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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라 Nov 18. 2020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간절한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운의 비결

 중학교 3학년까지 미술을 전공하며 예고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자 미술 공부를 포기하고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미술 공부에는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육성회비를 낼 돈이 없어 복지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했고 당당함으로 학생부회장까지 지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어 친구들에게 1만원씩 돈을 빌려 의대에 원서를 넣었고, 혹시 몰라 학비가 없는 사관학교에도 지원했다. 


하늘이 돕는걸까? 예고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전공을 바꾼지 얼마되지 않아 의대에 붙는 드라마같은 일은 없었다. 대신, 사관학교는 합격했다. 미술을 공부하던 학생이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려 사관학교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사실 기적같은 일이이었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사관학교에 입학해 훈련을 받기 시작했는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의대 추가 합격통지서가 왔다. 군입대와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사관학교 훈련 기간 합격통지서가 온 것을 몰랐던 그는 수료식 날 그 사실을 알고 부모님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사관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그는 치열하게 살았다. 간절하게 공부하니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졸업식에선 대통령의 손을 잡고 행진했다. 소위로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도 공부는 계속됐다. 야간 보초를 서게 되면 같이 근무하던 부하들은 귀만 열고 눈을 붙이라고 하고, 본인은 눈을 뜨고 보초를 서면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아 영어공부를 했다.


 그렇게 공부를 지속하던 어느 날 주한미군사령관 통역장교 선발 공고가 났다. 그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지원을 했고, 사관학교 수석졸업까지 했던 터라 어려움 없이 합격했다. 하지만 시험공부와 실전 영어는 달랐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시험성적은 잘 받았지만,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매일 있는 사령관 아침 보고는 미8군 한국군 지원단(카투사)을 통해 원고를 미리 만들어 외워서 보고하고 질문에는 확인하고 답변하겠다는 말로 넘어갔다. 


 정체는 빨리 탄로났다.

“아침은 먹었나?”

출근 1주일째에 사령관이 평상시 하지 않던 질문을 던졌는데, 늘 하던 대로 “확인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사령관은 영어를 못하는 자신의 통역장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어를 잘 못하나? 그럼 한국계 미군 장교랑 같이 살면서 영어 공부하도록 해.”


 그렇게 그는 한국계 주한미군 장교랑 같이 생활하며 군 복무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원어민처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통역장교로 근무를 마친 후에는 서울대 의대 편입장교를 뽑는 공고가 났다. 선발 기준은 영어와 사관학교 성적.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사관학교는 수석졸업했던 그가 합격한 것은 물론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던 날. 그는 의대에 들어가지 못한 한을 풀었다며 부모님을 부둥켜 안고 다시 한참을 울었다. 너무나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내가 잘 아는 형의 실화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든, 점의 연결이든, 그 이름을 뭐라고 부르든 간절한 사람의 간절한 노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회를 가져오고 기적같은 열매를 맺게 한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간절함이 기회를 끌어당겨 꿈을 이룬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신화를 가진 명장 이순신. 그가 백의종군한 후에 조선 수군은 궤멸된 상태였다. 남은 12척의 배로 133척의 적군을 상대해야 했던 그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기록했다. 

 “병법에 이르기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고 했으며, 또한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그대들 뭇 장수들은 살려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             
 - 정유일기, 1597년 9월 15일

 간절함으로 임한 명량해전의 결과, 조선 수군의 배는 모두 무사했으며, 일본 수군의 배는 31척이 격침되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간절함으로 임했던 그는 23번 싸워 23번 이겼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얼마나 간절한가?"

냉철하게 돌아보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일의 성패를 좌우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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