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이네 Jul 07. 2023

헤엄쳐보실래요?

스포츠의 묘미 2

어릴 적 수영을 한창 배울 때 나는 태권도를 배우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수영을 하면 다리가 짧아지고 허리가 길어진다던데...'

내가 본 태권도를 배운 친구들은 다리가 길었기 때문에 부러웠던 거 같다. 

'얘들이 계속 바깥으로 발을 차서 다리가 길어졌나? 나도 배워야 되는 거 아냐?'

비록 내 다리는 길어지진 못했지만 그때 수영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중간에 안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15년이 넘게 수영을 해왔다. 어릴 때는 대회도 나가 소소하게 메달도 따며 취미 이상으로 수영에 임했었다.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스포츠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그동안 느낀 수영의 묘미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체학적인 관점에서!

수영의 묘미는 전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많은 운동들이 전신을 이용하지만, 수영만큼 팔과 다리를 골고루 균형 있게 사용하는 스포츠도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저번에 얘기 나눴던 자전거도 나름 전신을 필요로 하지만, 자전거는 하체 위주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고 러닝도 전신운동이지만 하체가 메인이고 팔 동작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수영은 팔과 다리가 함께 이용되어야 하는, 말 그대로 전신을 다 이용해야만 되는 스포츠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장기간 수영을 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고, 높아진 기초대사량은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수영 후 그만큼 먹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수영의 또 다른 신체학적인 묘미는, 물에서는 부력으로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관절에 가는 무리가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허리나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하기에 적절하다고 하는 것이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젊은 세대들에게서도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은 증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관절들이 아프기 시작하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들이 많이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영은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무리를 최소화시키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따라서 미리 배워둔다면 노년까지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는 신체학적인 관점 외의 관점에서 수영의 묘미를 보고자 한다. 


첫째, 여름을 정말 잘 즐길 수 있다. 여름이면 어딜 가야 하는가? 물에 들어가 줘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오션월드에 가서 미끄럼틀이나 타고 있을 수는 없다. 멋진 여행지에 있는 야외 수영장도 들어가야 하고, 바다에도 들어가야 하고, 서핑도 해봐야 하고, 스노클링도 해봐야 하고. 이런 모든 것들을 수영을 할 줄 안다면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지에 있는 야외수영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수영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이 맛을 아는가? 


실내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이 있다. 꼭 자유형이라도 제대로 배워서 야외수영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해보시라. 무튼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거부감 없이 200%는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나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배움으로써 어떤 내용이나 지식에 대해서 그것의 참,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여 받아들이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그 영역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와 함께 수영의 묘미에 대해 얘기보고자 한다. 수영을 배우면 우리는 물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쉬운 예로 우리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들은 땅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고, 일어났다고 한들 몇 발자국 가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걸음마를 떼고 나면 그 누구보다도 지상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그래서 피곤해진다..)


또한 사회를 살다 보면 우린 의도치 않게 법적인 문제에 연루되곤 하는데, 늘 그런 상황들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일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법을 알면 상대적으로 그런 상황 속에서 보다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제약이나 큰 어려움 없이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걸음마를 배운다는 것은 지상에서 자유롭기 위한 것이고, 법을 배운다는 것은 법 세계에서 자유롭기 위한 것이고, 수영을 배운다는 것은 물에서 자유롭기 위한 것이다. 인간은 지금까지도 육지를 포함해 물과 하늘 심지어 우주까지도 그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이제 육지에서는 자유롭다. 

하늘에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한 인간의 온전한 능력만으로 자유로워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은? 인간의 온전한 능력만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물이라는 공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번 글에서도 수영의 묘미를 신체학적인 관점과 그 외의 관점으로 나눠 이야기해 보았다. 어떤 운동이든 결국 본인이 즐겁고 그것으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사실은 가장 좋은 스포츠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된다면 수영도 배워보길 권한다.


이젠 물에서 자유로워져 보는 건 어떤가?


•Photo by Calvin Shelwell /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각을 잡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