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카페 시즌 2 - 회차 / 014
<당신을 '카레멜 마끼아또'가 아닌, '카라멜 라떼'를 마시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이 집은 왜 ‘카라멜 마끼아또’가 없냐는 말을 듣곤 한다. -_-;;;; 그러면 최대한 친절하게 메뉴판을 가리키며, “요기, 카라멜 라떼가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면, 고개를 갸웃 하시고는 “아니요. 저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하고 싶은데요?”라고 말씀을 하시면, 필자는 다시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아 네. 해드릴게요~ 가격은 같아요~” 라고 대답해 드리고 카라멜 라떼를 만드는데······.
한 두어 달에 한번 쯤, 일어나는 일이다.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상황이냐면, ‘마끼아또’에 대한 오해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의 영향으로 마끼아또가 알려졌다. 특히 예전 M사의 시트콤 논스톱4에서 한예슬이 매번 “카라멜 마끼아또, 휘핑 많이”를 외치면서 더욱 잘 알려진 커피메뉴다. 심지어 '카라멜 마끼아또' 레시피인 < 시럽 → 우유 → 샷 → 드리즐 >을 저작권 등록했을 정도다. -_-;
이런걸 보면 스타벅스 이 녀석들 신박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이태리에선 아예 없는 메뉴를 만들어서 히트를 쳤으니, 또 인정을 해 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 내적갈등의 상태가 오기도 한다.
어? 그런데!
'카라멜 마끼아또'가 이태리에서 있던 메뉴가 아니라고?
음······.
뭐, 그렇다고 한다.
그쪽 동네 분들의 커피 취향이 워낙 확고해서 아직도 유럽에선 스타벅스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을 정도니깐 말이다.
하지만, 마끼아또란 제조 방식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마끼아또’란 이태리어로, ‘점을 찍다.’, ‘얼룩지다.’란 뜻이다.
마끼아또(마키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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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라떼를 만들 때는 에스프레소를 먼저 뽑은 뒤, 그 위로 스팀한 우유를 올려서 만드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게 하면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잘 혼합이 될 뿐 아니라, 하트나 나뭇잎 등을 그려서 심미적으로 더욱 먹음직(?)스러운 라떼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마끼아또는 그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일단 스티밍한 우유를 잔에 붓고 그 위로 말 그대로인 점을 찍듯이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 커피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맨 아래는 우유, 중간에는 에스프레소, 맨 위는 밀크폼(우유거품)으로 층이 나눠지게 되고, 이걸 섞지 않고 마심으로서 커피와 우유 시럽(보통 넣는다.)이 단계적으로 입으로 들어와 맛이 계속 바뀌는 것을 즐기는 음료다.
영상으로 한번 봐봐볼까아아?
핵심은 간단하다. '카라멜 라떼'나 '카라멜 마끼아또'나, 들어가는 재료는 똑같다. 다만 제조하는 순서가 다르고, 마셨을 때 완연히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된 '카라멜 마끼아또'를 즐기는 손님은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사실, 스타벅스가 아니면 커피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다구리하고 고소한 카라멜의 맛이 커피와 잘 믹스되어 마시는 것이 훨씬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카라멜 마끼아또'는 그렇지 않거든. 일단 밀크폼과 에스프레소가 먼저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에 우유 조금 탄 듯한(카라멜 향 조금이랑) 느낌에 헉! 하다가, 뒤로 달다구리한 카라멜 우유가 달래주러 오는 롤러코스트 같은 재미가 있는 커피다.
열심히 '카라멜 마끼아또'를 만들어서 니들로 휙휙 저어 버리면 '카라멜 라떼'가 된다. 반대로 '카라멜 라떼'가 '카라멜 마끼아또'가 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매우 적은 확률을 가진·······. -_-;;;;;;; 그러니깐, 엔트로피가 증가했다는 건데······. 그렇다고 아예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가 증가할 확률보다 엔트로피가 감소할 확률이 훠어어어어어어어얼씬 낮기 때문······.
결론은 이렇다.
대부분의 카페는 '카라멜 라떼'를 제조하고 있으면서 '카라멜 마끼아또'라고 명명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아닌 카페도 있겠지. 필자의 카페처럼)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선, '카라멜 라떼'라는 말이 (정확한 용어지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카라멜 마끼아또'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위에 밀크폼을 올려서 만든다는 레시피도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의 레시피는 밀크폼을 찬잔에 담고, 그 위로 에스프레소를 부어낸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하는 카페도 별로 없을 뿐더러, 간혹 있더라도 용어 사용이 잘못 된 것이다. 만약 에스프레소 위에 밀크폼을 올린 커피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자면, '밀크폼 화이트'정도가 적당 할 것 같다. '플랫 화이트'를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떠올릴 수 있다.
굳이 뭐가 옳고, 그렇고, 따지고 재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뭐라고 부르건, 손님이 원하는 취향의 커피를 서빙 할 수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요 정도는 알아 두어아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