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에 인플루언서

네이버가 지어준 새로운 집

by 초록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함께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프리미엄 광고 대상자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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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의 작은 습관은 마음이 헛헛해질 때면,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지방을 넘어 작품 앞에 서는 일이었다. 이는 흡사 무의식적인 의식에 가까운 행위였는데,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 공간들을 찾는 것은 나에게 일상의 일부 그 자체였다. 일방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았던 짝사랑에서 어느덧 작품이 나를 불러 세우거나 안부와 위로와 위안 그리고 따스한 품을 내어주는 지경까지 다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사교적인 성격으로 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내게 고요한 공간에서의 예술 작품과의 조우는 사유와 치유와 공유의 소중한 찰나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나는 그 고요 속에 잠겨 쉼과 힘을 오가며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특유의 향을 풍기는 광화문 교보문고는 또 어떻고. 시그니처 향이 넘실대는 공간에서의 종이 냄새와 각자의 서사를 지닌 사람들이 스쳐가는 것조차도 예술이라 생각했던 나는, 활자와 그림을 비롯한 예술 중독자에 가까웠다. (물론 이는 현재진행형)


"안녕히 계세요."

나의 첫 브런치 글에서 고백했듯이 회사에게 작별을 고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훌 털고 떠나온 이후의 나의 여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폭풍들이 휘몰아치는 날씨를 자랑스럽게 뽐내었고, 나는 이 폭풍들을 헤쳐나갈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한 불운의 희생양처럼 느껴지곤 했다.

주위 사람들은 내게 늘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부럽다고 했지만, 이 시기의 나는 그러한 주변인들의 기대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도, 스스로에게 건 최면에서 벗어나고 싶지도,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꽤나 씩씩한 척을 죄다 찾아서 하곤 했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고, 아침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모든 것들이 맞닿아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인정하기까지 나의 지하의 지하의 지하. 그 이상을 또 수백 번은 뚫고 내려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에 내게 남은 것은 겸허함과 겸손함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었다. 근자감이래도 겸허히 수용할 만큼의 우뚝 솟은 어깨가 무색하리만큼의 무게의 닻을 내려 정박한 시간들.


패션산업 특성상 잦은 이직은 대체로 불안의 요소가 아니었지만 (아니, 딱 한번 스물아홉의 순간은 서른을 코앞에 두어 그랬는지 미치도록 불안 초조 그 자체였고, 나라는 인간의 밑바닥을 직면하는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개인사업자가 되겠노라 선포한 후의 일상은 초조와 불안의 다반사요, 자기 확신이 솜사탕보다도 빠르게 녹아들어 가는, 마치 한여름 뙤약볕 아래 쨍쨍하게 빛을 흡수하는 소프트콘의 녹기의 속도와도 같았다. 채 먹기도 전에 줄줄 흘러내려 먹을 것이라곤 눅진한 싸구려 콘이 현실이 되는 찰나, 나는 내 커리어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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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나의 편의 배려와 이해 덕분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지겹도록 많았고, 틈만 나면 자유를 외치던 내게 자유가 제 발로 왔음에도 이 자유를 어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또 마음만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런 내게 묵묵히 일상의 습관으로 남아있던 전시 관람은 '보는 사람', '감각하는 사람', '나의 세계에서 재해석하는 사람'의 역할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 속 일부임을 깨닫게 했고, 한 2년여간의 방황 끝에 내 핸드폰 사진첩에만 저장되어 가는 사진들을 그냥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결코 대단한 결심이나 결의가 아님), 그러니까 그냥 올리니 시작한 콘텐츠들이 쌓이고 쌓여 내게 아카이빙이 되었고 네이버 인플루언서 홈에 집을 만들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러니까 이건 막다른 길에 맞닥뜨려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 대단하거나 거창한 목표 따위는 접어두고 그냥 내게 침잠해 그냥 시작한 하나의 점이 이어준 결과이므로, 게다가 내 사업을 하겠다며 고집 피워 구입한 DSLR은 아직도 서재에 고이 잠들어 계신데, 당시의 핸드폰으로 사용하던 아이폰 8로 (화질은 정말..) '그냥' 시작했던 블로그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기에.. 힘을 쭉 빼고 바람에 날릴 준비가 된, 엉겹의 바람에 기꺼이 흔들려 되어버린 '그 바람에 인플루언서'.


나처럼 막다른 길에 막혀버려 가고자 했던 길을 잃어 방황하거나, 혹은 대단한 무언가가 되는 목표와 초라한 현실의 괴리에 외로이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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