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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Jun 19. 2023

내 버킷리스트에 로키는 없었다

캐나다 기행문 5

DAY4 - 밴쿠버 to 재스퍼

대망의 로키 가는 날!! 내 여행 버킷리스트엔 사실 로키는 없었다. 보통은 캐나다와 미국 중에 미국 여행을 먼저 가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플랜만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로키는 한 번의 여행으로는 끝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는 캠핑을 하러, 겨울에는 기차여행과 겨울왕국을 느끼러 다시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DAY4 일정
로키여행 구조도

밴쿠버에서 재스퍼까지 대략 800km 거리를 가기 위해 부지런히 출발해야 했다. 8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저녁에라도 도착하기 위해 오전 6~7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새벽 5시쯤 기상해서 부지런히 짐을 싸고 준비해서 7시까지 누나를 픽업하러 가야 했다. 아버지와 나는 먼저 준비를 끝내고 차에 짐을 옮기고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내려왔다. 이 호텔은 예약만 해두고 현장에서 결제를 했었기 때문에 체크아웃시에 이용내역과 영수증을 받았다. 기분 좋게 잘 머물렀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하고 돌아섰는데 ‘어라?’

발렛을 하루 이용했는데 영수증에 이틀 이용했다고 나와있었다.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체크인을 할 때 결제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지만, 혹시 나중에 돈을 추가로 결제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해야 했다. 직원에게 다시 가서 잘못되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여기 호텔은 차를 발렛 맡길 때 번호가 적힌 티켓 같은 것을 준다. 그것으로 차가 언제부터 들어왔고, 발렛을 이용한 기간을 알 수 있다. 안 그래도 티켓을 주던 직원이 잃어버리기 쉬우니 사진을 찍어놓는 것을 추천해서 찍어놨었다. 티켓에 적혀있던 번호를 보여주니, 자기들끼리 확인하더니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과 후 다시 영수증을 뽑아주었다. '휴 다행'

보증금 $100는 영업일 기준 5일 이내 들어온다고 했고, 우리가 캐나다에 있는 동안에 들어왔었다.

발렛할 때 받았던 번호표

짧게 서술해서 그렇지만 이 일을 처리하는데만 30분이 좀 넘게 걸리는 바람에 출발이 지체되었다. 출발하면서, 전날 구글맵 내비를 보기 위해서 핸드폰 거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엄청 고민하고 심지어 마트에 가서 거치대를 살 생각으로 구경까지 했었는데, USB를 아이폰에 연결했더니 'Carplay가 되네? 와우 인터뤠스팅~. 고민 해결!'

Carplay 되면 차 중앙화면으로 구글맵 내비를 볼 수 있어서 거치대가 필요 없었다. 혹시 렌터카 이용하는데 핸드폰 거치대가 없으시다면 USB 미리 한 번 연결해 보시길..!


누나 픽업해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출발. ‘재스퍼(Jasper)’까지는 한 번에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캠룹스(Kamloops)’에 경유해서 브런치를 먹고 가기로 했다. 오전 7시 좀 넘은 시간에 출발해서 약 354km를 달려 오후 1시 20분쯤 도착했다. ‘캠룹스’에서는 ‘Hello Toast’라고 브런치 맛집이 있어서 우리도 도전! 브런치 전문 집이라 오후 2시 반까지밖에 영업을 하지 않았다. 식당 앞에 공용주차장이 있어서 주차하고, 맛집답게 줄이 있어서 우리도 이름을 등록하고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내가 찾은 집이었지만 메뉴는 찾지 않았어서 직원에게 추천을 받아서 메뉴를 주문했다. 브런치 식당답게 일단 커퓌부터 주고 시작. ‘이게 브런치야?’ 할 정도로 메뉴 구성이 상당했다. 그냥 런치 수준인데? 양도 많고 맛도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이 밴쿠버→재스퍼 가시는 분들은 ‘캠룹스’에 경유해서 드시고 가는 거 뤠커맨드!

밴쿠버에서 캠룹스 가는 길 / 캐나다 정도면 자율주행차 있어야한다에 찬성
'Hello Toast'
'Hello Toast'에서 먹은 점심

식사 끝났으니 다시 출발! 아버지랑 번갈아가며 운전을 해서 체력 비축을 할 수 있었다. 날씨는 구간마다 달랐다. 워낙 긴 거리를 운전하다 보니 구간마다 어디는 비가 오고, 어디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있고, 어디는 화창하고. 5월의 로키 가는 길은 사계절을 다 품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들의 연속이라 오랜만에 다이어트시켰던 사진첩에 요요현상이 오기 시작했다. 돼진첩 부활.


후 드디어 재스퍼!!


말고 ‘Mt.Robson’ 도착. 재스퍼 들어가기 85km 전에 있는 산으로, 로키 산맥의 산들 중에서 제일 산봉우리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비록 안개에 가려서 봉우리 끝을 보지는 못했지만 진짜 장관이었다. 산책을 위해 들른 사람을 제외하고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어서 자유롭게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사진 폭식. 처음에는 여기를 몰라서 바로 재스퍼를 들어가는 거였는데, 계속 알아보다가 존재를 알게 돼서 들렀다. 밴쿠버에서 재스퍼를 가신다면 들어가는 길에 무조건 들러서 보고 가시라! 로키 여행에서는 호수+산 조합을 제일 많이 보게 되는데 거의 볼 수 없는 들판+산 조합이라 분명 색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Mt.Robson' 장관이다...!

