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을 하려는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당선 후 과정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하셔서 알려드리려 합니다.
일단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당선입니까? 작가입니까?
이 질문의 의미에 관해서 설명하기 전에 일단 작가 세계관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관객(지상)이었던 사람은 "아! 나도 저런 스토리를 쓰고싶다!"하고 작가의 꿈을 꿉니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면서 자기도 모르게 스토리텔링 하게 됩니다.
용기있는 사람은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며 우주비행사(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우주선이 비행에 실패하고 고꾸라집니다.
왜 그럴까요?
4단 분리를 잘 못해서 입니다. 4단 분리? 그게 뭘까요?
1단 장르 공부 / 작품 분석 및 해부
2단 기획안
3단 구성안
4단 대본
순서대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우주비행사 되는 법(작법이론) 책만 읽고, 바로 로켓발사(공모전 도전)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나사에서 행해지는 실습 훈련은 얼마나 많을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가지망생들은 실습과정도 통과하지 않고 바로 단번에 공모전에 도전하곤 합니다.
쉽게 쓰려고 그저 공식을 외우고 자신의 소재를 대입시킵니다.
예를 들어 16부작 로코 공식(4부 첫키스/ 8부 위기 / 12부 이별 / 16부 해피엔딩...)에다가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쓰곤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모전에 도전하면, 당선될 확률은 로또보다 어렵습니다. 또 당선된다 해도 최종대본을 완성 못해서 애를 먹습니다.
1단 장르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 대표작품을 연도별로 뽑아서 초기작부터 차근차근 봐야 합니다.
1단 작품 분석 및 해부는 자신이 몇번이고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을 시놉시스 - 시퀀스 리스트 - 씬리스트 - 대본까지 써봐야 합니다. 마치 의사가 되기 위해 해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1단의 과정은 영상스토리텔링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가수지망생이 기존곡을 연습해서 커버곡으로 노래하고, 댄서지망생이 기존 안무를 외워서 따라추고, 화가지망생이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모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너무나 필수과정인데 작가지망생들은 대부분 이 작업을 잘 안합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2단기획안에서는 오리지날리티와 시의성이 정말 중요한데 또 거기서 실패합니다.
그저 흥미로운 소재만 가져와서 이렇게 저렇게 짜집기를 하는데 진정성도 발란스도 없습니다. 스토리는 반드시 자신의 경험과 고민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픽사의 모든 작품이 감독의 개인 경험에서 출발했듯이 자신에게 절실한 고민과 어울리는 소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스토리를 써야 합니다.
3단 구성안은 1단에서 훈련했던 방법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1단 훈련을 해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3단은 디자인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4단은 3단 과정이 스케치 되어있는 캔버스를 물감으로 채우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화가가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 그리듯이, 작곡가가 오선지를 채우듯이... 자기만의 예술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당선!!!
"와~ 너무 기뻐~ 신난다~" 딱 발표날 하루만 기뻐하세요. 아니 당선금이 통장에 꽂히는 날까지 포함해서 이틀만 기뻐하세요.
왜냐하면 당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당선되면 프로듀서와 미팅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선택받지 못하면 딱 거기까지 입니다.
즉 스토리마켓에 제품을 등록할 수 기회가 생기는 것 뿐입니다. 아무도 사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제작사 공모전은 다이렉트로 개발 과정으로 넘어가지만 본인이 개발 능력이 없으면, 반드시 계약이나 제작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작사와 접촉한다고 해도 바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개발과정 - 투자과정 - 회사사정 등 변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빨리 계약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요?
계약
몇번이나 강조했습니다. 탄탄한 기본기로 대본을 진짜 잘 써야 합니다.
PD도 작품이 좋아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컨셉은 좋은데 대본이 불안하면, 계속 고치는 과정만 반복됩니다. PD도 복창 터지겠죠. 작품이 잘 빠져서 빨리 투자자에게 돌리고 싶으니까요.
우주에 수많은 위성들이 방황하듯이 스토리시장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심지어 계약하고 제작까지 되었는데 흥행에 실패하면 누구도 그 작가를 먼저 찾지 않습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즉 우주에서의 삶은 정말 작가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모험의 시작입니다.
스타작가
제가 20년간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수강생에게 처음 하는 질문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입니다.
한국 작가중에 언급되는 사람은 김수현, 노희경, 김은숙, 김은희, 임상춘, 박지은, 정서경, 박해영 8명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영화,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가가 고작 8명이라는 것이 신기하지 않으세요?
이중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정서경 작가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한국 스토리시장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분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스타작가의 꿈에 사로잡혀서 그분들의 작품만 보고 작가가 되려 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수강생을 가르치면서 놀란 점은 한국 작가지망생들이 정말 작품을 많이 안 본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자막 읽기 싫다고 외국 작품을 아예 안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 작품도 자막 틀어놓고 봅니다.
한국의 수많은 현업작가들은 외국 영화, 외국 드라마를 진짜 열심히 보며 참고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결론
당신의 목표를 작가로 하세요. 그래야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쓰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당선됩니다.
공모전 당선자들 중 그 다음 단계로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된 사람들도 엄청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작가가 되고싶다 꿈꾸는 단계 / 치열하게 작품을 보며 분석하는 단계 / 작품을 잔인하게 해부하는 단계 / 새로운 스토리를 기획하는 단계/ 레퍼런스 작품을 활용하는 단계 / 구성하며 스토리텔링을 디자인하는 단계/ 대본 초고를 쓰는 단계 / 퇴고하는 단계 / 프로듀서와 상의하며 조율하는 단계
모든 단계의 삶이 정말 다 다릅니다. 그 모든 삶을 다 통과할 것을 각오하세요. 막연하게 쓰지 마시고 본인이 어느 단계에 있나 점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