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생명의 시계 - 01

쓰다 만 미완성 소설을 공개합니다.

by ADBADA





한 백 만 년 전 쓰다만 소설들이 A4용지로 오조오천장 정도 됩니다. 가끔 공모전에 넣어도 봤지만 빛의 속도로 광탈 된 나의 애증의 소설들을 미완성이란 이름으로 브런치에 공개를 하고자 합니다.

소설이란 것을 그적거리지도 않았던 시간이 무려 10여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 새끼들이 음침한 하드디스크 안에서 허벅지나 긁고 있는 것이 불쌍해서, 이곳에 머리채 잡고 끌고 나와 봅니다.

이곳에 올리는 미완성 된 소설들은 언제 완성 될지 모르는 오래된 나의 늦은 청춘과 같은 녀석들이니깐······. 너무 욕하진 말기!



2003년 쓰기 시작 후, 아직 미완성








- 오래 전, 그리고 더 오래 전 -



“그대들이 ‘이 땅’을 떠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소.”


“우리는 바다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바다는, 점점으로 흩어지는 하얀 포말과 그 잔인한 회색의 거품들의 사체가 차가운 밤바람의 장난질에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한 채 백사장 위에 멀뚱히 속을 드러내 놓고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바다의 희뿌연 끈적거림이 온 몸에 달라붙는 듯 했다.


“그래서, 이 두 다리를 잃게 될 지라도. 이 목소리를 잃게 될 지라도.”


질문에 가까운 목소리에 돌아오는 대답은 확신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떠나는 그대들의 이유를 듣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말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만 너무나 확고한 확신만을 접한 첫 번째 목소리는 안타까움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가 ‘이 땅’에 올라오기 위해서 보내야 했던 그 어마어마한 시간들의 무게를 벌써 잊었단 말이오!?”


울림.

대지위에 지각을 가진 생물만이 내지를 수 있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수 억 년의 그리움을 안고 바다위에서 까불거리고 있던 바람에 실려 또 다른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그런 그리움이 영원히 계속 될 수밖에 없었음을 첫 번째 목소리는 이미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때 두 번째 목소리는 대답했다.


“처음······. 우리가 ‘텔로미어’를 가지게 되었을 때도 그대들의 생각을 존중했소. 아니, 그랬기에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 결과의 열매가 아무리 달다 할 지라도 이 땅 위에 두 생물이 지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이아’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소.”


“단지 그것 때문이오?”


달은 여전히 붉고 거대했다. ‘이 땅’에 숨 쉬고 피 흘리며 살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은 신神이 존재 한다면 그 생명을 잘 조각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저 붉고 거대한 달이었다. 달은 그 붉고 거대한 힘으로 바다를 움직이고, 생명의 모양을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생물들이 달을 보며 동경을 느끼며, 동시에 경외감을 갖고 있는 것이 말이다.


“그렇지만은 않겠지······. 우린 영원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말았기에 진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잃어야했던 분에 대한 속죄라 해주게.”


두 번째 목소리는 어느새 작아져 있었다. 이후, 검고 붉기도 하여, 조금의 명암과 함께 약간의 색채를 지각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두 목소리는 충분한 정적을 가졌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그 순간들의 연속들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 했을 때, 달빛을 받아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무겁게 끌고 바다로 향하는 인영이 보였다.


“우리는 그대를 항상 그리워 할 것이오. 그리고 ‘이 땅’은 지각을 가진 또 하나의 생물을 잃었음에 슬퍼 할 것이오.”


슬픔이란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감정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느끼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움도, 슬픔도·······.


“훗날······. 우리를 너무 그리워하여 쇠金를 들지만 마시게.”


