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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라 Nov 16. 2020

인생사 새옹지마

Connecting the dots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과거를 돌이켜 보며 점을 이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지금의 순간들이 미래의 어떤 시점에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


 기르던 말이 달아나고, 사람들이 위로하자 오히려 복이 될지 모른다고 애기했던 변방의 노인. 그 뒤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의 그 누구도 좋은 일만 일어날 순 없고, 나쁜 일만 일어나지도 않는다. 


 지금 내가 겪는 시련을 인내하고 실력을 갈고 닦으면 나의 불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화위복과 관련해 나의 경험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1년여만에 행정고시 2차 시험에 합격하니 집안에선 난리가 났다. 오랫동안 합격 커트라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내가 제대 후 단기간에 객관식인 1차, 주관식인 2차를 합격하니 부모님은 마치 고시 최종합격을 한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동안 고시 3차인 면접은 사실상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 맞춰 공직시험의 면접이 매우 강화되기 시작했고, 케잌을 준비해 집에서 축하파티를 열려고 했던 최종 합격자 발표일. 나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합격자 명단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재확인하고 부모님께 그 결과를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이 애써 눈물을 감추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애기해주시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불합격 통보를 받아들고 나는 불합격 통보 다음날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 몰래 흐느끼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내년에는 주름이 더 깊게 패인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를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시험공부라는 것이 합격의 확률을 높여가는 과정인데, 모든 일에 100%는 없지만 99%의 합격확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감기가 걸려 몸의 컨디션이 최악인 경우라도 합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준비했고, 시험 당일엔 일주일 간 치러지는 시험에서 하루라도 결시하지만 않으면 합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시험을 치르고 합격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시험 치기 전에 그 동안의 공부량으로 합격여부는 이미 판가름 나 있다.


 그런데 면접에서 떨어지고 1년을 더 공부하며 달라진 것은 그 전엔 입법고시 시험을 치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입법고시 시험에도 도전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입법고시는 행정고시와 과목이 같으면서 선발하는 인원이 극소수인 관계로 경쟁률이 훨씬 더 치열하다. 기존엔 합격 가능성이 없는 시험이라 보고 도전조차 하지 않았지만, 행정고시 면접에서 떨어지니 입법고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하다 생각하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입법고시 시험을 마친 직후 시험이 어땠냐고 물은 친구에게 내가 답한 말은 다음과 같다.


 “나 합격했어. 내가 떨어지면 이 시험에 붙을 사람 없어. 다만, 수석합격은 장담하지 못하겠다.”


 결과는 입법고시 수석 합격자와 평균 0.02점 차이의 차석이었다. 뒤이어 치러진 행정고시에서도 합격한 것은 물론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행운과 불운이 뒤섞여있는 삶의 순간순간이 어떻게 기묘하게 이어지는지를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s)로 설명한 바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게 된 것이 전공과목 대신 관심 있는 과목의 청강으로 이어졌고, 그 때 배운 서체 교육이 10년 후 매킨토시 컴퓨터의 아름다운 서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가정형편으로 대학을 그만두지 않았고, 전공과목 공부에만 열심이었다면 오늘날의 애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밥 로스의 책 'The Joy of Painting' 표지

 90년대 EBS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로 국내에 소개된 미국 화가 밥 로스는 아내를 여의고 진행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하지요.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고요.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이 그림 속에서 반복됩니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 것도 없지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꼭 인생같지요.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좋은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정관정요에 소개된 당 태조 이세민(李世民)에게 어머니가 남긴 유언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봄은 누가 부르지 않아도 찾아온다. 그러나 봄이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봄이 찾아오지 않는다."


 인생사 새옹지마. 누구에게나 좋은 순간과 나쁜 순간이 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목표를 향해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자에게 시련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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