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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Aug 14. 2017

커피 농장의 꿈

회차 / 007





커피 농장의 꿈


커피나무, 이 농약 같은 녀석·······.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8년 전으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내 카페를 열었다가 아주 시원하게 말아 먹고는, 잠시 다시 본가로 들어 온 적이 있었다.      


대략 서너 개월을 집에 박혀서 ‘대체 난 왜 실패를 했을까?’하는 자책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 던 중. 일단의 결론을 찾았다. 


그건 바로,     


“난 커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라는 것이었다.      


커피는 물론 사업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고 덤볐던 것도 원인이었지만, 로스팅도 별로였고, 커피 음료에 대한 지식이 기본도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혼자 볶아서 가정용 머신으로 내려 먹거나, 어설픈 핸드드립 정도가 가능 한 상태에서 시작한 커피 장사는 나의 깊이 없는 철학의 부재에서부터 그 결과가 이미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였다랄까?     


그래서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고 했다. 그 당시 이미 한 3년 정도 커피를 볶았지만 (전동식 자작로스터 1Kg급은 3년차에 마련해서 얼마 쓰지 않은 상태였다.) 좋은 생두가 어떤 게 좋은 건지도 몰랐고, 블렌딩도 몰랐던 시절이라 커피 맛이 들쭉날쭉 했다.     



현재 카페에서 키우고 있는 커순이.


그래서 커피 빈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고자 했다.          


공부랄 게 별다른 건 없었다. 인터넷에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 그를 바탕으로 생두를 구입해서 로스팅을 해보고, 블렌딩도 해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전부였다.     

누군가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바리스타 학원은 성에 차지 않고(그 당시 로스팅은 가르쳐 주는 학원도 찾기 어려웠고, 찾더라도 교육비가 어마어마했다.) 그렇다고, 커피 명인을 무작정 찾아가서 사사를 청하기엔, 막 사진에 빠져있을 때라, 시간적이나 물질적인 부분을 할애해가며 생활하기가 매우 힘이 들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참으로 훌륭한 스승이었다. 인터넷에 조각처럼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을 가지고 수없이 많이, 다양한 원두로 로스팅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연습으로 1백Kg은 충분히 넘게 로스팅 했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대충 머릿속으로 그린 맛과 로스팅 후의 맛을 비슷하게 일치시킬 수 있게 됐다.      


한 10년 쯤 하니깐, 되더라. (첫 카페 때부터.)     


다시 8년 전으로 돌아가서, 필자는 집에서 랜선을 통해 커피공부를 하다가 (커피를 글로 배웠어요!) 커피나무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당시에도 인터넷에는 커피나무와 커피체리, 그리고 생두가 생산되는 과정들이야 충분히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직접 커피나무를 보거나, 커피 체리를 먹어 보거나 할 기회는 한국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외국까지 나갈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 나는 무언가에 꽂히면 내 열정의 70%만 사용하는 성격이라(열정과 귀찮음을 적당히 콜라보레이션한 영혼의 소유자랄까? ㅎ) 어떻게든 국내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그럴 땐 역시 인터넷이 짱이다.     


열심히 뒤져보니, 제주도에서 온실에서 커피나무를 심어 커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찾았고, “오~ 역시 한국에 있었어! 그런데······. 제주도?”      


제주도도 나의 열정으로는 멀었다.     


그러다가 나도 커피나무를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뭐, 제주도에서 온실에서 키울 수 있을 정도라면 겨울에는 집안에 들여서 키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국내에서 커피나무를 판매하는 농원을 뒤져서 1년생 묘목 2그루를 구입 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정보에 의하면 커피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약 3~4년 정도 걸린다고 하고, 한국은 커피나무가 서식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어쩌면 5년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이 미친놈아 걍 제주도를 가!”     


라는 말을 들었다. 열정과 귀찮음의 적당한 콜라보. 평생을 그렇게 살았고, 그러다보니 다양한 일을 조금씩 꾸준히 오래하는 버릇이 생겼을 정도였다. 그냥 필자는 그렇게 생겨 먹었다.          


   



꽃을 보는데 한 4년 걸렸던 것 같다. 그동안 커피나무는 너무 웃자라지 않게 순지르기를 해주고, 화분도 적당한 사이즈로 계속 갈아주어서 매우 건강하고 예쁘게 컸다.     


가만 놔두면 3년 만에 천장과 맞닿는다. 그래서 어릴 때 순지르기를 해 주어야 관상용으로 기를 수 있다.     