땅으로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밤의 무게에 눌려 한참만에야 들려 왔다. 그 목소리가 또 다른 목소리에 겨우 닿았을 때, 그는 이미 바다의 품에 깊게 파묻혀 버렸다. 더 이상은 그와 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리라. 그리고 또 다른 진화의 틀에서 서로가 변화하게 되리라. 그리고 이 순간, 이 절대적인 변화의 정점에 서 있던 두 지각체의 결정이 이 세상에 가져다 줄 결과를 이해하기 까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갈 것이리라. 신의 낙인을 지워버린 안타까운 인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


화려하고 번창했던 서울에 슬럼가가 생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행정수도의 설립은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지만 당시 국내 상황 상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경제적이고 문화적으로 나타난 효과는 상당한 수준이었고, 행정수도의 설립을 반대했던 사람들마저 마치 자신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뗄 정도였다. 그러나 나라 전체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았지만 웬만한 정부부처와 행정기관, 기업들이 떠난 서울은 눈에 보이게 한산해지고 있었다. 과하게 화려했고, 복잡함을 넘어 꽉 막힌 것만 같았던 도시가 순식간에 한산해 진다는 것은 절대 삶과 여유가 넘치는 도시가 된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공허에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서울은 우수한 도시시스템을 가진, 적정 인구를 가진 살만한 도시처럼 보였지만,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평생 살았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타난 서울 공동화 현상이 이 사태를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한 나라의 수도 이전이 만만한 일도 아닐뿐더러 그 실행이 성공적이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이전 수도 사람들의 불만감은 상당했다.


한국 특유의 고질적인 일류병과 언제 어디서든 그 중심에 존재해야 살아남는 다는 강박관념은 서울에 살던 사람들로부터 서울의 기능을 분담하여 행정적인 기능을 다른 도시로 옮긴 것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부 행정수도인 서울P.C.public of corea 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울의 회색빛 삶에 회의를 느낀 사람들은 서울 근교의 녹지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따라서 채 3년이 지나기 전에 구 서울 안에 실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불과 채 절반도 남지 않았다. 사실 인구에 많은 의존을 해야 하는 규모의 경제는, 그로인해 서울의 경제적 기능도 서울P.C.로 상당수 옮겨가게 되었다.


하지만 구 서울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경제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었던 당국은 서울시 내에 갖가지 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무료 급식소와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무료 기숙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구 서울에서의 이전을 법으로 금지당한 대학들은 그나마 그 덕에 학생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학의 부지를 더 늘려 나갈 수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복지문제는 사상 최고의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개성이 강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한 젊은 신세대들은 텅 빈 서울에 활력을 불어 넣어줌과 동시에 그들을 노리는 검은손의 등장의 빌미를 마련했다. 술과 담배로 시작한 검은손은 섹스와 마약으로 번져나가 폭력과 살인으로 변해갔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일정한 지역이 생겨났는데 그곳이 바로 구 서울의 슬럼가였다. 그 슬럼가에선 수도이전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기괴한 수많은 범죄가 발생했고 사회적 분위기는 눈에 뛸 정도로 나빠져 갔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60, 70년대의 데모진압과 2000년도 초기 부산에 상륙한 러시아 마피아들을 상대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첵, 25C에 신체반응 28.4‘ 의 타겟이 8명가량 확인됐다. 잠자리 준비하라.”


검은 색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밤의 색을 검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의 사고는 인지하는 것을 효용성에 의해 분리한 뒤 재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환유적 표현에 기인 한 것뿐이었다. 그래서 정확한 색깔로 구분해 보면 짙은 남색과 오렌지색의 섞이지 않은 혼합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검게 보이지만 실제론 남색에 가까운 헬멧을 착용하고 그와 같은 색의 특수한 슈트를 입은 사람들의 양손엔, 금속의 그 차가움이 드러나는 12mm 압축에어라이플A-rifle이 들려 있었다.


“그냥 대학생들은 아닌 것 같지?”


한 사내의 말에 고글을 통해 타겟을 살피던 다른 사내가 그것의 다른 기능을 활용했다. 그러자 점멸하는 신호가 눈앞에 들어났다. 현재 시간 2:27분.


“만약 대학생이 지금시간에 돌아다니면 퇴학조치에 ‘서울’ 밖으로 추방조치 당하잖아. 아마 불법 거주자거나 추방당했던 녀석들이 뿅가리가 그리워 다시 들어 온 거겠지.”


