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장점은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힘들었던 경험은요? 최근 면접에서 혹은 자기소개서로 받았던 질문입니다.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대답하긴 쉽지 않았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있는 그대로 말하기보단 꾸밈말을 덧붙여 포장하려고 했어요. 그럴듯한 대답으로 나를 멋지게 내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죠. 정작 면접관들은 내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알고 싶다기 보단 ‘진짜 너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물어본다고들 하죠. 그런데도 포장지를 벗기고 나를 보여주는 건 용기가 필요했어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는 여기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정말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특별한 연출도, 효과도 없이 유명인의 일상을 비추는데 공감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알게 됐죠.
9월 3일에 방영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330회의 주인공은 코요태였어요. 그룹 코요태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20년째 연예계 생활을 이어온 장수 그룹인 만큼 TV 화면 곳곳에서 얼굴을 비추니까요. 신지, 빽가, 김종민 이름만 들어도 벌써 친숙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코요태가 어떤 그룹인지, 멤버 개개인의 특징은 어떤지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팬이 아니라면 말이죠. 대중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출된 화면과 상황 속에서 보이는 몇몇 장면들을 기억할 뿐이죠. 그저 그들의 이름을 알고, 코요태라는 그룹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에요.
<사람이 좋다>는 코요태의 일상을 따라가며 멤버들이 어떤 사람이고, 코요태는 어떤 그룹인지 보여줘요. 멤버들은 편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죠. 공연을 앞두고 거리에서 화장을 수정할 만큼 신지는 털털했고, 집들이 음식을 멤버들 식성에 맞게 준비하는 걸 보면 빽가는 세심한 사람이었어요. 자신이 했던 말도 기억 못 하는 김종민을 보면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는 게 수긍이 가죠. 그리고 이들은 코요태라는 그룹이 이어져 온 것에 대해 멤버 개개인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직접 말해주기도 해요. 말하자면 자소설보단 사실 그대로의 리얼 자기소개였죠.
자기소개서엔 늘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죠.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이에요. <사람이 좋다>도 똑같은 질문을 해요. 코요태 멤버들에게도 각자 힘든 기억이 있었어요. 신지는 무대 공포증이 있었던 때를 떠올렸죠. 2008년, 음악방송에서 동료 가수 피처링을 하다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떨어 무대를 망쳐버린 기억이었어요.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죠. 코요태도 포기할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신지는 다시 일어섰어요. 긴장을 덜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연습하는가 하면 최근엔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하면서 홀로 무대에 서는 연습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멤버 없이 혼자 무대에 서는 걸 두려워했던 그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걸 보면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성을 발휘하는 사람이죠. 그렇게 연예인 이전에 신지라는 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됐어요.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나를 더 깊이 내보일 각오가 있어야 하고, 담담하게 고백할 용기도 필요해요. 상대가 나의 기억에 공감할 지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이 과정이 필요한 건 상대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 수 있어서예요. 신지라는 사람이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놓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들으면서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었던 내면을 더 깊이 알게 됐듯이 말이죠. 자기소개에 힘들었던 기억을 물어보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거예요. <사람이 좋다>는 코요태라는 그룹과 멤버들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질문을 던진 셈이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혹은 면접을 준비한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해요. 애써 꾸밈말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죠. 자기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솔직한 자기소개는 어려우니까요. 찬찬히 인생을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할 때 <사람이 좋다>는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일상에 귀 기울여보고, 힘들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거죠. 그렇게 본모습을 대면하면서 포장지 없이도 말할 수 있는 나의 장점과 보완해야 할 단점을 찾아가는 거예요.
<사람이 좋다>를 보고 나면 마치 한 편의 꾸밈없는 자기소개서를 읽은 것 같아요. 아주 리얼하지만 그렇다고 나쁠 것 없는 솔직 담백한 자기소개요. 인생을 돌아보기 전, 가이드가 필요한 당신에게 <사람이 좋다>를 추천하는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