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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테르 Jan 22. 2023

지중해 작은 섬

지중해의 작은 섬에 가본 적이 있나요 

그을린 사파이어 바다에 외롭게 외롭게 외롭게 떠 있는 작은 섬 

그 작은 섬에는 짜이루라는 포라우빛을 띤 작고 귀여운 새가 한 마리가 살고 있죠 

짜이루는 태초부터 그 작은 섬을 떠나본 적이 없는데 


가끔 먼 여행을 떠나는 천둥새가 작은 섬에 들러 쉬어 갈 때쯤 말 벗이 되어주죠  

천둥새가 들려주는 기묘하고 바라보지 못한  

먼 곳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찬미의 동경이 교차되어 

며칠 낮과 며칠의 밤이 지나도록 먼바다를 바라보면  울고 웃으며 


투정쟁이 짜이루는 편식을 잘하는데 그중에서도 남개잎갈나무 열매를 참 좋아하죠 

늘 남개잎갈나무 열매를 먹기 전에 도도한 부리 위에 올려두고

하늘로 튕겨서 먹기도 하고  때론 작은 날개에 품고 소중히 안고 있다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먹기도 하죠 


혹시라도 지중해에 가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섬을 찾아서 짜이루에게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지중해 동쪽에서만 자라는 동개잎갈나무 열매를 가져다주세요 

그럼 짜이루가 고마워할 거예요 


그리고 짜이루가 듣지 못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지 못하는 새 짜이루의 아픔을 만져주며 언젠간 천둥새처럼 먼 곳을 바람과 함께 

날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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