이제 진짜 재스퍼로 출발. 확실히 관광지인 로키 국립공원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주변환경이 그동안의 환경보다 더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전에 달려올 때는 주변환경이 이쁘긴 해도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는데 관광지 쪽으로 들어오니 확실히 풍경이 정돈되어 있어서 더 이쁘게 느껴졌다. 우리가 들어갈 때쯤에 이미 오후 6시가 넘어서 국립공원 패스를 검사할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통과. 한국에서 이미 패스권을 사 왔기 때문에 괜찮았다.


길고 긴 여정을 뚫고 재스퍼에 입성. 재스퍼라고 쓰인 사인판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 숙소는 ‘Marmot Lodge’라는 곳이었다. 에어비앤비도 봤었는데 산 쪽이라 그런지 에어비앤비가 다양하지 않아 거의 무조건 호텔 찾는 어플을 사용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나름 시내에 붙어있고, 가격도 괜찮은 곳이었다. 숙소 체크인을 할 때가 이미 저녁 9시가 넘어서 어디 가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우리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인의 맛! 하면 뭐다? 육개장 사발면!! 진짜 먹으면서 '라면은 미쳤다’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노벨음식상 있으면 줘야 된다. 사발면을 포함한 한식으로 그간 가슴팍에 내려가지 않고 쌓였던 현지식들을 다 쓸어버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길에 이런 사인판이 보일 텐데 주차할 곳이 따로 없으니까 차 없을 때 눈치껏 사진 찍어야 한다
우리가 머문 'Marmot Lodge' 라는 숙소. 개인적으로 완전 만족했음
재스퍼 풍경,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 밴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재스퍼 도착한 날 저녁. 이것이 진정한 한국인의 밥상 아닌가

DAY5 - 재스퍼

본격적인 재스퍼 여행. 오전 7시에 일어나서 미리 숙소 주변을 좀 걸어봤다. 공기 쏘굳. 오전에는 비가 좀 왔고, 오후부터는 날씨가 맑아진다고 했다. 일단 오전에는 봐야 할 호수들을 보고 오기로 했다. 처음으로는 숙소에서 9km 정도 거리에 있는 ‘말린 캐년’이라는 곳이었다. ‘말린 캐니언’ 같은데 구글맵에 ‘말린 캐년’이라고 나온다. 발음 조심. 처음에 입구를 못 찾아 트래킹 할 뻔. 저 어딘가에서 관광객들이 나오는 곳을 보고 그곳으로 가니 내가 미리 사진으로 봤던 곳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작은 규모의 폭포와 강가를 볼 수 있었다. 강가와 절벽이 어우러진 모양새가 이뻐서 사진 촵촵촵. 다음으로는 이곳에서 15km 거리에 있는 ‘메디신 호수’였다. 가는 길에 산의 모습은 무슨 불이 났던 것처럼 앙상한 나무줄기들만이 가득했다. 나중에 보니 몇 년 전에 실제로 로키에 불이 났었다고 했다. ‘메디신 호수’는 비가 와서 날씨가 막 좋지 않다 보니 그렇게 이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 망해가는 행성의 호수를 보는 느낌?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 분위기였다. 길가에 그냥 덩그러니 있고, 심지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간단하게 사진만 찍고 무브.

이 표지판이 써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딴 곳으로 갔다가 트래킹할 뻔 / 표지판 지나서 입구에 가면 이런 모습의 강이 보여야한다
'말린 캐니언'
'메디신 호수' 진짜 망해가는 행성 분위기 나지 않는가?!

다음으로 간 곳은 22km 거리에 있는 ‘말린 호수’였다. ‘말린 호수’는 확실히 덜 말랐ㄷ..크흠 ‘말린 호수’는 확실히 ‘메디신 호수’에 비해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호수가 다 얼어있었고, 저 멀리 산들도 안개에 가려져서 잘 보이진 않았다. 원래 이곳에 ‘The View’라고 하는 식당이 있어서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성수기에만 여는 듯했다. 한국에서 미리 알아볼 때도 계속 영업중단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호수 근처에 눈들도 있어서 5월에 눈도 보고 호수에서 사진도 많이 남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금 아쉬움이 남았었다. 한국에서 미리 봤던 호수 사진들에는 햇빛이 따악, 호수가 쫘악, 저 멀리 산이 퐈악! 근데 날씨 탓인지, 시기 탓인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말린 호수' / 보통 이렇게 찍던데...?

오전 관광코스였던 세 군대를 모두 구경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이 세 군대는 골짜기에 있다 보니 들어갔던 길로 다시 나와야 했다. 그래서 왔던 도로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데 ‘메디신 호수’ 쯤인가?

저 앞에 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서 있다.


‘아 이번엔 무슨 일이지..?’




[여행 Tip]   

 로키여행을 갈 때는 구글맵에 미리 지도를 다운받아가야 한다. 캠룹스~재스퍼, 재스퍼~밴프, 밴프~캠룹스 이 구간들에서 실제로 네트워크가 유실되었다. 다행히 맵은 미리 다운받았어서 끊기지 않고 내비를 볼 수 있었다. 미리 다운 받는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다운받는 것은 아니고 이동하는 날 오전에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 다운받는 것이 좋다. 그때그때마다 도로 사정이 바뀔 수 있어 그게 반영된 지도를 다운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다운을 받아놓으면 바뀐 상황이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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