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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Dec 18. 2017

'나'라는 자동차

KEYWORD ONE PAGE <습관> ㅣ 김혜연

간호사 
저의 키워드는 행복입니다.결국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있더라구요.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람도, 글과 음악, 인생의 목적과 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프로필ㅣ 김혜연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후 간호학을 공부하였음.

피아노 치는 간호사  

복지와 힐링에 관심이 많음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이었던가,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무었이냐고. 교탁 옆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내 옆자리 짝꿍이 대답했다.

"전 종이를 찢어요"

생각해보니 나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딱히 없는 것 같아서 '아,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것 같다' 하고 다음에 한번 써봐야겠다 싶었다. 피아노를 줄기차게 치기 시작했던, 불타는 사춘기였던 시기. 어느날,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였던 나는 친구의 말이 생각 나 종이를 쭉쭉 찢어보았다. 촤륵촤륵 소리가 나름 시원하게 들렸지만 괜시리 내 마음을 찢어버리는것 같은 느낌에 몇 번 하고는 하지 않았던것 같다. 친구에게는 맞는 방법이 내게는 맞지 않는걸 보니 그건 내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러고 보면 마치 친구를 만나듯 습관을 형성하는 어떤것도 자신의 코드와 싱크로율이 맞아떨어질 때 나의 신체의 일부인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나보다. 타인의 것은 내게 맞지 않기 때문에 꼭 '다른 사람 옷 입히지 마'라고 말하는 내 안의 외침이 종이찢기에서 별 효과를 내지 못했었던거다. 그 후 나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지금은 나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것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습관과 그 선택에 있에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이 된다.  각자의 동력으로 천차만별의 속도와 파워를 낼 수 있는 엔진. 그것이 사람이고 '나'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실체 없는 이 '습관'이라는 것을 살아있는 무엇인가로 만드는 주체로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는것 같다. 또한 아주 작은것에서 시작해 보다 크게 의미를 부여하여 인생 전체를 포함해 본다면 습관을 형성해 간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의 꿈과 미래를 향해 가는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이 엔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중학생 때였다. 운좋게도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으신 ROTC 출신의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으신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수업도 재미있게 하시고 평소에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신 분이었지만 혼을 내실때는 정말 벌벌 떨릴정도로 무섭게 하셔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카리스마 킹왕짱이신 분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참 많이 해 주셨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셨지만 요지는 '너희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세상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셨다.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었던 선생님의 말씀들이 내게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던 것이었을까.  모그룹 회장의 좌우명을 들은 후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마음먹고는 "삶을 치열하게"라는 문구를 적어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나의 연습시간은 매일 5시간에 육박해가기 시작했다. 음악으로만 말한다면 대학교 2학년까지, 나는 쉴새없이 달렸던것 같다. 그랬다. 선생님의 말씀은 내게 시동을 걸었고 나를 앞으로 가게 만들었던 것 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사뭇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엔진과 시동을 찾은 김에 기름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건.. 발전하고 변화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던것 같다.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길,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길을 매일같이 걸어다녔지만 그 길은 참 시원했다. 오늘도 다 해냈구나 싶었고 모든것을 다 날려버린듯했다. 인간이기에 항상 그렇지는 않았지만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붓고나서도 그 다음날 또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을만큼, 하루의 기름은 그 날을 위한 것이라는 듯  채워지곤 했었다. 그리고 가끔 무대에 서서 마지막 음이 사라지고 손을 떼었을 때, 썩 괜찮은 연주를 했구나 하는 쾌감과 듣는 이들의 박수의 진동수는 일치하는것 같았다. 


'나'라는 자동차가 움직인다.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니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새차에 기름도 매일 가득찼던것 같다. 현재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 와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도 변했고, 나도 십대의 풋내를 벗은지 오래.  마치 어플이 업그레이드 되듯 '나'라는 엔진이 쉽게 교체되기를 바라는 세상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쉽고 빠르게 나 자신을 교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동을 걸 수 있는 자극도 스스로 찾도록 외부의 자극들은 점점 줄어드는 나이가 되기도 했다. 경험으로, 책이나 다른 요소들로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스스로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내게 준것 같이 느껴져 어른 할만하구나 싶기도 하다. 한편으론 그동안 세상도 나 자신도 겪어봤기 때문인것인지 그냥 'Go'를 외치며 달려가던 어렸을 때와는 달리 '안되는건 안되' 하며 의도적으로 기름을 안 넣는 것들도 생긴것 같다. 그것들이 포기가 아닌 판단이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 중엔 포기도 있었겠지. 포기했다는 걸 외면하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다 따져보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그저 앞을 향해 가고자 하는, 지나간 과거는 크게 의미없음을 인식하는 나의 선택일 뿐. 그저 어떤 선택을 해 왔든지, 어떤 습관이 내게 자리 잡게 되었든지, 마음먹고 다시 가기 시작한다면 새차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포근한 기분이 든다.  


 이제 곧 새해다. 다시금 '나'를 결정하고 1년을 살아가야한다. 남은 한 달 동안은 엔진 업그레이드 실시, 언제든 시동 꺼지지 않게 할 준비, 채워야 할 기름들 희망을 담아 정비 완료시키기! 남겨진 과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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