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살했고,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결혼을 했으나 얼마 후, 이혼했다. 그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이 생겼다. 미국에서도 예술가라는 직업은 성차별을 극복해야했다. 그녀는 점점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포스트 미니멀리즘의 화가 에바 헤세
이를 지켜본 동료 예술가, 솔 르윗(Sol LeWitt)은 1965년 그녀에게 편지 한 장을 쓴다. 편지를 읽은 에바는 자신감을 가지고, 불꽃 같은 작품활동을 하며 포스트미니멀리즘(Post-minimalism)이라는 독창적인 작품영역을 구축하였다. 에바 헤세를 움직인 편지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에바에게
…
세상을 향해 가끔 "닥쳐(Fuck You)"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넌 그럴 권리가 있어.
넌 좀 멍청해지는 연습을 해야 해.
바보 같이, 생각 없고, 텅 빈 채로.
그럼 넌 할 수 있을 거야. 그냥 해!
멋있어 보이려는 생각 좀 버려.
너만의 볼품 없는 모습을 창조하라고.
너만의, 너만의 세상을 만들라고.
그게 두려우면, 그것이 너를 돕도록 만들라고.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그려. 색칠해!
그리고 이제 그런 깊고 거대한 허상은 그만두라고.
네 능력을 반드시 믿어야 해.
너가 할 수 있는 가장 발칙한 짓을 보여줘.
너를 충격에 빠뜨릴 정도로.
너는 이미 어떤 것도 해낼 힘을 가지고 있단 말야.
이 세상의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마.
오직 네 일에만 책임이 있을 뿐이야.
그러니 그냥 좀 해.
그만 생각하고, 걱정하고, 뒤돌아보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쉬운 길을 찾길 바라고, 몸부림 치고,
헐떡 거리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고, 더듬거리고, 버벅거리고,
투덜거리고, 초라해하고, 비틀거리고,
덜거덕거리고, 웅성거리고,
걸고, 넘어지고, 지우고, 서두르고,
비틀고, 꾸미고, 불평하고, 신음하고,
끙끙대고, 갈고닦고, 발라내고,
허튼소리를 하고, 따지고,
트집 잡고, 간섭하고,
남에게 몹쓸 짓 하고, 남탓 하고,
눈알을 찌르고, 손가락질하고,
몰래 훔쳐보고, 오래 기다리고,
조금씩 하고, 악마의 눈을 갖고,
남의 등이나 긁어주고, 탐색하고,
폼 재고 앉아있고, 명예를 더럽히고,
너 자신을 갉고, 갉고, 또 갉아 먹지 말라고.
제발 다 멈추고,
...
그냥 좀 해!
뭐든 시작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면 특히 생각 말고 그냥 뭐가 됐든 행동에 옮겨 보자.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이란 말이 있다.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다보면 깨닫게 된다’는 의미다.
누구든 완성된 상태로 시작할 순 없다.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나 모두 작게 시작해 하다 보니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것이다.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면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시작하자.
누구나 미완성에 대한 집착이 있다. 드라마가 아주 극적인 장면에서 끝나거나, 게임에서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요구하는 것이나, 영화의 예고편으로 일부 장면만 티저 광고를 내보내는 것도 이를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음식을 주문 받는 식당 웨이터에게서 이러한 현상을 발견했다. 계산을 마치기 전 주문을 완벽히 기억하던 웨이터가 계산을 마친 후에는 주문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실험을 거쳐 자이가르닉은 우리가 완결되지 않은 문제를 완결 지은 일보다 더 기억을 잘 해낸다고 결론내린다. 이 원리는 그녀의 이름을 따 ‘자이가르닉 효과’로 불린다.
결단이 필요할 땐 이러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충이라도 일이 시작되고 중단되면 뭔가 ‘찝찝’한 상태가 된다. 그러면 계속하게 되는 것이 자이가르닉 효과다(그러고 보면 옛 선조들의 격언, "시작이 반이다"는 꽤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