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슈맨 라이프 정기연재는 월/금 요일에 올라옵니다.
금요일에 'THE 남자의 주말 밥상'이 업데이트 되면 '홀슈맨 라이프'는 하루 뒤 연재 됩니다.
유튜브엔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며칠을 커피머신 수리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다. 처음엔 ‘아. 그렇게! 오케오케 알았어!’하고 커피머신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다시 영상을 시청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특히 커피머신 수리하는 영상은 꽤 많았지만, 내가 가진 브랜드의 커피머신 영상은 없었다. 진짜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유튜브에서 맞춤옷 같은 영상은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기성복이나마 사이즈 맞는 게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유튜브시청-수리-유튜브시청-수리>의 무한 반복 같은 나날이었다.
오버홀은 기계적인 작업이어서, 그렇게 어려울 건 없었다. 커피머신수리영상에서 알려주는 대로 모든 관들과 밸브에 마킹을 하고, 순서대로 사진을 찍은 뒤 분리를 하면 됐다.
당장 카페에 있는 몽키스패너로 해결이 되는 것은 어찌저찌 해결이 됐지만, 보일러와 연결된 동관들 중에 연약한 녀석들에 물린 너트를 푸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별짓을 다해도 풀리지 않는 너트들이었다. 특히 보일러와 그룹헤드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인 동관들의 너트들은 몽키스패너로 잡을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몽키스패너의 경우 조임이 슬슬 풀리는 바람에 더욱 힘들었다.
심지어 문제가 심한 오른쪽 스팀봉(가장 많이 사용하는)의 가스켓은 아예 으스러져 있었고, 그 때문에 밸브뭉치 안쪽에 있던 C링이 과자처럼 부식이 되어 있었다. (하도 바삭바삭해 보여서 하마트면 먹을 뻔~)
마음은 급하고 주말은 또 다가오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세월은 네월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해서 청계천까지 나가서 고정스패너와 C링을 구입하게 되는데······.
C링은 맞는 것을 찾지 못했다. 청계천의 상인들은 밸브뭉치 들고 다니면서 C링 하나를 찾는 어리바리한 녀석의 말은 눈도 맞추지 않고 ‘없어요.’ 라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섭섭했다.
그러나. 스패너는 구입했다. 그런데. 카페에 와서 보니······. 1mm가 모자르······.
결국 다음날 다시 가서 2mm 큰 걸로(혹시 몰라서) 하나 더 사오고, 너트를 풀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다이소에서 구할 수 있는 고정스패너와, 육각렌치 세트까지······. 커피머신을 수리하면서 하나둘씩 모은 공구들이 카페에 쌓여갔다.
와······. 이 정도면 농담 많이 보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