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 008
원두 1Kg로 커피를 몇 잔 만드냐고 묻지 좀 말자. 쫌!
커피콩(bean) 의 일생은 결국 추출로 끝이 난다.
사실 커피는 콩(bean)이 아니라, 커피 체리라는 과일의 씨앗(seed)이다.
무슨 말이냐면, 저 멀리 커피벨트에서 생산이 되어서 생두인 상태로 한국까지 오면 필자와 같은 커피장이들이 이 생두를 볶고 (또는 볶은 걸 구입해서) 갈아서, 커피를 추출해야 끝이 난다는 말이다.
커피 빈(콩)의 긴 일생은 여기서 끝이 나고, 커피로 다시 태어나서 화려하고 짧은 인생을 보낸 뒤 사라진다. 어디로? 당신 입속으로.
그렇다.
커피는 녹차(녹차는 가루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와 달리 그 상태로 바로 먹지 못한다. 반드시 추출이란 과정을 거처야 사람이 음용 할 수 있다. 물론 잘 볶은 원두를 그냥 씹어 먹는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만(필자) 전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제외하고 나면 어떻게든 물과 만나 추출을 해야 한다.
그런 모든 과정에 우리는 계량이란 것을 한다. 원두의 계량, 물의 계량, 시간의 계량. 그런 다양한 계량과 변수들을 적절히 잘 다루어야 한 잔의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량들 중에 사람들이 꽤나 많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일정량의 원두로 몇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대체 이게 왜 궁금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업자인 필자의 경우, 마진율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원두 가격 대비 몇 잔의 커피가 나오는지 계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필자가 업자이기 때문이고, 업자들은 대충 다 알고 있을 텐데, 굳이 검색을 하면서까지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먼 또는 가까운 미래에 카페를 차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테지?”
사실 뭐,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서 원두 1kg로 커피를 몇 잔을 말(?)수 있냐는 질문은 잘못됐다. 샷을 얼마나 추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대로 된 질문이다.
왜냐고?
그거야 모든 카페에서 커피에 넣는 샷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는 1샷 반이 들어간다.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약 45ml의 에스프레소가 사용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10g원두로 1샷을 뽑으면 원두 1Kg으로 100샷이 나오고, 1.5샷이 들어가니깐, 75잔 정도의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만 필자는 1.5샷의 에스프레소를 만드는데 약 20g의 원두를 사용한다. 그 상태에서 45ml를 추출을 한다.
도피오는 아니고, 일종의 ‘리스트레또’인데,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서 ‘짧고 굵은’ 추출이란 말로 ‘숏 스트롱’이란 용어를 내가 만들어 쓴다. 그리고
도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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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레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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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g에 ‘숏 스트롱’ 1샷(45ml)이 완성 된다. 즉, 필자는 원두 1Kg으로 아메리카노를 50잔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 알아보기 쉽게 정리 한번 해볼까?
기본적으로 세계에서 통용되는 에스프레소의 공식은 위와 같다. 보통은 이렇게 내린 샷으로 국가마다 또는 개인적인 특성에 맞게 물이나 우유를 첨가해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 에스프레소 1샷이 만들 수 있는 커피는 딱히 몇 잔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연한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반 샷 정도 넣으면 2잔이 나오는 것이고, 진한 커피를 드시는 분들은 물의 양을 줄여야 겨우 1잔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필자의 카페에서 만드는 아메리카노의 레시피다.
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하지만 쓴맛도 적다.
다만 원두의 소비가 높고, 만들 수 있는 음료의 양이 적어지는 단점이 생긴다. 그럼에도 그 진하고 고소한 아메리카노의 맛을 포기 할 수 없어서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처음에 이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커피 원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결론은 커피 원가는 고정형인 재료값에 비고정형인 월세, 인건비, 인테리어, 전기료 등등이 포함되어야만 정확한 원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커피 재료의 원가는 고정형이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1샷을 쓰는 카페와 2샷을 쓰는 카페에 비해 원두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 강배전(오래 볶은 원두)한 원두를 쓰는 경우가 많다.
강배전을 하면, 향미는 사라지고 커피가 진해지면서 쓴맛이 한층 더 올라온다. 적은 양의 원두로 연하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지만, 입에 남는 끝 맛이 불쾌하고, 향미를 느낄 수가 없다. 다행이 라떼의 경우 이런 점은 보완이 되긴 해서 저렴한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그럼 원두 가격을 매우 절약할 수 있으니깐.
보통 커피는 생두가 70%라고 말한다. 그 다음이 로스팅, 그 다음이 추출법. 그만큼 생두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데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로스팅을 잘해도 질 낮은 생두로는 맛있는 원두를 만들 수 없다.
헌데, 강배전을 하면 좋은 원두를 쓰나 나쁜 원두를 쓰나, 별 차이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굳이 좋은 원두를 쓰겠는가?
또는 라떼 베이스의 음료는 (카페라떼, 카페모카, 바닐라라떼 등) 굳이 섬세하게 향미를 끌어 올린 고급 원두를 사용 할 필요가 없다. 적당한 선에 걸쳐 있는 원두를 구입해서 향미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혹은 그 이상 볶아서(풀시티 후반) 빠른 시간 안에 사용하면 된다.
원두 배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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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커피를 이해하고 있는지, 음료 제조에 대한 전반적인 퀄리티가 어떤지,그 카페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아메리카노 원두와 라떼용 원두를 따로 쓰고 있는가를 확인해 보면 된다.
그래서 일단, 카페에 가면 그라인더가 두 개 이상인가를 확인해 보자. 두 개 이상의 그라인더를 쓰는 카페는 일단, 원두를 구분해서 사용 할 확률이 높을 테니깐.
자. 슬슬 결론을 내려 볼까?
결국 1Kg의 원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온전히 카페 주인 또는 메인 바리스타의 마음이다. 어떤 집은 2샷을 기본으로 하고, 어떤 집은 1샷을 기본으로 하고에 따라 커피 맛은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가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는 “샷이 몇 개 들어가요?”하고 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신이 연한 커피를 원한다면 샷을 빼달라고 주문을 하면 되고, 진한 커피를 원한다면 샷추가 없이 ‘룽고’를 부탁하면 된다. 프랜차이즈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개인샵들은 원두가 더 드는 것도 아니고, ‘룽고’ 정도의 오더는 별말 없이 받아 주게 마련이다.
단, 샷을 빼달라고 하면서 커피값 좀 깎아달라고는 하지 말자. ㅋㅋㅋ 어차피 추출 시 들어가는 원두량은 비슷하다. - 일단 필자의 경우에는 20ml를 뽑아도, 45ml를 뽑아도 같은 양의 원두가 들어가게 셋팅이 되어 있다. 바텀리스로 개조하신 분들은 다 이해 하실 듯.
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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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추가도 아니고, 룽고를 추가금을 받는 카페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커피가 수확 문제도 아니고, 정답이 있을 리도 없다. 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또한 자기 취향이고, 연한 커피나 향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선택한 자신만의 기호이기 때문에 저렴한 프랜차이즈나, 고급 로스터리샵이나, 자기 스타일에 맞는 카페를 찾아 단골이 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원두 1Kg에 커피 몇 잔이 나오는지는 업자들이 알아서 고민하게 놔두자. ㅋㅋㅋㅋ
그럼
빠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