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통주제 <정체성> ㅣ Vincent
글을 쓴다. 하나의 글귀는 주제가 되어 설명과 예시를 부른다. 예시는 인물과 배경을 등장시켜 사연을 만들고 사연은 플롯의 옷을 입어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부르고 재미와 감동으로 현혹한다. 거짓말에 진실을 담아, 진실을 그럴듯한 거짓말로 위장시켜 현실의 감옥에 갇힌 이들을 상상 속의 우주로 탈출시킨다.
작가 프로필 ㅣ Vincent
아이들은 황홀한 피리 소리만 따라갈 뿐 남자의 정체 따윈 관심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글이 결정할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로맨스든, 우주의 장대한 모험담이든, 인생에 대한 미천한 깨달음이든 인정 욕구에 중독된 자아를 외면하고 순정의 진실만 담아 당신에게 글을 쓴다.
내 이름은 Vincent.
한 줄을 써도 부끄럽지 않은 글로
당신과 마주할 수 있기를...
오후 12시 40분 기상.
화장실에서 일을 보며 MLB 파크에 밤새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한다.
양치와 세수를 하고 머리에 물을 적시고 드라이를 하고 로션을 바른다.
청바지와 티, 패딩을 입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는다.
교통카드 겸 체크카드와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에 넣고 입술에 비판톨을 바르고 1시 10분에 집을 나선다.
1시 23분 전철을 타고 지대넓얕을 들으며 MLB 파크와 네이버 차/테크 섹션을 훑어보고 직장에 도착하면 2시 25분.
강의실에 들어가 노트북을 설치한 뒤 데스크에서 그날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식사한다.
비빔밥과 국수를 주로 파는 식당에서 주중 5일 중 3일은 비빔밥을 하루는 잔치국수와 주먹밥을, 나머지 하루는 비빔국수와 공깃밥을 먹는다.
세븐 일레븐에서 5일 중 3일은 카와 리치 캐러멜을, 2일은 티오레를 사고 이틀에 한번 포카리 스웨트를 추가로 산다. 시골의 아버지에게 별 일없으시냐고 전화드린 후 4시까지 그날 자료를 작성하고 30분간 낮잠을 잔다.
4시 30분에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학부모 상담, 5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과제 목록과 업무일지를 제출한 뒤 10시 30분에 퇴근.
10시 40분에 역 앞 식당에서 주 5일 중 3일은 제육덮밥을, 하루는 돈가스를, 하루는 치즈떡볶이를 먹고 바로 옆 편의점에서 주스팩 하나 빨아 마시며 역에 도착, 11시 4분 전철을 탄다. 오는 전철에서 올레 TV 모바일로 월, 수, 금은 빅뱅이론을 화, 목은 소프라노스를 본다.
12시 20분에 집에 도착하면 노트북을 도킹에 장착하고 샤워.
월, 수, 금은 러쉬 탈모방지 샴푸바로 머리를 감고 화, 목은 일반 샴푸, 봄이라 샤워 후 보디로션을 바르고, 로션의 끈적함이 가실 동안 배스킨라빈스를 몇 스푼 떠 먹는다.
매트에 등받이를 고정하고 허리 아래로 담요를 덮고 밥상을 놓고 노트북을 켠다.
기타로나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을 작게 틀고 글쓰기 시작.
4시에 밥상을 치우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양치를 하고 약과 수면제를 먹고 불을 끄고 매트리스에 눕는다.
패드로 MLB 파크를 훑어보다 잠이 오면 잠을 잔다.
금요일에는 오자마자 샤워하고 수면제 한 알 더 먹고 일찍 잠든다.
토요일 아침 7시 40분에 일어나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길고 힘든 하루를 각오하며 스타벅스에 들러 캐러멜 마키아토를 들고 편의점에 들러 에그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 팩, 콜라 등을 사가지고 학원에 도착, 10시부터 4시까지 수업.
4시 30분에 퇴근하면 역에 가는 길에 집밥을 맛있게 하는 식당에 들러 그날의 메뉴를 먹고 가까운 백화점에 들러 평소 눈여겨보고 있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머리에 한번 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6시에 도착하면 집 정리하고 7시부터 과외수업. 10시에 애들 보내고 마트에 들러 토요일 저녁식사부터 일요일 저녁식사까지 세 끼를 해결할 먹거리와 주전부리를 사 온다.
샤워 후 마트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 계획했던 영화 중 2편 정도 보고 책도 보고 만화책도 보다 5시쯤 약을 먹고 6시에 잠든다.
일요일 오후 2시에 일어나 3시까지 용변, 세면, 식사 후 양치, 3시부터 4시까지 설거지, 청소, 분리수거하고 은행에 들러 입금할 곳에 입금하고 스타벅스 입장.
캐러멜마키아토 하나 들고 북적이는 카페 안에서 어떻게든지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켠다.
7시까지 글 쓰고 집에 도착해서 10시까지 과외수업.
10시에 일주일 분 빨래 돌리고 일주일 동안 입을 옷 정리하고 또 글쓰기.
2시쯤 밀린 버라이어티 예능 몇 개 보고 4시쯤 약 먹고 잠. 다시 월요일로 무한 루프.
일주일에 한번 치과 가서 신경치료받고
한 달에 한번 병원 가서 약과 수면제 처방받고
매월 말일에는 서점에서 맥심과 에스콰이어를 사고
월급날에는 이곳저곳 돈 보내고 머리를 깎고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고
국경일에는 아이를 만나고...
어제와 똑같은 오늘, 지난주와 똑같은 월요일,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
피부는 빛을 잃고 배는 나오고
성격이 무뎌지는 건지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지
점점 기억은 줄어들고 꿈과 상상도 옅어지고 희망도 사라진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던 나도 그게 나인지 확실하지 않다.
반복되는 일과가 나라면 나는 희망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증명한다면 나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나의 소유가 곧 나라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나는 무엇인가.
변화가 생명의 증거라면 나는 죽어가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미련은 사람을 미련하게 만든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