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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라 Nov 20. 2020

최선의 의미

환경을 뛰어넘는 의지의 힘

 11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소년 가장 역할을 한 남자가 있다.


 청계천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망해도 그렇게 망할 수가 없었다. 학업은 물론 때로는 끼니가 걱정이었다.


아프리카가 아니다. 불과 몇십년전 서울의 청계천


 가난했던 가정 형편으로 인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고교 졸업 전부터 일찌감치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은행원이 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은행에 취업한 기쁨도 잠시, 고졸 출신이라는 현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게 했다. 대학에 가지 못한 열등감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직장생활을 하며 타는 목마름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 대학생이 된다.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간대학생이 되어도 장래는 여전히 암담해 보였다. 주위에는 온통 명문대 출신으로 넘쳤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 합숙소에서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여러 권의 책을 발견했다. 무심코 그중 한 권을 주워들고 방에 와서 보니 고시생을 위한 잡지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가 막막한 현실의 돌파구였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기죽지 않았다. 


 이때부터 낮엔 은행원, 밤엔 대학생, 새벽엔 고시생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3가지 일을 모두 해내고 만다. 직장생활과 대학을 함께 다니며 고시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한 것이다. 집안형편으로 직장생활을 그만둘 수 없었던 그가 은행에 사직원을 낸 것은 시험에 합격하고 공무원 발령을 받은 날에 이르러서였다. 


 공직에 들어온 뒤에도 그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대 출신이 고위직을 장악하던 그 시절, 경제관료계에서 야간대학이라는 그의 학벌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남들의 무시에 좌절할 그가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직장과 병행하며 서울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정책학 석·박사 학위도 취득한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는 3년 9개월이라는 최단 기간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아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임명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장관으로 중용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장관의 이야기다. 성공에 왕도는 없다. 성공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다. 링컨은 누군가 그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자 “노력, 노력, 노력, 오로지 노력밖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남들이 ‘바보같다’ 생각할 정도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은 언젠가 그 노력을 인정받는 날이 반드시 온다. 


 성공한 사람치고 자신과 주위를 감동시키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소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 “최선이란 자기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성공에 왕도는 없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깊은 숲 속    

로잘린드 : 지금이 몇 시인가요?    

올란도 : 대강 몇 시쯤이냐고 물어야죠. 이 숲 속에 시계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로잘린드 : 그럼 이 숲에 애인이 없다는 말이군요. 애인이 있다면 일 분마다 한숨을 쉬고, 한 시간마다 사랑의 속삭임을 나눌 테니 시간의 느린 발걸음을 시계처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텐데요.   

올란도 : 당신은 왜 시간의 빠른 걸음이라고 말하지 않죠? 그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은데요.    

로잘린드 : 그렇지 않아요. 시간의 걸음걸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답니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느릿느릿 기어가거나 종종걸음이거나 달리거나 아니면 완전히 서 있기도 하지요.   

-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3막 2장 (Act3, Scene2)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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