다만 3년 차에 꽃을 피우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는데, 그 다음 해 커돌이가 기어이 꽃을 피운 것이다. 그것도 딱 두 송이를. ㅎ     


두 그루 커피나무에 이름을 붙여줬다. 하나는 커돌이, 다른 하나는 커순이. 나의 작명 센스는 여기까지인 걸로······.     



물론 그것이 끝인가 싶었는데, 이후 한 십여 송이를 더 피워 주어서 그때 처음 필자는 커피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커피 꽃의 향기는 어떨까? 매우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은 밤에 잠을 자던 중에 풀렸다.     


필자는 코가 좋다고 해야 하나? 이런저런 냄새에 까다로운 편은 아닌데, 민감하긴 하다. 처음 두 송이의 커피 꽃이 피고 십 여일이 지난 어느 날, 베란다에 붙어있는 방에서 창을 모두 연 채 잠을 자고 있다가, 이상한 향기를 느끼고 잠에서 깼다.     


보통 시커먼 사내의 방에서 날 리 없는 그 은은한 향기는 마치 꿈속에서 이상형의 이성을 안았을 때 그 머리에서 나는 향긋한 샴푸 향기처럼 고혹적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니 그 향기는 더욱 진해졌다. 그리고 커돌이를 보는데······. 그 깊은 밤 확실히 어둠이 내 시야를 지배하고 있을 때에도 하얀 커피 꽃무리들이 올망졸망 모여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급하게 베란다로 나가서 커피 꽃을 보았다. 십여 일 전, 두 송이 꽃에서는 맡아 볼 생각을 못했던 커피 꽃의 향기가 아주 진하게 나를 감싸왔다. 그대로 코를 꽃에 가져가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진한 장미의 향기보다 우아하면서도 더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마치 쟈스민이나 라일락의 향기를 닮은 커피 꽃의 향기는 나로 하여금 커피나무와 에로스적인 사랑에 빠지게 했다. 사실 그 동안 커피나무와 나는 실무적인 관계였다고나 할까?


최근에는 이 커피 꽃으로 향수를 만드는 업체가 있으면 대박을 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실효성의 문제로 (꽃은 커피를 생산함으로 그 꽃을 채취하면 그 해 농사는 흉작일 테니······.)그렇게는 못할 테지만, 커피 농장에서 이벤트성으로 좀 만들어 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커피꽃 향수 또는 커피꽃 에센스를 검색해 봐도, 죄다 커피향 향수 또는 커피향 에센스로만 검색이 된다. 혹 누가 커피꽃 향수 아시는 분은 댓글 좀·······.    

 

그렇게 커피 꽃은 나를 한 번에 사로잡았다. 막막 커피나무를 더 잘 키워서 진짜 가지마다 꽉 들어찬 커피꽃이 피면 그 향기는 얼마나 더 좋을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덤으로 얻어지는 것은 커피열매 즉, 커피 체리다.     



이 커피체리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커피 생산지에서는 꽤나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된다고 한다. 최근 온실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 곳이 늘고 있는데, 커피체리의 생산량이 좀 되는지, 커피체리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커피체리로 만들 수 있는 것 중 두 번째 유명한 것이 바로 ‘카스카라CASCARA’ 커피체리 티TEA다.      

커피체리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것은 거름이다. 사람은 못 먹는 거라서, 두 번째부터 소개한다.      



카스카라는 커피체리의 외피를 말려서 적당히 발효한 뒤 사용하는데, 요즘은 별다방에서 밀고 있는지, 예전보다는 쉽게 접 할 수 있게 됐다. 맛은 연한 대추차 맛에 약간의 향기와 카스카라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침출차이다.        


예전에는 진짜 구하기 힘들어서 커피벨트의 유명한 커피 산지에나 가야만 사올 수 있었다. 심지어 개인이 수입을 하려고 하면 ‘국내에서 접해보지 못한 식품’이란 이유로 반려가 됐다고 한다. 그런 귀한 녀석을 나는 직접 재배해 먹었으니, 이 또한 커피에 대한 큰 공부가 된 셈이다.      


그리고 커피체리로 쨈이나 와인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커피나무는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쨈은 물론, 커피체리와인은 도전해 보지 못했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는 않다. ㅎ 물론 먹어보지 못한 것을 가지고 왈가불가 하는 것은 우습지만, 직접 재배한 커피체리를 먹어 본 결과 그렇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통 커피나무에서 생산하는 것은 원두라고만 생각하지만, 거의 그에 버금가는 양의 커피체리 역시, 부가가치가 충분한 재료이며, 커피 꽃 역시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나의 꿈을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인생의 어떤 목적 같은 것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커피 농장의 꿈’이다.     


