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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Apr 03. 2018

잊고지내서 미안해

공통주제 <눈>ㅣ정아랑

대학원생
학부시절에는 정기적금을 1년 만기로 십 만원, 십 만원, 이십 만원 이렇게 세개를 들어서 만기타서 방학마다 여행가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그 때의 추억으로 지금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뭐하지?" "오늘 뭐먹지?" 이 고민으로 가득차서 한국에서 있었던 고민들이 다 쓸데 없어 져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작가프로필 ㅣ 정아랑 

영문학 전공. 

KEWORD: 운동, 나눔, 부모님, 낙서, 수다 여행



언제부터인지 눈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었다. 글을 써보려고 시도했을 때만 해도 ‘눈’. ‘요즘 정말 눈 내리는 것에 대해 내가 무감각 하구나.’ 라고 생각 한 후 눈이 내리지 않는 따뜻한 도시를 갔다 왔는데, 자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진짜가 아닌 눈에 예기치못하게 감동을 받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눈은 나에게 최근 몇 년동안 신발이 망가지는 날, 구두를 신을 수 없는 날, 지하철을 타야하는 날 정도이었다. 생각해보니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특히나 강릉에 어마어마하게 내리는 눈을 보고 놀라서,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눈때문에 눈물을 흘릴 줄은 정말 몰랐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눈물에 얼굴이 적셔질 정도로… 


이번 여행은 강행군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역시나 항상 하던대로 힘든 일정으로 여행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도착한 다음 날 디즈니랜드를 갔는데,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고속도로에 뜨는 해를 보며 도착해서 디즈니랜드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디즈니랜드에대한 열정이 있진 않았지만 원래 놀이기구를 좋아하는지라 습관대로 전략을 세워 패스트패스(인기있는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기구를 공략해 탔다.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되어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이제는 그만 숙소에 돌아 가고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불꽃놀이는 꼭 보고가야한다며 나를 끌고 다녔다. 그 당시 사실 너무 힘든 상태 였다. 핸드폰 건강 어플을 통해 보니 거의 삼 만보가 채워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의도 불꽃축제를 몇 년 봐와서 디즈니랜드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얕잡아 봤다. 그러나 메인 스트리트에 사람들이 모이고, 거리의 스피커를 통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가 흘러나오고, 음악에 맞춰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불꽃이 팡팡하고 터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에 놀랐고, 음악과 어우러지는 연출력에 놀랐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 절정이 마지막 피날레에 내린 인공 눈이었다. 힘들었던 순간에 감동이 배가 되어다가왔다. 내 마음 속 잠시 잊혀졌던 눈에 대한 감성과 순수함을 툭 하고 건든 것 같았다. 눈물이 났다. 눈이 오지 않는 도시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너무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내가 얼마전까지 느꼈던 감정인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내가 눈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눈 내리는 것만 봐도 “와아 눈이다” 행복했는데, 왜 잊고 있었을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디즈니 성 앞에  가득 찬 사람들이 눈 내리는하늘을 보며 환호성 지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짧은 영상처럼.


눈이 소복소복 내리면 나는 행복했다. 내리는 눈을 보며 웃는 게 나였다. 그동안 잠시 잊고지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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