사내는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에겐 어린 시절 누렸던 서울의 영광을 아직도 지울 수 없는지 구 서울이란 단어는 결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마치 그에게는 서울은 오직 하나 밖에 없는듯했다.


“화기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봐야 값싼 중국제 구형 모제르나 콜트45겠지. 그 걸론 우리 슈트를 어쩌지 못해.”


별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말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입고 있는 슈트는 2014년 국방부 주도아래 SS-테크윈의 방위산업체에서 개발되어 현재까지 두 번의 개량을 통해 일반화기는 물론 방사능물질과 섭씨 230‘C의 고열을 막아낼 수 있으며 전투원의 바이탈사인을 직접 체크해 기본적인 생명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최첨단의 다목적 전투슈트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가격은 한 벌에 약 3억을 호가하는 수준이어서 군 전투요원 중에서도 특수목적요원들에게만 지급되고 있으며 비 전투요원에게 지급된 사례는 구 서울의 『치안 유지대』가 유일했다.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잠자리가 활동하기 전 우선, 진압조의 최 근방 투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방금 전까지 초조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내는 그동안 아무런 말없이 자신들 뒤에 조용히 서있던 뫼를 바라봤다.


“시간됐어. 분위기 그만 잡고 가자.”


대답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만큼, 역시 들려오지 않았다. -재수 없는 자식-


현재 타겟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제3 공동지구 두 번째 입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슬럼가의 한 건설현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건설현장은 그 모습이 온전히 완성되기 전까지 밤만 되면 갈 곳 없는 군상들과 불량배들의 좋은 쉼터라는 점은 변함없는 것 같았다.


“첵, 지금부터 진압조 진입한다. 타겟에 코드code부여. 오른쪽부터 알파벳 a부터 h까지 부여한다.”


- 첵, 알았다. 잠자리 날겠다. 타겟에 대한 정보는 메인프로세서에서 확인했다. 코드를 인정한다. 잠자리는 약 5분 뒤 준 공격모드로 등장 할 것이다. 행운을 빈다.


타겟에 일정한 코드를 부여하고 그 코드를 분자생물학 기술로 만들어진 『치안 유지대』의 최신예 컴퓨터, 『아담』의 메인프로세서가 그 코드의 적합성을 인정하는 절차를 거처야 한다. 그래야만 타겟에 대해 최대한 효율적인 진압이 가능함과 동시에 혹시 있을지 모를 인간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케, 코드는 모두 받았지?”


“첵.”


“첵.”


두 대원 모두 짧게 대답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괜히 기분이 나빴다. 자신은 뭐, 심성이 고와서 친절하게 물어 본 것 인양 저들이 생각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처크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뫼 저 자식의 대답은 매우 신경에 거슬렸다.


하지만 그의 동작은 매우 민첩했다. 건설현장의 타겟이 있는 곳까지 두개의 고압나트륨등을 지나쳐 가면서 때에 따라 전투슈트의 보색을 바꾸는 실력은 그의 원시조상이 유인원이 아닌 카멜레온 것이란 가설을 만들어도 완전히 거짓말이란 소리는 듣지 않을 듯 했다. 그러면서 이 전투슈트의 다양한 기능에 다시 한 번 새삼 놀라움을 느껴야 했다. 신형 버전으로 나올 슈트는 지금과 같이 수동으로 색을 바꿀 필요가 없이 센서를 통해 완전자동으로 보색을 바꾸는 기능도 추가될 거란 보도도 있었다. 물론 그 기능이 달린 슈트가 등장하기 위해선 최소한 사람의 무게를 3분의 1로 줄여주거나 최대, 하늘을 자유롭게 이동 할 수 있는 기능이 선행 개발되어야 했다. 즉,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 번째 나트륨등이 있는 곳까지 재빨리 달려간 체리는 앞서서 달리던 뫼가 멈춰서는 것을 보고 급히 슈트의 기동력을 낮췄다. 뫼는 어느새 슈트의 색깔을 나트륨등에 맞게 바꿔 놓았다. 그 때문에 고글의 적외선 장치를 통해 보지 않으면 눈에 뻔히 보이면서도 착시현상으로 인해 쉽게 인지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슈트의 보색기능은 훌륭했다.


