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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Aug 29. 2023

인생은 마라톤이란 비유가 지겨워서

“인생은 마라톤 같은 거야”

지겹다 지겨워.


살면서 한 번쯤은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모두가 ‘YES’ 할 때, 대놓고 ‘NO’라고 하진 않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늘 ‘NO’를 생각해보곤 한다. 왜 인생을 늘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일까. 뭐 살다 보니 인생이 마라톤이 맞는 거 같긴 하지만, 나는 그저 뻔한 표현이 싫어 다른 비유대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림에 관심이 생겼던 시점에 인생은 ‘한 선 그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컨투어 드로잉’, ‘원 라인 드로잉’이라고도 하는 ‘한 선 그리기’는 말 그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라인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인생 같았다.


‘한 선 그리기’를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듯이 인생은 시작이 되면 멈출 수가 없다. 인생을 ‘한 선 그리기’라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 선 그리기’와 인생 모두, 어느 부분에서 막히더라도 그것을 어찌 됐든 넘어가야 된다는 점 때문이다. 한 선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부분들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선이기 때문에 미련을 가지고 머물다 보면 진하게 흔적만 많이 남아버리게 된다.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그 미련을 버리고 어떻게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한 선 그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우리의 인생 라인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슨 그림, 무슨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는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시기마다 어려울 때가 있고, 즐거울 때가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시기적으로 힘들 때, 그 부분에 라인이 많이 엉켜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수정해 보고자 라인들이 추가되어 흔적이 진해져 버린다. 그만큼 그곳에 신경과 마음을 많이 썼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 날 유튜버 ‘무빙워터’ 님의 영상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내용인즉슨 오랜 기간 준비한 제주도 가족여행이 여행 첫날부터 망가진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얘기해 주시며 썼던 말이 너무 와닿았다. 

‘한 여름의 작은 계획은 망했다고 우리 삶이 망할 리가 없지’ 

아, 너무 위로가 되었다. 


인생의 그림을 그려나가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구간들이 참 많이 생긴다. 그곳에서 한참 시간을 뺏기지만 결국 지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고 그랬을 때, 그때의 흔적들도 단지 그림의 일부였던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 그림의 작은 부분이 망했다고 우리 그림이 망할 리가 없지'


•Photo by Kobu Agency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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