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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g Sep 02. 2019

뉴스데스크 와이드화, 이대로 괜찮은가요?

-와이드화 5개월 뉴스데스크 중간점검

지난 3월  MBC <뉴스데스크>는 처음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른바 ‘뉴스데스크 와이드화’다. 30분 앞당겨 시작하고, 85분간 더 오래 뉴스를 전하는 게 골자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관점과 깊이가 있는 보도를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뉴스데스크는 그때의 초심을 잘 지키고 있을까? 와이드화 5개월 차 뉴스데스크를 중간점검해봤다.


와이드화, 깊이를 더하다

지난 3월 18일 뉴스데스크는 와이드화로 달라졌다. 이전과 다른 방송 시간이 전부는 아니었다. 핵심은 뉴스 보도의 변화였다. 단순 사건사고 발생 보도를 비롯해 그날의 이슈를 전달하기 바빴던 지난날들과 달랐다. 직접 의제를 발굴해 기획 보도를 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선 관점을 담아 논의 거리를 만들었다. 뉴스에 심층성을 더하는 시도였다. 

와이드화 첫날 보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날 뉴스데스크의 톱 보도는 MBC 탐사기획팀이 취재한 ‘엉터리 석면지도’ 보도였다.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치와 양을 표시하는 학교 석면지도에 엉터리가 많아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태를 고발했다. 같은 날 KBS 뉴스는 정준영 파문과 관련해 경찰 수사 내용을 전하는 보도로 뉴스를 시작했다. SBS 뉴스는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톱 보도로 전했다. 모두 그날 발생한 이슈를 정리해 전달하는 보도들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뉴스데스크는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이슈를 찾아내고, 의제화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3월 18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엉터리 석면지도' 연속 기획

그날그날의 사건사고를 보도하더라도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갔다. 같은 날 한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며 원인을 찾으려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졌다는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 ‘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지 ‘원인’을 찾으려 했다. 경찰의 수사는 부실했고, 아동 학대 관련 처벌이 약하다는 게 문제였다. 시청자들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5개월 만에 용두사미, 기획은 줄고 얄팍한 보도로 제자리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8월 셋째 주 8월 12일부터 16일까지의 보도와 와이드화를 시작한 첫 주 3월 18일부터 22일 사이의 보도를 비교해봤다. 우선 눈에 띄는 기획성 보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와이드화 첫 주에는 석면지도 기획 보도부터 문화예술계 착취 실태를 고발한 <장미와 빵> 기획, 로스쿨 현실 진단 등 여러 기획보도가 나왔다. 특히 첫날엔 전체 뉴스에서 연속, 기획보도가 삼분의 일이 넘었다. 자연히 발생한 이슈 따라가기에 급급한 보도는 적었다. 반면 8월 셋째 주엔 8월 14일 <기억 책임 미래>라는 이름으로 한일관계를 주제로 시작한 기획보도 하나가 나왔다. 이마저도 근래 악화한 한일관계에 발맞춰 나왔다는 점에서 온전히 뉴스데스크가 화두를 제시하는 기획이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최근 주목할 만한 이슈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적 변화를 무시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개별 보도 자체는 어떨까. 문제의 의미를 살리고, 원인과 대응책 등 보다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지 들여다봤다. 

8월 16일 '도로 위 운전자 간 폭행' 보도

결과는 얄팍한 보도로의 회귀였다. 8월 16일 뉴스데스크는 도로 위 운전자 간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런 실태를 집중 점검해보겠다는 멘트와 함께 관련 리포트를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리포트에선 폭행 장면을 찍은 영상을 중계하듯 소개하는 게 전부다. 연이어 보도한 제주도 카니발 운전자 폭행 사건 리포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만의 관점은 보이지 않고 폭행 영상으로 리포트를 채우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하는 데 그쳤다. 단순 사건사고 발생 보도의 전형이었다. 자극적인 폭행 장면을 내내 반복하기도 했다. 뉴스 깊이 보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도로 위 무차별 폭행 실태의 원인과 배경, 그 근원까지 면밀히 분석하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피상적인 보도를 나열했을 따름이었다. 


놓아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와이드화 

이대로 간다면 뉴스데스크 와이드화는 무색해진다. 관점과 깊이 있는 보도를 하겠다는 초심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 5개월 간 와이드화의 성과도 있었다. 시간이 늘어난 만큼 단발성 보도를 넘어 뉴스데스크만의 의제를 발굴해 여타 뉴스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와이드화 이후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24일까지 총 5개 리포트로 문화예술인들이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 <장미와 빵> 기획이 대표적이다. 당시 어느 방송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슈를 끄집어냈고, 이는 뉴스데스크만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뉴스데스크만의 기획이 쌓인다면 뉴스데스크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인 부당한 착취 관행을 고발한 뉴스데스크의 <장미와 빵> 기획.

와이드화와 함께 시청률도 올랐다. 와이드화 이전 1~2%대에 머물던 시청률이 3~5%대로 소폭 오른 것이다. 그러나 괄목할 성과라도 하기엔 아직은 아쉬운 수준이다. 여타 방송사들과 비슷한 뉴스를 한다면 시청자들이 굳이 뉴스데스크를 찾아서 볼 이유는 없다. ‘관점과 깊이가 있는 보도’를 하겠다며 와이드화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와이드화 살릴 유일무이 뉴스데스크 기획

와이드화의 성패는 앞으로의 뉴스데스크에 달렸다. 뉴스데스크가 와이드화 본연의 의미를 살리려면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관점과 깊이 있는 보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래서 유일무이 뉴스데스크 기획을 강화했으면 한다. 뉴스데스크만의 뉴스로 뉴스데스크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와이드화 이후 뉴스데스크는 지금까지 [엉터리 석면지도], [장미와 빵]. [약물 성범죄], [나는 엔지니어다] 등과 같이 뉴스데스크만의 의제를 살려 연속기획 보도를 해왔다. 하지만 이미 고정 코너가 된 [정치적 참견시점]과 달리 산발적이고 그때그때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식이었다. 따라서 기획보도를 상시화하고, 나아가 시청자에게 뉴스데스크만의 기획임을 각인시킬 브랜딩 작업도 필요하다. 시민 제보, 현장 리포트를 각각 [당신이 뉴스입니다], [바로 간다]와 같이 하나의 코너로 정리해 특색을 살린 것처럼 말이다.


뉴스데스크 와이드화는 뉴스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뉴스의 질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단편적이고 얄팍한 보도의 남발은 와이드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제 다시 뉴스데스크의, 뉴스데스크에 의한 보도로 깊이를 더할 때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오랜 말이 지금 뉴스데스크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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