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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Apr 12. 2023

청각과 미각의 특별함

오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감각을 포기해야 할까?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살다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거나, 감기 때문에 코가 막혀 냄새를 며칠 동안 못 맡고, 음식의 맛을 못 느끼는 답답함 들을 느끼다 보니 ‘이런 감각이 영원히 상실된다면..?’과 같은 생각을 종종 해보게 된 거 같다. 사람에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라고 일컫는 다섯 가지의 감각이 있다. 모든 감각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너무 특별하고, 우리가 감각을 통해 이 세상의 것들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감각이 특별한 와중에 개인적으로 청각과 미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그들을 더 특별하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감각기관들을 보면 촉각을 제외하고는 얼굴에 모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청각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얼굴에 모여 있는 다른 감각들과는 다르게 양방향으로 자극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얼굴을 기준으로 우리의 눈, 코, 입은 앞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앞에서 오는, 앞에 있는 자극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앞에 있는 것을 냄새 맡는다. 물론 주위를 볼 수 있고, 어디선가 오는 냄새를 꼭 앞이 아니더라도 맡을 순 있지만 그 집중도가 앞에 몰려있는 것이다. 반면에 귀는 양옆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오른쪽과 왼쪽의 양방향에서 오는 자극에 반응을 하게 되고, 그래서 청각적으로는 공간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향에서는 모노(mono)와 스테레오(stereo)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감각들과는 달리 귀는 똑같은 자극을 양옆의 귀로 받아들여 마치 두 개의 자극을 수용하는 느낌을 받는데 반해 시각, 후각은 똑같은 자극을 한 방향으로만 받아내는 차이가 있다 보니 귀가 가지는 양방향적인 자극 수용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가지에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특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맛있는 음식의 냄새부터 해서 입안에서 씹는 느낌까지. 이렇게 보면 ‘미각’이라는 것 자체는 새로운 단어를 써서 그렇지 후각과 촉각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각 = 후각 + 촉각’인 것이다. 우리는 맛을 느낀다고 하지만, 사실 후각이 없다면 음식을 씹는 식감, 즉 촉각만 느끼게 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면 후각으로 음식의 냄새만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 맛없는 음식이나 약 먹을 때를 생각해 보자. 분명 코를 막고 음식을 먹었던 기억들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냄새만 확인하고 아니다 싶으면 먹지 않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느 하나가 상실되면 온전한 미각을 느낄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미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음식을 먹을 때 후각과 촉각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더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을 기준으로 해서 촉각을 제외시켰지만, 몸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촉각도 그 나름의 특별함이 있다. 촉각은 다른 감각들과 다르게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자 그 범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보고 맡고 먹고 듣는 것은 눈, 코, 입, 귀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촉각은 손이 아니어도 팔로 느낄 수 있고, 몸통으로, 다리로, 발로, 어느 부위로든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촉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닿는 부분과 그 범위를 달리해가며 어떤 대상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침대의 매트리스를 구매하러 갔다고 해보자. 먼저 손으로 매트리스를 만지거나 눌러보거나 겉을 쓸어볼 것이다. 손으로 만져봐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가 누워보는 순간 몸의 뒷부분이 침대와 다 닿게 되면서 편안함과 안락함 등을 느끼게 된다. 단지 손으로 느낄 수 없는 느낌들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대상을 가지고 닿는 부위를 다르게 하면서 감각을 수용할 수 있지만, 다른 감각들은 그 대상을 바꾸지 않는 한 동일한 대상을 다르게 느껴보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청각과 미각의 특별함, 번외로 촉각의 특별함까지도 얘기해 봤지만, 사실 개개인마다 민감한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하게 생각되는 감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말했듯,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감각들이 특별하지만, 청각은 양방향적인 수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미각은 두 가지 감각의 조합으로 한 번에 두 가지 감각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에게 더 특별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Photo by Kyle Smith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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