딪혀보는 것도 나름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신 카레를 먹으며 그런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당근주스는 좋아한다. 카레에들어가는 당근은 싫지만 갈아서 마시는 당근은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근 자체에 어떤 기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상황에서 당근을 만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패션용어로 말하자면 TOP이다. (옷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Time 시간, Occasion 상황, Place 장소가 중요하다는 말) 즉 결론은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것이 옳은 것 같다. 굉장히 미묘한 얘기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캐치하다보면 지금 내가 뭘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핫바주인이 내가 고추핫바를 지목했을 때 약간 머뭇거리며 ‘이거 굉장히 매운데 괜찮겠어?’ 눈빛으로 싸인을 줬던 것이 기억난다. 난 그 주인의 신호를 무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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