“뭐야?”


“이상하다.”


“뭐가?”


체리는 확연히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나 뫼는 아무 말 없이 타겟들이 있는 곳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체리로서는 그리 내키지 않았다. 물론 단순히 뫼를 싫어하기도 했지만 이 진압조의 조장이 자신임을 저 녀석이 잊어버린 듯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봐! 시간이 얼마 없어! 잔소리 말고 진입해!”


“아직도 모르겠나. 온도 차이를 느껴봐.”


“뭐, 온도?”


마침 적외선 모드로 되어 있는 고글을 통해 타겟들의 온도를 바로 체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겟들의 온도변화가 그리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대부분 28‘ 를 넘기고 있었으며 그동안의 신체변화와 마약의 화학작용으로 인한 약간의 변화 외엔 아무것도······.


“잠깐! 주, 주위의 온도가······.”


적외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뱀이 보는 시각과 그리 다르지 않다. 온도 차이를 통해 열의 흐름까지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물체의 온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적색과 흑색의 양극으로 나누어 판단 할 수 있었다.


“그래. 낮아지고 있다. 지금 타겟의 온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7월 한여름에 섭씨 5‘ 라는 것은 충분히 이상한 일이지.”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 그렇군.”


“어라?”


“왜, 처크. 또 뭐야?”


“잘 봐. 이젠 타겟들의 온도가 떨어지고 있어!”


“설마!”


체리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타겟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의 색깔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인체에서 나오는 30도에 가까운 열은 거의 짙은 주황색을 띄어야 하지만 지금 그들의 색깔은 하늘색이었다. 저 정도라면 저체온증으로 동사할 수도 있는 온도였다.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대로 두면 저들의 생명이 위험했다.


“가자! 바로 진입한다.”


“기다려!”


체리는 대꾸도 하지 않고 뫼를 쏘아보았다. 대체 이번엔 또 뭐 때문에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우린 저 현상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 아담은 이런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기다리란 지시를 내릴 것이다.”


뫼의 말은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저들도 인간인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저따위 말이라니. 체리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에 주먹을 내지를 뻔 했다.


“그렇다면 넌 밧데리나 충천하고 있어!”


“뭐?”


“기계 같은 새끼. 처크 가자!”


“어? 어.”


체리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약 30m의 거리는 5초도 되지 않아 눈앞에 끌어 당겨지듯 다가왔다. 뒤엔 좀 미덥지 못하지만 오랜 동료 처크가 재빨리 붙어 들어왔다. 물론 빌어먹을 뫼 자식은 아직도 나트륨등 아래 서 있었다. 그래도 동료랍시고 엄호하겠다는 듯이 에어라이플을 타겟들이 있는 곳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적외선 감지기로도 어떤 변화를 찾아 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변해있었다. 체리는 고글을 일반모드로 전화시켰다. 이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타겟들을 볼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헬멧 오른쪽에 달려 있는 고휘도 랜턴을 작동시켰다. 처크도 오랜 시간 체리와 함께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그의 뜻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세상에!”


두 대원에게 보이는 것은 검다는 색의 한 세배쯤은 더 검어 보이는 홀hole이 타겟들이 있던 곳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들이 저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 뫼 또한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것은, 저것이 주는 느낌은 그에게 가히 이질적이라고만 할 수 없었다. 어릴 적의 어떤 그리움과 폭력, 그리고 두려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베어 나오고 있었다. 뫼는 그 감정들이 자신을 지배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몇 배 배가 시켜 놓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손가락의 근육 세포들은 신경이 전해주는 전달 물질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그보다 더한 흥분 호르몬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뫼는 에어라이플을 떨어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비명을 질러댔다.