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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Apr 18. 2023

왜 MBTI에 열광하는가

MBTI 가 어떻게 되세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유행에 밝은 편은 아니지만 한동안,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MBT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고 홍대에 가는 길엔 뉴진스를 경유하게 되어 있다. 뉴진스는 음악으로 듣도록 하고, 지금은 MBTI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MBTI는 느닷없이 묻기보다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아이스 브레이킹의 수단으로써 사용하기 나쁘지 않은 대화 주제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MBTI에 대해 소개하고, 대략적으로 어떤 사람인가를 예측해 보며 알아가기 나쁘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더 나아가 알파벳들의 특징을 가지고 MBTI를 예측하기도 한다.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오랫동안 MBTI 검사를 미뤄왔었다.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고, 내가 어떤 상황과 환경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나의 성향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이 나의 상태를 영원히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 MBTI를 가진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모습들도 있어서 MBTI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MBTI에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학창 시절을 넘어 대학생활까지 하고 사회에 툭 던져지고 나면 어딘가에 완전히 소속되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원하든 원치않든 같은 곳에 소속이 되고, 대학교에서도 같은 전공학생들과 어울리며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과 비교적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보통 회사에서는 학창 시절과 비교해 나이, 환경, 관심사 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계를 깊이 맺기가 쉽지 않다. 회사 밖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고, 그런 만남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보다 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 MBTI에 열광했던 것이 아닐까?


MBTI는 100%는 아니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특징을 반영하고, 비슷하거나 같은 MBTI를 가진 사람들과 “너두? 야나두?”하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줬던 거 같다. 학창 시절부터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고,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찰보다는 어떻게 대학을 잘 들어갈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나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조금이라도 알게 하고, 그렇게 알게 된 나를 바탕으로 어떤 미래계획과 방향을 세워야 하는지 이정표의 역할을 해주었던 거 같다. 또한 남들과 나의 성향이 비슷한지 다른지 오랫동안 지내보고 알아야 할 것들을 MBTI로 상대방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게 하였다. 즉 나를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인생에서 MBTI는 나를 알게 하고, 조금이라도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MBTI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MBTI에 호의적이지 않던 나도 ‘MBTI가 쓸모 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우연히 티비에서 부부생활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분들이 나와 솔루션을 받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앞서 박사님께서 부인과 남편의 성향 차이를 먼저 짚어주셨는데, 서로의 성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이 T와 F 인데, 이성과 감정의 싸움이다.

Q : “내가 차 사고가 났어. 어떻게 할 거야?”

T : “보험은 불렀어? 왜 나한테 전화를 해, 보험에 전화해야지.”

F : “헐,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뭐 이런 식의 반응이라고 한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별 것도 아닌 걸로 싸우곤 했다. 보통 부모님들의 싸움은 작은 거에서 시작이 되는 경우가 다반수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MBTI를 알고 난 뒤 두 분도 검사하게 해 봤는데, 역시나 아버지는 T, 어머니는 F였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만도 했다. 부모님 나이대만 돼도 굳어진 성격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특징을 알고 나니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하고 행동해야 되는지 단순히 이해되지 않았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MBTI의 좋은 측면에서 이야기했지만,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남을 아는 하나의 보조수단으로써 이용이 되어야지, 이것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정의하고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섣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임으로 단순히 MBTI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섣부른 편견으로 소중한 인연들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Photo by Surendran MP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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