개인적인 실험에서도 국내의 환경에서 커피 열매를 수확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최근에는 연간 100Kg급 농장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니, 규모와 시설만 갖추어 주면 국내에서도 커피 농장을 가지는 것이 꿈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진짜 한국산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매 하면서 나만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드는 꿈.      


S.KOREA FC ADBADA HP / SEOUL

    

멋지지 않을까?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아무리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커피나무는 국내에서 노지재배를 할 수 없다. 일단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30도 이상으로 며칠이 지나면 죽는다고 보면 된다.      


해서 지붕이 오픈이 가능한 온실에서 길러야 하는데, 그렇게 설비비용과 유지비가 높고, 생육환경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다 해결하더라도, 저 열대의 충만한 태양 빛을 가득 받고, 충분한 강수량은 물론, 어디선가는 화산토로, 또 다른 곳에서는 높은 지대에서 단단하게 자라는 커피 종가들의 원두를 이길 재간이 없다.  

    

그 때문인지 현재 중론은 국산 커피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커피 종가들은 더욱 맛있는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서 다양한 실험과 숙성방법을 연구 하고 있는데, 국내의 환경은 일단, 생산 자체가 급급한 실정이니, 언제 그 커피종가들을 따라 잡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커피 재배는 매력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중국이 커피에 각성을 하게 되면 전 세계의 생두 가격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때 커피를 직접 생산하게 된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를 즐기는 한국에서는 더욱 더.       


중국에 카페를 하시는 분이 계셔서 중국 최대의 커피 산지의 생두를 받아서 로스팅을 해 봤다. 중국의 운남성은 커피재배가 가능한 고산지역이기 때문에 최근에 차밭을 밀고 커피 농장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중국산 생두의 맛은······. 커피 종가의 고급 프로세싱으로 생산한 커피에 될 것이 못된다. 물론 국내산 커피도 그럴 것이다. 아니, 더하면 더 할지도······. 단,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생산한 커피는 조금 기대감이 간다. 화산토 지역에 국내에서는 아열대 지방과 가장 흡사한 곳임으로. 하지만 마셔볼 기회는 없었다. 가격이 파나마 게이샤나 하와이안 코나 수준으로 높다.     


특히 최근에는 다른 방법으로 커피의 맛을 끌어 올리는 방법(허니프로세싱 및 에이징 등)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그런 쪽으로 커피의 품질을 올리는 연구를 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커피를 생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그때가면 또 방법이 있겠지. 마침 이에 대해 딱 맞는 영화 속 명언이 하나 생각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인터스텔라.


 



그래서 지금 필자는 커피씨앗들을 계속 발아 중이다.



현재 키우고 있는 커피나무는 아라비카 종(티피카인지 버본인지는 모르겠음. 아직 공부가 부족함.)이다. 전 세계 커피 생산의 70%가 이 아라비카 종인데, 아라비카 종도 돌연변이나 인공적인 교배로 여러 종이 생겼다고 한다.       


커피를 볶다보면 파치먼트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생두들이 있는데, 그런 생두들은 발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비싼 생두들을 구입하면 혹시 파치먼트가 벗겨지지 않는 생두가 있나 열심히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싼 것들은 종종 나옴.)     


나중에 코나나, 게이샤 같은 품종 중에 발아가 가능한 생두가 발견 되면 그걸 발아시켜 지금 키우고 있는 커피나무와 교잡을 한번 진행해 보고 싶다.           



커피나무는 성체(8년생 이상)의 경우 년간 1Kg쯤 원두를 생산 하는데 내가 한 달에 S.KOREA FC ADBADA HP / SEOUL.를 (벌써 니 맘대로 정한거냣!!) 40Kg쯤을 사용한다면 1년에 480Kg의 생두가 필요하다. 그럼 약 500그루 정도의 커피나무를 키워······. 땅도 500평쯤 필요하고, 설비에, 관리에······.     


하아······.



갈 길이 멀다. 멀어. 지금 같아서는 10그루만 잘 키워도 다행이다 싶은 심정이다. 뭐, 자본만 있으면 500그루도 못할 것도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5그루가 거의 한계라고 본다. 하지만 약 3~4년 동안은 지금 발아 시키고 있는 커피나무가 작아서 20~30그루를 동시에 키울 수 있으니,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야겠는 목표를 먼저 세웠다.    

 

그럼 지금 당장 한 5억 정도 마련해 볼까?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구매했다.










ㅠㅠ
네. 그럼 그렇죠.





여하튼,

그렇게 한 10년 쯤 뒤에는 진짜 나만의 원두를 생산 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럼 오늘은 이만

빠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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